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화의 상담 이야기] 예스 맨, 벗어나고 싶다

[정인화의 상담 이야기] 예스 맨, 벗어나고 싶다

뉴질랜드타임즈 댓글 0 조회 100 추천 1


정인화의 상담 이야기(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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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은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상관없이 우리에게 무언의 메시지를 준다.
여러 감정을 억누르고 무시하려고 노력하면 굉장히 피곤해진다.
상반될지라도 여러 감정을 받아들일 때 건강한 사람이 된다.


집에 넷플릭스를 설치한 후로는 주말에도 심심하지가 않다. 소파에 꽉달라붙은 껌딱지다. 오늘도 소파를 떠나지 못하고 앉았다 눕기를 반복하면서 텔레비전만 쳐다보고 있다. 

몇 해 전인지 정확한 기억은 없지만, 어느 순간부터 한국 드라마가미국 드라마보다 훨씬 재밌다고 느껴졌다. 그런 드라마를 몇 시간씩이나 보고 있으니 행복하다.


넷플릭스 즐겨 보며 둘째 아들에게 미안해

아주 가끔이지만, 둘째 아들한테 미안하다는 생각도 든다. 컴퓨터 게임을 너무 많이 한다고 잔소리하던 내 모습이 텔레비전 화면을 통해 보일 때는 몸이 움츠러든다. ‘그 녀석도 컴퓨터 게임을 할 때 행복했을까?’를 혼자 생각하다가얼굴이 마주치면 계면쩍게 웃는다.


사람 마음이 간사하다는 말이 맞는가 보다. 드라마를 통한 간접 경험을하면서 상황에 따라 지조 없이 다르게 말하고 있는 내 모습이 우습다. 드라마 속의 한국이 그리워 문득역이민을 생각하다가도, 뉴질랜드에서의 내 삶을 위로하고 정당화시키는 모습을 드라마에서 찾기도 한다.


현대인의 삶과 직장인의 슬픔과 기쁨을 잘 표현했다는 작품이라는 ‘미생’이라는 드라마를 최근에 봤다. 한국인이 겪는 직장 문화의 현실을 그드라마를 통해서 다시 느끼고 배웠다. 


사람들에게 먼저 다가가는 것보다는 기다리는 게 편한 내 성격이다. 한국에있을 때는 말을 안 해도 알아주었으면 하는 생각으로 남들을 쳐다보는 경우가 많았다. 그 생각이 잘못투사되어 부담을 느꼈는지 많은 이들이 나를 피하는 것처럼 보였다. 원만한 대인관계를 이루지 못하다 보니한국에서의 직장 생활이 즐겁지 않았다.


사람 관계로 생긴 직장 생활 어려움은 어디서나 문제

사람과의 관계 때문에 직장 생활을 힘들어하는 것은 한국인만의 문제는 아니다. 전문직에종사하는 삼십 대 중반의 백인인 C가 생각난다. 정부 기관에서일하는 게 힘이 많이 드는지 집에서는 별로 말이 없는 아버지와 부동산 일을 하면서 술을 자주 많이 마시는 어머니 밑에서 그는 자랐다고 한다. 부모님과 시간을 자주 보내지 못한 것 같은데도, 어린 시절은 즐거운기억밖에 없다고 한다.


C는 남들과 다른 의견을 표현하는 경우가 거의 없이 고맙다는 말을입에 달고 사는 매사에 긍정적인 사람이다. 긍정의 에너지가 넘치고 나의 능력을 아주 높게 평가하는 그와앉아 있으면 기분이 좋아진다.

하지만 집에서 보이는 태도는 다른가 보다. 최근에 결혼을 했는데 배우자에게곧잘 화를 내는 자신이 싫다고 하며 감정을 다스리는 방법을 배우고 싶다 한다. 또한,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는 필요한 순간마다 No를 할 줄 아는 용감한사람이 되고 싶어 한다.


C의 얘기를 듣다 보면, No를못 하고 Yes Man으로 살아가는 그가 가끔가다 안쓰럽게 다가온다.어릴 적에 정서적으로 방치되었던 경험을 다시 반복하지 않으면서 모든 이에게 사랑받으려고 예스 맨이 되지 않았겠느냐고 얘기하면, 부모님의 사랑을 듬뿍 받았다는 기억밖에 없다며 그는 방치 가능성을 강하게 부정했다.


감정은 부정 긍정 상관없이 무언의 메시지 전해줘

시간이 지나면서 남에게 잘하려고 하는 자신의 행동이 도움보다는 그에게 더 많은 불편을 초래한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그의 삶을 돌아보기 시작했다.


C는 지나친 긍정을 통해 자신을 속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한다. 자신의 감정을 느끼고 받아들이기 시작하니까, 집에서 부인에게 스트레스를풀 필요가 줄어들었다며 수줍게 웃었다.

감정은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상관없이 우리에게 무언의 메시지를 준다. 여러감정을 억누르고 무시하려고 노력하면 굉장히 피곤해진다. 상반될지라도 여러 감정을 받아들일 때 건강한사람이 된다. 


그뿐만 아니라 C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두려움을 직시하기 시작했다. 부탁을 거절하면 사람들이 싫어하고 끼워주지 않을까 봐서 No를 못했던 자신의 아픔과 두려움을 인식하고 자신을 위로했다. 또한, 별관심이 없어 보이는 아버지와 술을 마시면  곧잘정신을 잃었던 어머니 사이에서 어릴 적부터 혼자서 모든 일을 처리하기 시작했던 C는 잃어버린 어린 시절을 기억하며 서럽게울기도 했다.


“No” 할 때 미안하거나 변명할 필요 없어

『12가지 인생의 법칙』의 저자이며 유튜브를 통해 굉장히 유명해진캐나다의 심리학자 조던 피터슨은 “진실을 위해 일어서라”고말했다. 그는 진실을 옹호하기 시작하면, 처음에는 힘들지라도더욱 강해지고 자기 생각을 정확하게 잘 표현할 수 있다고 했다. 진실을 말하기 위해서는 많은 용기가필요하다. 


하지만, 사람들은 남들에게 많은 관심이 없을 수도 있기 때문에 거절하거나 No를한다고 해서 그들이 쉽게 등을 돌리거나 실망하지 않을 경우가 많다는 것을 기억하자. 그러니까 No를 할 때 너무 미안하다고 해서 여러 변명을 할 필요가 없다. 물론모든 사람으로부터 사랑을 받겠다는 환상을 버리면 No를 통해 진실을 말하기가 더 쉽지 않을까 생각한다.


‘미생’이라는 드라마를통해 미생과 완생의 뜻을 들었다. 둘 다 바둑 용어인데, 미생은해당 돌이 아직 완전히 살아 있지 않은 상태를 말하고 완생은 외부로 향한 활로가 막혀도 죽지 않는 상태의 돌이라 한다.


지나친 긍정을 통해서 자신의 진짜 감정을 속이거나 부정적인 면에 집착해서 인생의 아름다움을 보지 못하면 이러한 삶은 미생으로 사는 것이 아닌가 싶다. 어떻게 보면 C는 미생의 삶에서 더 나아가기를 간절히 원했나 보다.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을 다 느끼면서 마음속에 담긴 진실을 이야기하는 완생의 삶을 향해 나아가는 그에게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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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화_심리 치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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