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임수의 열린 상담이야기] 한국 아버지, “죄스럽고, 서운하고, 억울하고, 두렵다”

[김임수의 열린 상담이야기] 한국 아버지, “죄스럽고, 서운하고, 억울하고,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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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임수의 열린 상담이야기(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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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주 전 더니든의 한 로컬 라디오 방송국과 ‘한국 아버지’ 대 ‘키위 아버지’라는 주제로 인터뷰를 했다. 두 그룹의 차이점을 설명하면서 몇 가지 대비되는 개념들을 소개했다. 그것은 위계질서와 평등주의 그리고 집단주의와 개인주의였다. 


‘한국 아버지’들이 보편적으로 가지고 있는 집단적인 심리가 주제가 된 셈인데, 이것은 세계에서도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롤러코스터 같은 질곡의 한국 현대사가 개인에게 깊게 정서적 심리적 영향을 미쳤다는 것을 전제로 한 것이었다.  


이러한 대화에서 주의해야 할 점은 지나친 일반화이다. 쉽게 말하면 “한국 아버지들은 다 이렇고, 키위 아버지들은 다 이렇다”는 식이다. 사람이 모두 각자의 개성을 가지고 있을지언대, 그들 모두를 하나의 범주 안에 가두어 놓고 도매금으로 판단을 하는 것은 위험한 생각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반화는 한 그룹을 전체적으로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측면도 있을 것이다. 이런 점을 감안하고 읽으시기 바란다. 


그건 그렇다고 치고, 왜 어머니도 아니고 자녀도 아니고 아버지인가. 

그것은 한국 아버지들의 정서(mindset) 혹은 정신상태(mentality)를 이해할 수 있다면, 또한, ‘아버지’들이 가슴속에 안고 살아가고 있는 압도적인 중압감을 이해할 수 있다면, 많은 가정문제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애석하게도 많은 ‘아버지’들이 큰 심리적 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 스스로에 대한 성찰과 노력도 그리 크지 않아 보이며, 주변의 가족들 또한 그들에 대한 이해와 기대도 크지 않아 보인다. 그 이유를 찾아보자면, ‘아버지’는 항상 그랬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는 체념의 마음이 굳게 자리 잡았기 때문이 아닐까. 


자, 이제 제목에서 용감하게 선언(?)한 ‘한국 아버지’들의 네 가지 감정들을 간단하게 살펴보자. 


죄스럽다. 

종교를 초월하여 한국인에게 관통하는 정신이 있다. 그것은 유교 정신이다. 이는 많은 한국인에게 적용되는 생활의 철학이요 규범이다. 특히, 부모에 대한 효와 공경은 한국인이 공통적으로 가지고 삶의 미덕이요, 절대 선(善)이다. 이민을 선택하여 고국을 떠났거나, 혹은 한국에서 살더라도 부모님께 인륜의 근본인 효를 다하지 못했다는 죄책감은 마음속 깊숙이 자리하고 있다.


서운하다.

한국 아버지들은 위계의 질서 안에서 생존하도록 최적화되어 있다. 따라서 위계를 유지하고 자신에게 적합한 권위를 지키기 위하여 부단히 노력한다. 그러나 지위, 권한, 능력 등 사회에서 통용되는 위계질서가 반드시 가정 안에서 똑같이 작동하리라는 보장이 없다. 가정은 자신을 형성하는 여러 겹(layers)들이 그대로 들춰지는 ‘날 공간’이다. 자기의 부족함을 솔직히 인정하고 자신의 권위를 내려놓으려 하지 않는 아버지에게 진정한 존중을 기대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이율배반적인 것은 많은 한국 아버지들이 부모에게 죄스러운 감정만큼 자신의 가족들에게는 서운한 감정을 가진다는 것이다. 


억울하다. 

아버지들은 일제 식민지, 해방, 그리고 분단, 6.25 전쟁, 4.19, 5.16, 월남전을 거쳐 70년대 유신, 80년대 군부독재, 민주화를 거치며 현대사의 거대한 태풍을 온몸으로 맞서며 살아왔다. 그들은 죽기 살기로 일했다. 안 되면 되게 했고, 대를 위해서 나 하나의 희생도 개의치 않았다. 덕분에 대한민국 경제는 세계 역사상 유례없는 대성공을 거두고 지금도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이 과정에서 더러운 꼴 별의별 수모 다 겪으면서 가족들 먹여 살리기 위해 지금까지 이를 악물고 견뎌왔는데, 당신들 자리는 이제 여기에 없다고 한다. 억울할 따름이다. 


두렵다. 

충성이 미덕인 서열화된 사회에서 성장한 한국 아버지들. 하지만 이제 세상이 바뀌었다고 한다. 자신들은 나름대로 진심 어린 충고와 조언을 한다고 하지만, 돌아오는 것은 ‘꼰대의 잔소리’라는 비아냥뿐이다. 새로운 세계에서 살아가고 있으니, 새로운 가치관을 형성해야 한다고 한다. 변해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한국 아버지들은 두렵다. 솔직히 말하면 변화를 감당할 힘이 남아 있지 않다. ‘내 방식대로 이대로 살 것이다’라고 버텨보지만 두려움은 떨칠 수 없다.  


그러나 현실은 냉혹하다. 특히, 이민생활에서는 더욱 그렇다. 사소하게 시작된 일이 걷잡을 수 없게 치닫는 경우도 있다. 가정폭력(domestic violence)에 대한 인식차이가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문화와 가치관의 차이를 배우기를 거부하고 한국의 방식을 고수하다가 비극적인 대가를 치르는 것이다.  


애틋한 마음으로 서로를 공감했으면

글을 쓰다 보니 마음이 시리다. 전형적인 ‘한국 아버지’로서 스스로 감정이입이 되었기 때문일까.


하지만 이 자리를 빌려 한국 아버지들의 정서를 전해드리고자 하는 것은, 우리 인간이 모두 두려움에 떠는 초라하고 나약한 존재들이며, 온갖 무게를 짊어져야 하는 ‘한국 아버지’들도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을 말씀드리기 위함이다. 겉으로는 자기의 자리와 권위를 지키기 위해 안간힘을 쓰지만, 안으로는 한없이 연약하고 여린 존재들이라는 것이다. 


이 글을 통해 어떤 해답과 대책을 찾으려고 하는 것이 아니다. 단지, ‘아버지’들의 마음속에 이러한 응어리가 있다는 것을 알아주었으면 좋겠다. 


이제 우리 애틋한 마음으로 ‘아버지’들을 바라보자. 애틋한 마음으로 마음을 열어 대화를 시작하자. 이러한 대화를 통해 서로를 이해하게 되면 그들의 아픔과 상처에 공감하게 될 것이다. 누구에게는 한없이 우러러 보이는 존경스러운 분, 또 누구에게는 이 세상에서 제일 이해하기 어려운 존재인 ‘한국 아버지’.  

이제, 그분들 삶에 경의를 표하며 글을 마무리하고 싶다. 


“당신들은 정말 최선을 다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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