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런스 영의 건강 읽기(25)
이전 세대보다 지금 중, 장년의 기대수명은 상당히 높아졌다. 별 생각 없이 살다가는 내 몸의 기능이 길어진 노후를 따라오지 못할 수도 있다. 조금 더 긴 호흡으로 내 몸을 돌봐야 할 이유 중 하나이다.
오래 사는 것만큼 어떻게 사느냐? 또한 중요하다. 육체적, 정신적, 사회적 관점에서 삶을 들여다보면서 만성질환이 내 몸과 마음에 얼마나,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분명히 알아야겠다.
육체적 관점
할아버지, 할머니 세대에는 60년 삶을 기념하는 환갑잔치가 거창한 행사였고 주인공에게도 큰 기쁨이었다. 아버지, 어머니 때에는 변화의 물결이 밀려왔다. 팔순은 되어야 잔치거리(?)가 되고 그마저도 간단한 가족모임에 해외여행으로 대신한다.
그럼, 지금의 50, 60대는 어떨까? 나는 지금의 오, 육십 대를 ‘구구팔팔세대’라고 부르려 한다. 실제로 구십구세까지 팔팔하게 사는 삶이 쉽지는 않겠지만, 내가 90대가 되는 2060년대(아직은 결코 그때가 올 것 같지 않지만)에는 초고령 인구가 전체의 약 40%대는 될 것이라고 예측하니 가히 ‘노인 천국’이다.
시니어 환자들을 진료하면서 종종 당부드리는 것이 있다.
“… 특히 하체 건강 조심 하세요! 하체 관절에 문제가 생기면 통증은 물론 움직이기도 힘들어 져요. 그래서 늘 누워 지내셔야 하고요. 그러면 신진대사에 문제가 생기며 여기저기 합병증이 생겨요.
그러면 우울증 생기기 십상이고요. 화장실 가시는 거, 가까운 산책 나가시는 거, 사소한 일 하나하나, 지팡이나 휠체어에 의지하시거나 다른 사람의 도움이 필요해요. 그러기 싫으시잖아요. 그쵸? 그러니 평소에 고관절, 무릎관절, 발목관절 건강에 더 많은 신경을 쓰셔야 해요!”
“… 끄응(끄덕끄덕)” (내 관절 돌리도! 라는 표정으로)
정신적 관점
최근 정신의학 연구에 따르면, 정서적 지지를 충분히 받는 노인은 인지기능이 높은데 이는 해마(뇌에서 기억력을 관장)의 부피와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연구팀은 치매에 걸리지 않은 60세 이상의 한국인 410명을 정서적 지지점수에 따라 점수가 낮은 그룹(108명)과 보통 점수를 가진 그룹(302명)으로 나누고 정서적 지지와 인지기능 사이의 연관성을 알아보았다. 그 결과 평소 정서적 지지를 충분히 받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노인치매 예방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아직까지 치매 또는 알츠하이머병의 치료방법은 없다. 단지, 일시적으로 증상을 늦추고 환자 삶의 질을 조금 개선할 수 있을 뿐이다. 기억을 송두리째 빼앗기는 치매는 가족, 친구, 나조차도 누군지 모르게 되는 슬프고 두려운 질병이다.(물론, 치매와 치맥도 구분하기 힘들다)
사회적 관점
나이 들면서 원만한 관계유지는 매우 중요하다. 특히나 가족 관계는 더욱 그렇다. 내가 백 세가 되면 아내와 장장 70년을 함께 살게 되는 것이다. 어디 그뿐인가, 아이들과 유대관계의 기간도 그만큼 길어진다. 곁에만 있어도 생각만 해도 행복한 관계, 그런 가족 관계를 위해서 나는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
우리는 때로는 의지로 때로는 의지와 상관없이 사회관계를 맺는데, 대체적으로 여성들은 관계 맺기를 잘한다. 그에 비해 중, 장년을 넘어서는 남성들은 그렇지 못한 편이다. ‘꼰대’ 소리 들으며 관계에서 소외되지 않으려면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고 배려하며 조금 더 긴 호흡으로 삶을 바라봐야겠다.
다인종·다문화 사회
OECD는 한 국가에서 외국인 인구가 전체의 5%를 넘으면 ‘다인종·다문화 국가’로 분류한다. 내가 살고 있는 뉴질랜드는 완전한 다인종·다문화 국가이다.
이민 초기에 오클랜드 시티를 걸으며 반바지에 슬리퍼 신은 사람, 털모자에 밍크코트를 입은 사람이 동시에 같은 거리를 지나는 모습이 무척 낯설었다. 하지만 지금은 공원을 산책하며 들려오는 다양한 언어, 다양한 모습의 사람들 모두 익숙하고 자연스럽다.
한국도 조금씩 다인종·다문화 사회가 되어간다. 그러면서 한국으로 이주해 오는 인구증가로 당분간은 총인구 감소 시기는 늦춰지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전체 인구수는 감소하게 될 것이다. 문제는, 인구는 감소하고 있지만, 노인 비중은 급속히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저출산 상황에서 인구 비중이 높은 베이비붐 세대(1950년~1963년생)가 고령 인구로 진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100세 시대, 다인종· 다문화 사회는 축복일까, 재앙일까?
만성질환
기능의학은 의학의 새로운 전문분야라기보다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물리적, 생화학적, 심리 사회적 부분을 좀 더 확장 적용시킨 것이다.
21세기 재앙이라고까지 말할 수 있는 만성 퇴행성 질환, 다양한 만성 증후군, 면역질환, 생활습관 질환, 환경요인 질환 등은 근본적인 생리적 과정과 내부의 임상적 불균형을 다루는 체계를 통해서 설명될 수 있다.
식이와 질병은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 음식은 우리 몸의 필수 에너지원이다. 현재 우리가 먹는 음식은 만성 질환의 원인이 되기도 하고, 예방, 회복, 더 나아가 치료의 원료가 되기도 한다.
[밸런스영의 건강팁]
UN의 연령 기준을 보자. 환갑을 넘긴 나이도 청년이다. 그만큼 스스로 느끼는 나이도 많이 젊어졌다. ‘나이 들어도 마음만은 청춘’이라는 말, 이제는 ‘나이 들어도 몸도 마음도 청춘’으로 바꿔야 하지 않을까?
유튜브에서 90이 넘으신 노인이 힘차게 싸이클링을 하신다. 100세가 다 되어가는 분이 학위를 받으시고 중국어, 아랍어 등 외국어 공부를 하며 뇌를 자극하고 삶의 활력을 얻는다.
한국, 이탈리아, 일본 등의 장수 마을 고령자들 대부분은 부지런하고 활력 있게 하루를 즐긴다. 한가지 더 중요한 공통점은, 그들이 먹는 음식 대부분도 질병을 예방하고 건강한 삶을 유지하는 원동력이라는 것이다. 주로 자연에서 자란 신선한 재료들이 매일 매끼니 그들의 식단에 오른다.
유행가 가사처럼,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 같은 집을 짓고 사랑하는 우리 님과 한 백년 살고 싶다면’ (뉴질랜드에서는 충분히 실현 가능한 그림(?) 아닐까?)
제대로 잘 먹는 게 첫째!라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달으며, 구구팔팔세대 부라쟈(?) 아니 부라보! (치맨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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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철 한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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