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도대체 무슨 말을 하고 있는가?

당신은 도대체 무슨 말을 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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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임수의 열린 상담이야기(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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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e/He knows what she/he is talking about.”

이러한 영어표현을 보신 적이 있는가? 직역하면 ‘그는 자신이 말하고 있는 것을 알고 있다’이다. 그러나 이 표현의 정확한 의미는 ‘그 사람은 특정 분야에 충분한 지식과 경험이 있다’이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자주 경험하는 바이지만 얘기를 하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엉뚱한 방향으로 치닫는 경우가 많으며, 남의 얘기를 들을 때도 ‘저 사람이 제대로 알고 얘기하는 것인가?’ 의문이 드는 경우도 많다. 


어떤 사람이 애매모호한 말 혹은 어려운 용어를 남발한다면, 혹은 미사여구를 현란하게 구사한다면 십중팔구 그 사람은 ‘뭘 모르고 얘기하고 있거나 혹은 사기를 치는 경우’일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자신의 의견이나 주장을 펼칠 때 자기 자신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스스로 알고 있어야 한다는 이 표현에 깊은 공감을 하게 된다.  


말을 제대로 하려면 연습이 필요하다. 

내가 말의 중요성을 깨닫고 실천을 결심한 것은 데이비드 스즈키(David Suzuki)의 글을 통해서이다. 스즈키는 일본계 캐나다인으로서 세계적인 생물과학자이며 환경운동가이다. 이민 2세대인 그는 어린 시절 매일 한 시간씩 아버지 앞에서 자신의 주장을 발표하는 교육을 받았다고 하는데, 이것이 훗날 자신이 환경운동가로 성장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고 말했다.


그의 아버지는 ‘서구사회에서 아시안들이 토론실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사회참여에 소극적으로 되고, 결국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지 못하게 된다’며 아들에게 스피치(speech) 교육을 철저히 시켰다고 한다. 


스즈키의 인터뷰 기사를 읽었던 당시 나는 만학도로서 대학에서 공부하고 있었다.

영어로 강의를 따라가기에도 벅찬 상황에, 다른 학생들과 소그룹으로 토론을 하고 그룹별 발표와 토론에 참여하는 것은 대단한 고역이 아닐 수 없었다. 언어 자체에 장벽도 컸지만 다른 사람들 앞에서 자신의 의견을 이야기한다는 것은 한국식 단순 주입방식으로 교육을 받은 나에게는 거의 고문에 가까운 공포 그 자체였다. 


이런 와중에 스즈키의 사례를 듣고 이참에 용기를 내서 말하는 연습을 해 보자고 굳게 결심했다.

우선, 뉴질랜드 해럴드 사설 읽기부터 시작했다. 당시 고등학교 1학년(Year 11) 큰아들이 엉겁결에 코가 꿰어 들어왔다. 사설을 읽고 맞든 틀리든 자신이 생각하는 바를 얘기했다. 내친김에 나는 아들을 학교의 Debating club(토론클럽)에 가입하도록 권유했다. 아들은 Debating이 무엇인지 아무것도 모르는 채 가입을 했고, 졸업할 때까지 3년 동안 나름 열심히 활동했다. 


뉴질랜드 고등학교에서 Debating club은 매우 중요한 과외 프로그램이다. 뉴질랜드 학교는 스포츠 활동(특히 럭비)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지만 Debating club도 학교 차원에서 많은 지원을 하는 편이다. 시즌이 되면 매주 열리는 학교별 대항전의 열기가 뜨겁다.


사실, 대화와 토론은 뉴질랜드인들의 일상생활에 깊숙이 들어와 있다. 어느 모임에서도 돌아가면서 각자의 생각을 말하고 듣는 것을 거르지 않는다. 뉴질랜드 TV와 라디오에서도 가장 인기 있는 프로그램 중 하나는 토크쇼이다.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에서 정치인이 말과 토론을 못 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뉴질랜드 국회에서는 법을 만들 때 토론이 몇 차에 걸쳐 이루어지고 최종 입법화된다. 그리고 이 단계별 토론내용이 언론을 통해서 소상히 보도된다. 말 그대로 뉴질랜드 국회는 입법기관 본연의 역할을 아주 충실하게 수행하는 것이다. 


