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 1등과 덕스(Dux)

전교 1등과 덕스(Dux)

뉴질랜드타임즈 댓글 0 조회 347 추천 3


김임수의 열린 상담이야기(12) 


8099a365df23ed8189f844c0f58a19b3_1604463231_5776.jpg
 

이민 초창기 교민지 1면에 등장하여 나의 눈길을 끌었던 기사의 제목은 대략 이러했다. ‘자랑스러운 교민 자녀 ***군(양) ** School, Dux 영예’.


이런 기사를 읽을 때면, 마치 내 자식의 영예인양 뿌듯하고 자랑스러운 마음이 들다가도 은근 시샘이 나기도 하는 복잡한 심정이었다. 이때 알게 되었다. 뉴질랜드에도 한국의 전교 1등과 비슷한 Dux(덕스)라는 것이 있구나. 

원래 Dux는 라틴어의 Duce(리더)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뉴질랜드의 Dux는 그해 졸업생 중 학업 부문에서 가장 큰 성취를 이룬 학생에게 수여하는 최우등상이다. 모든 뉴질랜드 고등학교의 강당에는 매해의 학생회장(Head Student)과 Dux 수상자의 이름이 새겨진 명패가 함께 걸려 있으니 개인적으로 대단한 영예임에는 틀림없다.  

얼마 전 한국의 젊은 의사들과 의대생들이 정부의 장기 의료인 양성계획에 반발하여 파업하고 의사자격시험을 거부하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의대생들이 자신들을 ‘전교 1등’으로 지칭하며 우월감을 표출하기도 했다. 전교 1등을 전교 1등이라 부르는 것에 무슨 문제가 있겠느냐만, 그들의 특권의식과 이기적인 엘리트주의에 많은 국민들은 실망을 하며 비난을 했다. 긴 생의 여정 속에 불과 몇 년 동안 이룬 작은 성과에 취해 우쭐대는 모습에 분노했던 것이다. 

한국에서 전국의 고등학교 전교 1등이 서울, 지방의 의과대학의 정원을 모두 채운 후에 공대와 자연과학계열의 정원이 채워진다는 사실을 익히 알고 있던 터라 그들이 가지고 있는 자부심은 일견 이해가 되기도 했다. 사실, 예나 지금이나 의과대학에 입학하기 위해서는 학업성적이 탁월해야 함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한 명의 의사가 양성되기까지 본인 자신의 각고의 노력은 물론 비용과 시간도 엄청나며, 의사가 된 후에는 의료현장은 물론 사회 공동체 안에서 그들의 영향력도 지대하다. 2020년 우리는 코로나바이러스와의 전쟁과정에서 의사와 간호사 등 의료인들의 숭고한 헌신을 보며 그들에게 무한한 존경의 마음을 가지고 있다. 

한국에서 소위 명문대 인기학과의 입학생 대다수가 중산층 가정 출신이라는 통계를 본 적이 있다. 이곳 뉴질랜드에서도 양질의 교육이 모든 학생들에게 공평하게 주어지고 있는가에 대한 논쟁이 계속되고 있다. 뉴질랜드 대학에서는 중산층 이상 가정의 자녀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입시사정을 보완하기 위한 정책이 꾸준히 시행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제도가 마오리 퍼시픽 아일랜더(Maori and Pacific Islander preferential admission scheme) 특별전형이다. 뉴질랜드의 의대, 법대에는 마오리 퍼시픽 학생이 별도의 전형을 통해서 입학하는 제도가 운용되고 있다. 입학 후에는 일반 전형 학생들과 똑같은 경쟁을 하지만, 학교 측에서도 이들의 성공적인 학업 수행을 위해 아낌없는 지원을 한다.

이러한 제도가 잘 정착되어 운용될 수 있는 것은 기회의 공정성(equity)에 대한 확고한 철학이 있고 이를 투명하게 운영하는 시스템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이 제도로 인해서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인 아시안 학생들이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받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뉴질랜드 사회 구성원들은 이 제도를 특혜라고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만약, 소외된 사회적 약자 그룹에서 지도자가 배출되지 않는다면 뉴질랜드 사회의 다양성이 크게 위협을 받을 것이고 장기적으로는 사회의 불안요소로 작용할 것임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 제도의 중요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인물이 있다. 2014년 올해의 뉴질랜드인(New Zealander of the year 2014)으로 선정된 가정의(GP) Lance O’Sullivan이다. 

O’Sullivan은 마오리 아버지와 백인 어머니 사이에 태어났는데, 그의 어머니는 알코올중독과 폭력을 일삼는 아버지를 떠나 싱글맘으로 그를 키웠다고 한다. O’Sullivan은 청소년기 방황의 시간을 보내며 일반 고등학교에서 수차례 정학을 받는 등 문제아로 낙인 찍혔지만, 마오리 기숙학교로 전학한 후 가족과 선생님들의 따뜻한 배려와 지원 속에 무사히 고등학교를 졸업하게 되었다고 한다. 

졸업 후 노동자로 일하며 가정을 꾸린 그는 21세에 이르러 오클랜드 의대에 마오리 특별전형(Maori preferential admission scheme)으로 입학하게 된다. 무사히 의대를 졸업한 O’Sullivan은 도시 의사의 안락한 삶을 거부하고 Northland 지역에서 클리닉을 열고 가난한 마오리, 빈곤층을 위한 의료서비스 개선에 노력하게 된다. 그는 이 공로를 인정받아 2014년 올해의 뉴질랜드인 상을 받게 된다. 

이곳 뉴질랜드에서 20년을 살면서 사회 지도층의 역할과 사명에 대하여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공익에 대한 책임감(노블레스 오블리주: Noblesse Oblige)을 가지고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고 공동체의 선익을 추구하며 이를 실천하는 지도자들. 그리고 이들을 믿고 자기 삶의 자리에서 성실하게 살아가는 국민들. 이들 모두가 자랑스러운 뉴질랜드를 만들어가는 주역이 아닐까 생각한다. 

많은 분들이 뉴질랜드에 이민을 온 목적을 자녀교육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많은 한국 부모들이 자녀들의 학업성적 향상에 전력을 추구하며 선망의 직업인 의사, 변호사 등을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뉴질랜드에서 한국 학생들의 학업적 성취는 이미 정평이 나 있다. 따라서 앞으로도 뉴질랜드에서 우수한 능력을 발휘하는 한국 학생들이 계속해서 배출될 것이다. 나는 이러한 엘리트 한국 학생들이 자신의 재능을 자신만을 위해 사용하지 말고 뉴질랜드 사회공동체를 위해 나누기를 당부하고 싶다. 

이들이 타고난 지적 능력에 대하여 겸손한 마음으로 감사하게 생각하고 꾸준한 자기 헌신을 통하여 타인의 삶에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는 선량한 시민으로 성장하기를 응원한다.

개개인의 고유한 장점과 아름다움에 공감하며 서로를 보듬고 함께 살아가는 사회를 꿈꾼다.
 

b9d66ff454e25991dc48e978aaf0992a_1594848325_9912.jpg
김임수_아시안패밀리서비스 심리상담사   

전화번호: 0800 862 342 / 09 951 3789

Email: imsoo.kim@asianfamilyservices.nz


저작권자 © ‘뉴질랜드 정통 교민신문’ 뉴질랜드타임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게시글에 달린 댓글 총 0
 
 
 

애드 프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