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 인생에 큰 스트레스 요소 중 하나

이민, 인생에 큰 스트레스 요소 중 하나

뉴질랜드타임즈 댓글 0 조회 377 추천 4


김임수의 열린 상담이야기(10)

4e4e181801e3b1ce1ae60cb4f9c37035_1601520364_0822.jpg
 

‘저는 현재 정신병 회복 중에 있습니다.’

‘잘 지내고 계세요?’라는 의례적인 인사에 이러한 답변을 듣는다면 당황하실 것이다. ‘맹장 수술받고 회복 중에 있습니다’라는 말과는 다가오는 느낌이 사뭇 다르기 때문이다. 사실, 웬만큼 친한 사이 아니면 자신의 건강 상태(육체적, 정신적 모두 포함)에 대해 세세히 말을 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물며 편견이 심한 정신병의 경우 더더욱 그렇다. 여전히 정신건강의 문제를 자신의 나약함, 그리고 도덕적 종교적 신념 부족으로 돌리는 시각이 강하게 남아 있기 때문이다.


지난주(9월 21일~27일)는 뉴질랜드의 정신건강 인식제고 주간(Mental Awareness Week)였다. 특히, 올해는 코로나19의 대유행으로 우리들 삶의 가치관이 송두리째 흔들리는 경험을 하면서 어느 때보다 정신건강의 중요성에 관한 관심이 높아졌다.  


우리가 삶을 살아가면서 경험하는 것 중에 스트레스를 주는 사건들은 무엇일까? 비슷한 주제로 다양한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지만, 대부분의 연구에서 가장 높은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사건은 사랑하는 가족의 죽음이라고 한다. 그리고 이혼, 실직, 사고 등이 뒤를 잇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이민도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사건 중 상위 순위에 올라와 있다는 점이다. 


낯설고 물설은 곳에서 정착하여 살아가는 과정이 어떠한 것인지 이민을 경험한 사람이 아니고서는 그 스트레스와 고단함을 가늠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한국에 있는 가족, 친지들은 부러움 섞인 말로 ‘천국과 같은 평화로운 뉴질랜드에 살고 있으니 무슨 걱정이 있겠느냐’고 반문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곳도 사람 사는 세상. 가족, 친구들과의 갈등, 먹고 사는 문제 압박 등 인간사 문제는 어디라도 같다. 게다가 타 인종과 함께 살아가면서 겪는 문화적 차이, 인종차별 문제까지 더하면 이민자로 살아가면서 소위 ‘멘탈’을 잘 챙기는 일이 여간 벅찬 일이 아니다. 


이민자가 새로운 환경에서 정착하는 과정을 나무가 원래 자라고 있던 곳에서 뿌리째 옮겨져 새로운 토양에서 다시 뿌리 내리는 과정으로 설명하는 모델이 Tree Model (트리모델)이다. 한국의 나무를 이곳 뉴질랜드에 다시 심는 과정을 생각해 보자. 토양이 다르고 기후 환경 등 성장의 조건도 다른 곳에서 뿌리를 내리는 과정이 얼마나 힘들 것인가. 나무를 옮겨올 때 뿌리에 원래 살고 있던 토양의 흙을 완전히 털고 온다면 그 나무는 살아날 수가 없다. 즉, 예전 토양과 새로운 토양이 잘 섞여서 양분을 충분히 공급받아야 한다. 


동서양의 가치관 차이, 문화적, 언어적 차이 등을 조화롭게 새로운 토양을 만들어 가는 과정이 이민이다. 그러나 화학적, 물리적, 정서적 결합이 결코 쉽지 않은 과정이다. 그 나무가 새로운 땅에서 뿌리를 잘 내려 잎이 나고 꽃이 펴서 열매를 맺는다면 얼마나 아름답고 보람 있을까.  


이렇듯 뉴질랜드에 살고 있는 우리 이민자들의 정신건강문제는 문화적, 정서적, 심리적, 재정적 문제를 망라하며 삶의 모든 부분에서 발생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제 정신건강의 문제는 더 이상 남의 문제가 아니며 나와 우리 모두의 공동체 문제이다. 부끄러운 일도 아니고 도덕적인 나약함, 혹은 종교적 신념 부족 등의 문제도 아니다. 공동체 구성원 모두 정신건강 문제를 함께 고민하고 서로에게 도움을 줄 수 있도록 용기를 북돋우고 격려해야 한다. 


얼마 전, Asian Family Services에서 아시아인 500명을 대상으로 정신건강에 대한 설문 조사를 시행하였다. 조사결과 아시안 18세 이상의 성인들 중 정신건강 문제를 경험하고 있다고 응답한 사람이 응답자의 20%에 달했다. 이 수치는 뉴질랜드인을 대상으로 하는 정신건강 조사 결과와 크게 다르지 않지만, 아시안들의 경우 일상에서 경험하는 인종차별 문제까지 포함한다면 정신건강의 문제가 훨씬 더 광범위하게 발생한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코로나19가 유행하고 록다운이 실시되는 과정에서 아시안에 대한 인종차별 건수가 늘어나고 있다고 하는데 이번 조사에서도 응답자의 83%가 인종차별을 경험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결과에 따르면 아시안들은 스트레스, 우울감, 강박 등 정신건강의 문제를 겪고 있을 때 가족, 친구 등에게 우선 도움을 청한다고 한다(응답자의 85%). 이 수치는 상당히 고무적이다. 자신의 정서 심리가 불안정 ]하다고 느끼고 그것이 삶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때, 믿을만한 누군가에게 도움을 청하기 때문이다. 우려스러운 것은 나머지 15%에 해당하는 분들이다. 심리적, 정신적 고통을 자신이 혼자 외롭게 짊어지고 나가는 것은 매우 위험한 상황으로까지 발전할 수도 있다. 


가족과 친구들에게 털어놓기 힘든 정신적 어려움이 있다면 주저하지 마시고 전문적인 상담기관 혹은 가정의(GP)에게 상담을 받으시기를 권한다. 그리고 현재 주변의 가족과 친구 중에 정신건강 문제로 고통받고 있는 분들이 있으면 그들에게도 상담 혹은 진찰을 받으시도록 권유하시기 바란다. 


아직도 많은 분들이 심리상담을 낯설어하지만 상담은 ‘공감 대화’이다. 즉, 비밀이 보장되는 환경에서 자신의 고민을 비난 없이 들어주는 사람과 대화하는 것이다. 어떤 사람은 자신의 고민을 나눌 사람을 찾기 위해 심리상담을 하고 혹은 자신의 문제를 다른 시각으로 보기 위해 상담을 하기도 한다. 심리상담을 잘 활용하면 심리적, 정서적 안정은 물론 자신의 내적 성장에도 큰 도움이 된다. 자신의 내면 감정과 생각을 안전한 공간에서 말로 표현하는 기회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심리상담을 받는다고 자신에게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인생의 여정에서 선택의 방향을 정할 때 누군가와 도움을 청하고 받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럽고 바람직한 일이다. 그러니, ‘공감 대화’에 참여하시라. 함께라면 헤쳐나갈 수 있다.



b9d66ff454e25991dc48e978aaf0992a_1594848325_9912.jpg
김임수_아시안패밀리서비스 심리상담사   

전화번호: 0800 862 342 / 09 951 3789

Email: imsoo.kim@asianfamilyservices.nz


저작권자 © ‘뉴질랜드 정통 교민신문’ 뉴질랜드타임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게시글에 달린 댓글 총 0
 
 
 

애드 프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