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화의 상담 이야기] 치유의 시간으로 기억하자

[정인화의 상담 이야기] 치유의 시간으로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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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화의 상담 이야기(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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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 정부가 국가 봉쇄를 명령한 지 삼 주째가 다가온다. 삼 주 동안 내가 속한 비눗방울(bubble)은 깨지지 않고 잘 버티는 것 같다. 조그만 공간 속에서 다섯 명의 성인이 적절한 거리 두기를 통해 서로 공존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가 발표한 경보 단계가 내려가지 않고 현재의 봉쇄 정책이 연장되면 비눗방울 안에서 우리가 느끼는 여유가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불안은 남아있다.

 

코비드-19로부터 생명을 지키기 위해 집에 있으라는 말을 수없이 들었다. 그 말을 잘 지키려 하루에 한 번만 비눗방울에 속한 구성원들과 함께 공원으로 갔다. 공원에서는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정부의 방침과 식사 메뉴에 대한 이야기를 주로 나눴다.

 

오클랜드에서 코로나바이러스라고 놀림을 당했다는 한국 교민의 이야기를 들었는데도 공원을 걸으면서 불안한 생각은 별로 없다. 아직 별다른 경험을 안 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인종차별을 당한 그들의 아픔을 위로하고 싶다. 서로 도와도 극복하기 힘든 위기 상황에서 많은 사람이 서로를 밀어내지 말고 받아들이면서 예의까지 지킬 수 있는 여유가 있기를 바라면서 집으로 향한다.

 

잘 먹고 잘 자면서도 규칙적인 생활을 영위해야 어려운 상황을 버틸 수 있다고 믿는다. 그런 의미에서 먹을 것이 떨어지면 귀찮더라도 슈퍼마켓이나 한국 식품점에도 자주 가려고 한다.

 

국가 봉쇄가 시작된 뒤 처음으로 헨더슨에 있는 한국 식품점에 갔을 때의 기억은 아직도 생생하다. 출입구에 붙여 놓았던 주의 사항을 보지도 못하고 들어갔다. 물건을 쇼핑 카트에 주워 담다가 남들이 하는 행동이 눈에 띄었다. 그들의 행동을 보고서야 서로의 안전을 위해 지켜야 규칙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창피했는지 순간적으로 무척 당황했다. 몰랐으니까 괜찮다고 당황스럽고 바보 같다는 느낌을 정당화시키려고 노력했다. 그 방어기제가 잘 안 먹혔나 보다. 남들이 나를 어떻게 볼지 모르니까 물건을 사면서도 즐겁다는 느낌보다 불편하다는 생각이 떠나질 않았다.

 

코로나바이러스가 야기한 위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서로가 신뢰하고 협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병에 걸려 죽을 수도, 가지고 있는 직업을 잃을 수도, 또는 남에게 바이러스를 옮길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면 남을 의식하거나 의심하기 시작한다. 바이러스를 두려워하거나 남을 의심하고 탓하지 말아야 한다는 사실은 알고 있어도 불안 때문에 그것을 행동에 옮기지 못하기도 한다. 더러는 그런 불안을 남들에게 옮긴다.

 

뉴질랜드 정부가 앞으로 어떤 전략과 전술로 코로나바이러스를 대처할지 나는 모른다. 무슨 정책을 쓰더라도 장단점이 있기에 모든 사람에게 공평하기는 어렵다. 모두에게 맞는 답은 없기에 그들이 상황에 맞는 전략을 쓰기를 바랄 뿐이다. 그런 과정을 믿고 바라보면서 불안 속에서도 서로를 위하고 돌볼 수 있는 그런 마음이 코로나바이러스 같은 전염병을 이겨내는 힘이 되었으면 한다. 그뿐만 아니라 올바른 손 씻기와 기침 예절, 그리고 마스크 착용과 같은 예방 수칙을 잘 지키면서 사회적 거리 두기와 비눗방울을 지켜나가면 코로나바이러스와의 싸움에서 이길 것이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전염병과 싸움에서 사람들은 스트레스를 받거나 무력감에서 벗어나지 못해 우울해지거나 불안감에 떨 수도 있다. 불안을 달래기 위해서 많은 정보를 찾을 수도 있다. 그럴 경우에는 검증되지 않은 정보로 더 불안해지지 말고 하루에 시간을 정해 놓고 검증된 정보만 체크하면 좋겠다.

 

만약에 하던 일을 못 해 스트레스를 받는다면 카톡이나 소셜 네트워킹 서비스(SNS)를 통해 남들과 소통함으로써 그 감정을 해소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리고 남들과의 단절로 인해 무기력해졌거나 우울해졌다면 규칙적으로 먹고 자고 운동해서 생활의 리듬을 찾아보자. 만약에 이런 것들이 전술이라면, 전략적으로 서로의 불안과 우울을 이해하고 인정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긍정학교의 교장 채정호는 긍정의 참뜻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좋지 않은데 좋다고 우기면 그것은 긍정이 아니라 왜곡이고 상황이 안 좋은데 좋다고 하면 그것은 망상이라고도 했다.

 

어떻게 보면 긍정이라는 말로 불안과 우울을 숨기거나 경시하지 말고 그 원인을 찾아 이해하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때 불안과 우울한 상태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겠다고 생각한다.

 

홀로코스트 생존자이며 정신과 의사인 빅터 프랭클도희망이 실현되지 않는 순간 절망감과 좌절감을 느낄 수 있다라고 했다.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많은 사람이 희망이라는 말로 현실을 부정했다가 그 희망이 현실에서 일어나지 않을 때 거기에서 나오는 절망감으로 삶의 끈을 놓았을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이 든다. 지나간 역사가 보여주듯이 코로나바이러스하고의 싸움은 언젠가 끝난다. ‘어떤 사람들이 살아남아 후유증 없이 일상생활에 복귀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누군가에게 던지고 싶다.

 

과거의 선택을 후회하거나 불안과 공포 속에서 살아 있는 지금, 이 순간을 즐기지 못하는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지는 않다. 힘든 현실을 부정하지 않으면서 남들과 같이 이해하고 배려하며 참고 버티다 보면 국가 봉쇄라는 어려운 시기를 잘 보낼 것 같다.

 

그런 과정을 거쳐 일상생활로 돌아갔을 때 조금은 성숙해진 내 모습을 보고 싶다. 『호모 사피엔스』라는 책으로 유명한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가 코로나바이러스에 관해 이렇게 말했다.

폭풍은 지나간다. 그러나 현재의 선택이 미래의 삶을 변화시킨다.”

 

이 어려운 시기에 남을 밀어내는 내 모습이 아니라 조금이라도 남의 불안을 이해하고 아픔을 나누려고 하는 내 모습을 기억하고 싶다.

 

코비드-19가 가져온 위기 속에서 어쩔 수 없는 것은 받아들이면서 이 시기를 견디고 잘 지내보자. 훗날 이 위기가 치유의 시간으로 기억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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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화 _심리 치료사 

021 0262 3579
junginhwa1@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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