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교도소(연장전)

가족교도소(연장전)

나명균 댓글 2 조회 167 추천 6

아, 이런 ~  끝난 건 끝난 것이 아니었다.

레벨 4가 연장될 것이라는 것은 어느 정도 예상했다.

가족들도 거의 동요 역시 없어 보인다.

다만, 3호실의 아들은 재택근무 중이라 다들 배려하려 노력하는 중이다.

3호실의 아들은 자가격리가 시작되기전, 이미 두 주간의 재택근무를 진행하고 있었다.

공식적으로 자가격리가 시작되자, 4주 동안 수염을 깍지 않겠노라고 했다.

더욱 청결한 상태에서 자가격리 생활이 필요하다는 간수의 말을 무시한다.

친구들이 내기를 했단다. 누구 최후에 까지 면도를 하지 않는지 말이다.

참 여러가지로 젊은 세대들은 자기들만의 삶을 누리는 모습이다.


제법 난 수염은 4주를 채우지 못하고 말끔히 잘렸다.

"음 ~ 역시 우리 아들 잘 생겼어! 깔끔하니 좋다!"는 엄마의 칭찬 소리가 들린다.

그 순간 나를 향한 소리도 함께 들려온다.

"당신! 잔디 좀 깍지 그래요!"

"네! 알겠습니다!"

오후가 되어 잔디깍기 기계를 꺼내 연료를 보충하고 검부츠를 싣었다.

동시에 요란한 모터 소리가 귓전을 때린다.

옆집 갓난아이 아이젠이 놀라지는 않았는지 모르겠다 싶어 힐끔 옆집으로 고개를 돌려본다.

잔디를 깍고 샤워를 마친 후, 거울 앞에 서서 나를 본다.

'정작 깍아야 할 것은 네 머리카락이구나!' 싶다.


바뀐 계절

자가격리 4주가 지나고 5주도 지나고 있다.

분명한 것은 계절이 바뀌었다는 것.

산책을 하며 내 마음과 생각 속으로 들어오는 울긋불긋한 나뭇잎은 어린 추억 속으로 빨려들게 한다.

어린 소년은 그때도 가을을 좋아했었다.

가을이 오면 다 떠난 학교의 교정에 혼자 남아 떨어진 단풍잎, 은행잎을 한 손 가득 주어 쥐고

또 돌아오는 길에 벼메뚜기를 잡아 강아지풀에 꿰어 와서 부엌 아궁이 연탄불에 구워먹고

다시 뚝방에 올라가 고추잠자리 잡기를 하던 그 가을이 참 그립다.

아참 ~

뉴질랜드에서는 왜 고추잠자리가 보이질 않지? 

오랫동안 궁금했던 것이다.

개구리 울음소리도 몇 번 들어보지 못하고~

자연환경이 좋은데도 이렇게 틀린 면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이해는 못하겠다.

아무튼, 자가격리를 하는 동안 이렇게 계절이 바뀌었다.

계절이 바뀌도록 코로나 바이러스가 우리의 삶을 묶어놓고 있으니 ---


계절이 바뀌었다는 것은 바깥에서만 느끼는 것이 아니다.

집에서도 부지런한 아내 역시 또 할 일을 꺼내 놓는다.

며칠 전부터 "당신 잠잘 때 안추워요?" 몇 번이고 되물었었다.

그때마다, '아직은 ~ ' 하면서 버텼는데, 

오늘은 묻지도 않고 겨울 이부자리를 꺼내 홑이불을 뒤집어 씌우기 시작한다.

"여보! 그 끝에 좀 잡아줘요!" 

그렇게 부부는 한 이불을 서로 맞잡고 선다.

그렇게 준비한 이부자리를 1호실, 2호실, 3호실 차례로 갈아주고 -


이렇게 계절은 분명 바뀌어가고 있다.

그러나 정작 바뀌어져야 할 것은 이놈의 코로난가 뭔가가 아니겠는가?

코로나 때문에 내 생활이 바뀌고, 온 세상이 난리 중에 있다는 것이 말이 안된다.

그래야 한다. 모두가 다 열심히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

그러면 분명 이 코로나는 우리 손에 잡힐 것이다.

"코로나 너 이놈! 썩 물러가지 못할까?"

자가격리 중에 스스로 위엄을 뽐내며 한 소리 해본다.


비정상이 정상이 된다면

분명 자가격리, 재택근무 등 이런 지금의 상황은 비정상적이다.

그런데 나도 그렇고 주변 사람들의 모습을 보니,

은근히 이 생활을 즐기는 것은 아닌지 모를 일이다.

옥신각신 각기 다른 생각들이 부딪히다가 불꽃이라도 나면 안될 일이다.

서로 서로 배려하고 살아야 할뿐이다.

그런데 나도 걱정하는 것이 하나 있다.

이런 비정상적인 생활이 더 길어지다가 오히려 이것을 정상이라고 착각하지는 않을까 하는 것말이다.

비정상을 정상으로 착각하여 정상적인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게 되지 않을까 말이다.

사람들의 습관이라는 것은 참으로 무서운 일이다.


하여, 지금 자가격리 생활을 하면서도 내가 놓지 않은 것이 있다.

평소의 내 생활 습관 말이다.

며칠은 아무 할 일이 없이 지내며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고 

식생활 시간도 들쑥날쑥하고 -

하루 이틀은 그렇게 내 몸이 움직이는, 몸이 하라는 대로 맡겨 생활할 수 있겠지만,

그러다가 <몸종, 몸의 종>이 될 수도 있겠다 싶어 정신을 차려본다.

그래서 원칙을 세운 것 몇 가지가 있다.

기상 시간은 예전과 동일하게

식사 시간은 하루 두 끼, 집에서의 에너지 소비가 많지 않기 때문에

생활 패턴의 우선 순위는 가족들 먼저, 그리고 내 할 일 

그리고 내가 세운 계획에 최선을 다하기

어이쿠! 그런데 자가격리 중인데도 왜 입주변이 부르트고 난리람!


연장 전반전 종료

이 게시글에 달린 댓글 총 2
나명균 04.26 15:32  
그러게요.
연장전은 더 치열해 질 것같아요.
우리 가족들도 막바지가 더 힘든 것 같다고 하거든요.
특히 달포를 지나 도 보름을 넘겨 재택근무하고 있는 아들, 등교를 못하고 있는 딸
자기 관리하느라 애쓰는 모습이 안쓰럽기까지 하네요.
저는 다 나았는데, jinie님도 빨리 회복하십시오.
jinie 04.25 10:16  
연장전~이 될줄 몰랐네요~ㅎㅎ 글 잘 봤어요!  왜 저도 자가 격리중인데 입이 부르틀까요?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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