말하기, 글쓰기 능력은 자아실현의 과정

그렇다면, 현재 말의 중요성을 절감하고 있는 당신(나)은 어떠한가?

지난 10년 넘게 수없이 많은 세미나와 교육, 강의 등을 통해서 맷집을 키워왔지만, 여전히 남들 앞에서 말을 하는 것에 대한 심한 울렁증을 가지고 있다. 


영어에 대한 두려움도 크지만, 말을 잘한다는 것에 대한 심리적 저항도 만만치 않음을 느낀다. 

나의 학창시절로 말하자면 다들 먹고살기 힘든 가난한 시절이었지만, 동네마다 주산학원, 웅변학원이 나름 성업을 하고 있던 시절이기도 했다. 그렇다 해도 말을 조리 있게 잘하고 자신의 주장을 논리적으로 설파할 기회는 말할 것도 없고, 누군가와 어떤 주제에 대하여 심도 있게 대화를 나눈다는 것도 상상할 수 없었다. 오히려 남자아이의 경우 말을 삼가는 것이 의젓함의 미덕으로 칭찬받는 분위기도 존재했다. 


이곳 뉴질랜드에서 한국 청소년들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자기 생각을 말할 때 쭈뼛거리는 모습을 발견하곤 한다. 말이 되든 안 되든 당당하게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것이 우리가 살고 있는 현대 사회에 꼭 필요한 덕목임을 생각해볼 때, 우리 한국 학생들이 지나치게 조심성이 많은 것은 아닌가 하는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이런 정서는 다분히 장유유서의 위계를 중시하는 유교적인 전통에서 기인한 바가 크지 않을까 생각한다. 아직도 우리 주변에는 아이들이 나름대로 자기주장을 펼치는 것을 듣고 ‘버르장머리 없다’라던가 ‘어른을 까먹으려 든다’는 식의 논리를 강요하는 어른들이 있다. 그러나 합리적 개인주의, 건강한 공동체 정신을 강조하는 뉴질랜드 사회에서 성장하고 있는 우리의 2세들에게 필요한 것은 자신의 확고한 정체성과 높은 자존감이다. 


자신을 당당하게 표현할 수 있는 사람이 자존감이 높다. 또한, 자존감이 높은 사람이 상대방에 대한 존중도 깊다. 자신에 대한 자존감과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공감은 동전의 앞 뒷면과 같아서, 나를 이해하는 능력이 곧 남을 이해하는 능력이기 때문이다. 


다행스럽게도 최근 몇 년간 뉴질랜드 공동체 내에서 한인 청소년들의 말하기, 글쓰기 교육에 대한 관심이 크게 높아지고 있다. 한국어 교육을 담당하는 한글학교와 오클랜드 문학회가 ‘자기 꿈 말하기 대회’와 ‘글짓기 대회’를 성황리에 개최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공동체에 봉사하는 여러분들의 헌신과 노력 덕분에 한국 학생들의 말하기, 쓰기 실력이 눈에 띄게 성장하고 있다고 한다. 학교에서 영어로 교육을 받는 한국 학생들이 모국어를 통하여 자신을 표현하는 것은 한국어 실력 향상은 물론 자신의 정체성 확립에 큰 효과가 있음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한국어든 영어든 자신의 의견을 당당하게 표현하고 다른 사람의 의견을 경청하며 그 차이점을 이해하는 사람을 양성하는 것이 민주주의 교육의 핵심이다. 자신의 생각과 주장을 논리적으로 설명하고, 대화를 통하여 상대방과의 차이점을 인식하며 토론과 협상을 통하여 합의점을 도출해 나가는 과정이 민주주의이기 때문이다. 뉴질랜드 민주주의에 공헌하는 한인 젊은이들이 무럭무럭 성장하고 있음에 큰 자부심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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