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종차별, 우리 모두의 생존이 달린 문제이다

인종차별, 우리 모두의 생존이 달린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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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임수의 열린 상담이야기(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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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3월 21일은 UN이 정한 국제 인종차별 철폐의 날(International Day for the Elimination of Racial Discrimination) 이다. 


해외에 살고 있는 이민자들이 일상에서 자주 접하는 단어이며, 실제로 직간접적으로 체험하는 것이 인종차별(racism) 혹은 차별(discrimination)일 것이다. 


아마도, 한국에 계신 분들이 인종차별을 직접적으로 경험하는 사례는 많지 않을 것이다. 일부 한국인들 중 외국인(특히, 개발국 출신의 노동자들)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나 편견을 가진 사람들의 인종차별적 행동과 불법행위 관련 뉴스를 볼 때마다 안타깝고 슬프고 무서운 마음이 든다. 그 피해자가 나와 우리 가족, 친구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서이다.    


뉴질랜드는 다양한 인종과 문화의 사람들이 함께 모여 살아가는 다원화된 사회(the society for diversity)를 지향한다. 따라서 이 사회의 구성원들은 서로의 다름(difference)을 존중하며 함께 살아갈 것인가의 문제를 항상 의식하며 살아간다. 


전체인구의 70%를 차지하는 백인들(pakeha)이 사회의 거의 모든 주도권을 가지고 있는 뉴질랜드. 이곳에서 살아온 세월이 20년이 넘었건만 나는 여전히 변방의 삶을 살고 있다는 자격지심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한다. 


가끔 쇼핑 계산대에서 싸늘한 백인 점원의 시선에 당황할 때가 있다. 앞에 있던 백인 고객과는 더없이 상냥하고 친절한 모습을 보이던 직원이 내 차례가 되어서는 갑자기 냉랭한 태도로 돌변할 때 나는 알 수 없는 수치심과 모욕감을 느낀다. 


물론, 그 사람이 인종차별주의자(racist)라고 단정할 수 없다. 그 순간 마침 기분이 안 좋았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나의 자격지심을 주류에 속해 있는 사람들이 이해하고 공감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낯선 것에 불편해하며 익숙하고 편한 것에 길들여 살아가고자 하는 것이 인간의 본성이다. 그러나 그 익숙함과 편리함에 길들어 ‘나와 우리’라는 테두리를 치고 그 밖의 모든 사람을 배제하며 심지어는 자신들은 그들보다 우월하다고 믿는 순간 우리는 인종차별의 덫에 빠지게 된다. 


되살아나는 인종차별의 악령

인종차별문제가 우리의 삶에서 사라졌던 적은 한 번도 없었지만, 최근에는 그 심각성이 더욱 높아지고 있음을 피부로 느낀다.  


작년 2020년에는 아프리카계 미국인 한 명이 경찰의 잔인한 폭력으로 사망한 사건을 계기로 미국 경찰의 흑인에 대한 차별적 대응에 대항하는 비폭력 시민운동(Black Lives Matter, 흑인의 생명은 소중하다)이 미국 전역에 들불처럼 퍼져나갔다. 


몇 주 전에는 미국 아틀란타에서 20대 초반의 백인 남성이 ‘아시안들은 다 죽어야 한다’고 소리를 지르며 총기를 난사하여 아시안여성 6명을 포함하여 8명을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총기 살인사건은 코로나바이러스의 유행과 함께 전 세계에서 잇따라 발생하고 있는 아시안들에 대한 증오심리가 극단적인 테러형태로 드러난 사례이다. 그러나 아시안들이 일상생활에서 겪는 직간접적 인종차별 경험으로부터 오는 불안과 공포, 트라우마는 이루 형언하기조차 힘들 것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뉴질랜드는 어떠한가? 지난 3월 15일, 우리는 51명의 무고한 목숨을 앗아간 크라이스트처치 모스크 테러 사건의 2주기를 보냈다. 2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여전히 이 끔찍한 악몽으로부터 치유되지 않는 아픔을 가슴에 안고 희생자의 영령과 희생자 가족들을 위하여 기도하고 있다. 


현재, 우리 인간의 존엄성과 인류의 생존에 직접적인 위협이 되고 있는 것은 외부의 코로나바이러스가 아닐지 모른다. 오히려, 우리 안에 도사리고 있는 무지와 편견, 분노와 증오심을 먹고 독버섯처럼 자라나고 있는 인종차별(racism)의 악령일 것이다. 


나와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로, 다른 언어를 사용하고 문화가 다르다는 이유로 부당한 차별을 받고 목숨까지 잃어야 하는 잔혹한 ‘야만의 시대’를 우리는 언제까지 살아야 하는가?


인종차별문제, 이제 우리가 나서야 한다

나치의 유대인 학살이 자행된 것이 불과 80년 전의 일이다. 

‘종족우월주의, 순혈주의’의 악마성이 평범한 시민들에게까지 널리 스며들었던 집단 광기의 시대. 그들은 당시 세계 최고의 문명시민이라고 자부했던 사람들이었다. 


21세기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는 인종차별의 광기가 다시 꿈틀거리고 있음을 목격하고 있다. ‘인간다움이란 무엇인가?’ ‘이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나와 주변의 가족과 친지들이 인종차별로 인해 정신적, 심리적 충격을 받은 경우에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인종차별은 한 사람의 존재 이유를 송두리째 부정하는 것이다. ‘당신은 나와 다르기 때문에 당신은 존재 이유가 없다’는 논리는 당사자에게 심리적 사형선고를 내리는 것과 다름이 없다. 자기 존재가 부정당하는 경험만큼 더 참담한 감정적, 심리적, 정신적 고통은 없다. 


따라서 인종차별의 피해자들에 대해서 심리상담과 정신건강 치료를 받기를 통하여 손상된 자아를 회복하고 자신에 대한 건강한 자존감을 다시 세울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또한, 시민들과 공동체, 그리고 국가가 함께 연대하여 인종차별문제에 대응해야 한다. 너와 내가 함께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고, 인종차별문제에 대한 시민들의 경각심을 일깨우며, 공동체와 정부가 함께 이에 대한 방지책을 마련하도록 힘을 모아야 한다.  


불행하게도 인종적 특권의식(racial privilege)이 있는 한 인종차별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우리가 다른 인종에 대하여 인종적 열등감은 없는지, 혹시 그러한 열등감이 또 다른 인종에 대한 우월감으로 표출되고 있지는 않은지 성찰하고 반성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나는 희망을 품고 있다. 우리 모두는 심리적으로 정신적으로 불완전하고 나약한 인간이지만 나와 다른 타인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노력을 함으로써 우리의 ‘인간다움’을 회복할 수 있다고 굳게 믿고 있다.  


** 뉴질랜드 인종차별 대응방법 **

뉴질랜드 정부기관인 Human Right Commissioner(국가인권위원회)에서는 인종차별에 대응하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인종차별에 의한 정신적, 심리적 아픔을 함께 도우며, 인종차별 사례를 기록하여 신고할 것을 당부하고 있다. (support, record and report) https://www.hrc.co.nz/resources/responding-racism/


*** 인종차별로 인한 정신적, 심리적 고통에 대한 상담. 아시안패밀리서비스 0800 862 342 (한국어 안내 2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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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임수_아시안패밀리서비스 심리상담사   

전화번호: 0800 862 342 / 09 951 37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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