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화의 상담 이야기] 고양이를 사랑한 여자

[정인화의 상담 이야기] 고양이를 사랑한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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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화의 상담 이야기(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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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를 사랑한 K가 힘들어하는 게 무엇인지,
어떤 전술과 전략을 써서 도와줄지를 생각하면서도
그의 사랑에 대해 의구심이 들었다.
그의  사랑에 대한 의구심을 아무리 숨기려 해도 소용이 없었나 보다.
세 번의 상담이 끝난 뒤 그는 말없이 사라졌다.
 

상담실을 찾는 사람들의 유형은 다양하다. 주위 사람에게 등 떠밀려서 오는 사람부터 시작해서 남에게 무엇인가를 한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오는 사람, 또는 지푸라기라도 잡으러 오는 사람 등 그들은 가지각색의 이유를 가지고 온다.


“나침판 나와라, 뚝딱”이라도 외쳐보고 싶어 

내놓는  문제도 제각각이다. 하지만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생활이 힘들고 구렁텅에 빠진 것 같이 옴짝달싹 움직일 수가 없으니 빠져나가는 방법을 알려달라는 것이다.


그들의 요구에 맞춰 이런저런 방법을 제시해 주는 일은 어렵지 않다. 그런 방법이 모든 사람에게 적용되는 것이 아닐 뿐만 아니라, 임시방편은 될 수 있으나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하기에는 쉽지 않은 게 문제이다. 


눈앞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만 알고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른다면 제자리에서 맴돌기가 쉽다.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사람을 볼 때마다 그들에게 나침판을 주고 싶다. 그렇게 하면 그들은 제시하는 방법을 가지고 나침판과 함께 앞으로 나아갈 것 같다. 도깨비방망이라도 있으면 “나침판 나와라, 뚝딱”이라도 외쳐보고 싶다. 하지만 그런 신비한 능력이 없어서 육하원칙을 이용해 그들의 문제가 무엇인지 이해하려고 한다.


문제 해결하려면 전략과 전술 양동 작전을 써야

손자병법에 “전략이 있는데 전술이 없으면 이기기가 힘들고, 전술이 있는데 전략이 없으면 패배를 자초하는 길”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전술은 지금 겪고 있는 당장의 문제 해결에 중점을 둔다면, 전략은 근본적인 계획을 통해 장기적이고 지속적으로 겪는 문제의 원인까지도 해결하겠다는 방향을 설정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전략과 전술 이 두 가지를 동시에 쓸 수 있어야 한다.


상담에서도 전술이나 전략 같은 개념을 사용할 수 있다. 많은 피상담자는 현실의 어려움을 돌파하고자 전술적인 도움, 즉 단기적인 문제에 대한 해결 방법을 바란다. 즉각적인 답이 없을 때는 쉽게 관계를 정리하고 떠나기도 한다.


하지만 이들은 당면한 해결책만 찾다가 결국 같은 문제를 반복해서 부딪칠 가능성이 높다. 어떤 사람들은 현재 일어나는 문제를 반복하지 않으려 전술을 넘어서 전략적으로 처리하려고 노력하기도 한다. 전략적으로 나아갈 방향을 정해놓고 현실에서 일어나는 문제에 전술적으로 접근하면 성공할 확률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지도는 탐험에 도움이 될 뿐 영토는 아니다 

더 나은 방법, 방향, 전술과 전략을 위해 많은 상담이론을 알려고 노력해 왔다. 이런 이론을 통해 피상담자를 잘 이끌어 갈려고 애써 왔다. 하지만 이론은 이론이다. 


한국 지도가 한국을 탐험하는 데 도움을 줄지언정 영토는 아니다. 마찬가지로 이론은 피상담자와 함께 걸어가야 할 길을 안내해 줄 수는 있어도 항상 그 사람에게 맞는 성공의 길로 데려다주는 것은 아니다. GPS(위성항법시스템)를 믿고 따라가다가 막다른 골목이나 길이 없는 곳으로 도달했다는 이야기처럼 말이다.


이같이 좋은 상담이론으로 방법과 방향을 찾아 전술과 전략을 개발할지라도 상담 관계가 매번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이런 사람 중의 한 사람이 K이다. 그는 유명한 대학의 한 실험실에서 연구직으로 일하는 오십 대에 들어선 전문직 여성이다. 나이가 들어서도 홀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효심이 깊은 딸이기도 하다.


K, 같이 살던 고양이 죽자 깊은 상실감에 빠져

오랫동안 키워준 어머니에게 버려졌다는 상처를 주지 않기 위해 그는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를 잘 맺지 않았다고 한다. 대신에 그는 키우던 고양이한테서 많은 위로를 받았는데, 십사 년이나 같이 지내던 고양이가 죽자 깊은 상실감에 빠졌다고 털어놓는다.


그러면서 그 고양이를 너무 사랑해서 사람들이 보이지 않았다고 조심스럽게 고백했다. 고양이에 대한 사랑 고백을 듣는 순간에 웃음이 터져 나오려고 하는 것을 꾹 참았다.

고양이를 사랑한 K가 힘들어하는 게 무엇인지, 어떤 전술과 전략을 써서 도와줄지를 생각하면서도 그의 사랑에 대해 의구심이 들었다. 그의  사랑에 대한 의구심을 아무리 숨기려 해도 소용이 없었나 보다. 세 번의 상담이 끝난 뒤 그는 말없이 사라졌다.


인본주의 심리학 분야에서 가장 유명한 인물 중 한 사람인 미국의 심리학자 칼 로저스는 사람에게 집중하면서 진정한 관심과 존중을 보이라고 했다. 그는 꾸밈없는 진실성 있는 태도, 상대를 수용할 수 있는 능력과 피상담자가 바라보는 방식대로 그들 세계를 보는 공감을 끌어 올려야 한다고 했다.


K 만나면 “사랑 잃은 아픔 이해한다”고 하고 싶어

K가 사라지고 한참 뒤에 그가 제기한 문제를 여러 번 생각해 봤다. 그가 이야기하려 한 전체를 전략적으로 본 것이 아니라 전술적으로만 문제를 보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의 사랑을 조금은 비판적으로 평가하다 보니 그에게 안전하다고 느낄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주지 못한 것 같다. 그러다 보니 그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부족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스친다.


K를 다시 만나면 ‘사람은 사랑이 없으면 살지 못한다’라는 말처럼 그의 잃어버린 사랑의 대상에 대한 아픔을 이해한다고 말하고 싶다, 그러면서도 시인 정호승이 ‘사랑하는 사람을 위하여’라는 책에 쓴 구절을 읽어주고 싶다.


울지 말고 이 꽃을 봐라.
그리고 저 바위도,
산다는 것에 의미 따위는 소용없어.
장미는 장미답게 피려고 하고,
바위는 언제까지나 바위답겠다고
저렇게 버티고 있지 않니.
그저 성실하게,
충실하게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아가는 게 제일이야.
그러다 보면 자연히
삶의 보람도 기쁨도 느끼게 되는 거야.
너무 그렇게 절망할 필요는 없어.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다. 실패를 통해 배우는 내게 던지는 말 같다. 힘들더라도 하루하루를 의미 있고 소중하게 살다 보면 언젠가는 피상담자들에게 더 포근하게 다가서며 그들의 상처를 치유하면서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심리치료사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아가는 게 제일이야. 너무 그렇게 절망할 필요는 없어’를 다시 한번 읊조린다. 비전이 보이는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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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화_심리 치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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