가족교도소(2)
식단표의 변화
냉장고, 냉동고의 이것저것으로 식사 문제 해결하기가 일주일을 지났다.
자가격리 시작 첫날이 아내의 생일이었는지라,
미리 장을 보아 놓았던 것이 많이 도움이 되었다.
한 끼로 준비했던 것으로 2, 3일을 거뜬히 버텨냈다.
어떻게?
자가격리 기간 중 식사가 하루 두 끼로 조절했기 때문인데,
아침은 점심을 겸하여 오전 10:30, 저녁은 오후 6:00로 했는데,
아침은 전날 남은 음식을 기본으로 각자 해결하기로 했다.
완전 자율 취침 시간이었기에 일반 교도소처럼 강제 취침, 강제 기상은 없었다.
그리고 저녁 한 끼가 하루의 메인 식사였다.
3일째, 묶은지를 이용한 고등어 통조림을 이용한 조림
텃밭에서 뽑은 배추로 담가 놓은 김치가 별로 인기를 얻지 못하여 자연스레 3개월째 그대로 있어 묶은지가 되었다.
일부는 무르기 시작했다. 걱정을 하는 아내에게 오늘, 내일 해결하겠다고 하고
고등어 통조림을 꺼내들었다.
김치를 길게 먼저 남비에 깔고, 깡통을 열어 고등어를 올렸다.
통조림에서 나온 국물에 간마늘, 고추가루, 고추장을 넣어 잘 휘져어
고등어 위에 뿌려 조리기 시작한다. 송송 썬 파도 올리고 -
뭉근하게 끓어주고 남비채 식탁에 올려 거뜬히 한 끼를 해결하고 -
4일째, 부대찌개
의정부에서 살았던 경험을 바탕으로 자신만만하게 시도할 수 있는 메뉴이다.
부대찌개는 보통 세 가지 스타일로 나뉜다.
의정부, 송탄, 그리고 이태원 스타일이 그것인데
내 의정부 스타일은 전골남비에 김치를 한 줌 올리고, 프랑크 소시지, 스팸햄, 두부, 간쇠고기(민스) 볼을 준비한다.
의정부 스타일은 라면보다는 불린 당면을 사용하고, 대파가 많이 들어간다.
내 친구가 사는 송탄에 가보니, 당면 대신 라면, 김치대신 양배추, 그리고 통조림 콩이나 치즈를 올리는 것이 달랐다.
이태원 스타일은 일명 존슨탕이라 하여, 햄을 깍두기 모양으로 넣는 것이 특색이다.
역시 우리 집 식구들은 내 스타일에 길들여진 모양이다.
내 스타일의 가장 큰 특징은 프랑크 소시지 외에 생소시지를 넣은 것이다.
이 매력은 확실하게 차원이 다르다는 것을 느낀다.
5일째, 양탕
다행히 양갈비 두 팩을 미리 사다놓은 것이 있었다.
아내는 식구들이 좀 기운이 없어 보이면, 양탕을 먹으러 가자고 한다.
외식이 별로 없는 우리 식구들이 그래도 아주 가끔 함께 한다.
그러나 자가격리로 식당문이 닫혔고, 사 먹는 것보다는 집밥을 즐기는 우리인지라,
어느 때부터인가 양탕을 집에서도 즐기기 시작했다.
먼저 피를 빼기 위해 찬물에 담가두었던 양갈비에 생각 몇 쪽과 양파 반쪽과 함께 한 번 후루륵 끓여내고,
찬물로 깨끗이 씻어낸 후, 된장 한 숫가락을 넣어 본격적으로 끓이기 시작한다.
40분 정도후, 배추 우거지를 넣어 다시 20분 정도를 끓이고, 들깨 가루와 소금, 후추로 간을 한다.
국물을 두 국자 정도 대접에 담아 소스를 만든다.
간장, 고추냉이, 머스타드 소소, 스리야차 소스 - 모두 집에 있던 것들 - 를 잘 섞어 준비한다.
고기는 식당 것에 비해 훨씬 좋은 퀄리티, 맛은 깔끔 ~
일주일이 지나자 항의가 접수되었다.
이유는 아빠의 식탁이 너무 한식 위주라는 것이었다.
할 수 없이 백기를 들고 처음으로 장을 보러갔다.
2미터 뒤에서 장바구니만 들고 졸졸 따라다니며 딸의 장보기를 도왔다.
정말 나와는 많이 다른 식생활이다. 같은 식구 맞나? 가족이긴 한데 식구는 아닌 듯하다.
딸이 준비해 온 식재료들은 내일부터 어떤 변화가 올 것인가?
-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