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개가 당선되면 이민 갈 거야.

아무개가 당선되면 이민 갈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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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임수의 열린 상담이야기(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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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20대 대통령 선거전 대단원의 막이 내려졌다. 수개월에 걸친 치열한 선거유세를 거치면서 양 후보 진영의 지지자들은 최대한 결집하여 각축을 벌였다. 결과는 그야말로 ‘깻잎 한 장’ 차이인 0.73%의 초현실적인 표 차의 승부. 


승리한 진영은 환호의 박수를 치며 승리를 자축하겠으나, 패배한 진영은 쓰라린 아픔과 상실의 시간을 보내고 있을 것이다. 패배한 측에는 미안한 얘기이지만 이것이 바로 민주주의이다. 


열심히 최선의 노력을 다했어도 질 수 있는 것이 선거라는 것이다. 이제 한 바탕 소용돌이가 지나갔으니 국민 모두 한 마음으로 대한민국을 더욱더 발전시켜 나가기를 응원한다. 


한국에 계신 분들은 해외에 사는 교민들이 한국 정치에 왜 이렇게 관심이 많은가 의아해하실 것이다. 그러나, 교민들 상당수가 해당 국가의 국적을 취득하지 않고 영주권을 소유한 상태이기 때문에 고국의 정치에 관심을 가지고 자신의 주권을 행사하려는 의지가 강하다. 


최근에는 한국의 국력이 상승함에 따라 영주권 상태를 유지하려는 분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것은 뉴질랜드에서도 마찬가지이다.  


필자도 몸은 비록 고국과 멀리 떨어져 있지만 한국의 선거 과정을 높은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았다. 특히, 유권자들의 심리상태, 즉 공포와 불안에 대한 감정을 눈여겨보았는데, 그중에서도 내 눈을 끌었던 것은 ‘아무개가 당선되면 난 이민 갈 거야’ 라는 글들이었다. 


실제 이민 와서 사는 사람의 입장에서 묘한 기분이 들었다.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가 패배하거나, 혹은 자기가 지지하지 않는 후보가 당선되었다는 것이 삶의 본거지를 송두리째 바꾸는 이민을 결정할 정도로 중차대한 사안일까? 물론 반은 농담이겠지만 그만큼 선거전의 심리가 극도로 예민하고 복잡함을 엿볼 수 있었다.   


미국 정치컨설팅 회사의 조사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자의 30%가 선거 패배 후 우울증을 경험한다고 하며, 공화당 지지자는 25%가 비슷한 경험을 한다고 한다. 약간의 차이지만 진보성향의 민주당 지지자들이 선거 후 불안과 우울증에 대한 민감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현실 세계에서 민주당 지지자들의 자발적 ‘선거 이민(?)’의 사례가 실제로 있었다. 불과 몇 년 전의 일이다. 미국에서 트럼프가 힐러리를 누르고 대통령에 당선되었을 때 꽤 많은 미국인들이 유럽이나 호주, 뉴질랜드 등으로 이민을 선택하였다고 한다. 


뉴질랜드의 경우 2016년 미국인의 이민 유학자 수는 17,000명으로 직전 해에 비해 10배가 급증했다고 한다. 언어와 문화가 같은데다 뉴질랜드의 안정적인 정치문화에 미국 지식인들이 큰 호감을 가진 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고 한다.  


선거 우울증, 힘들지만 견뎌내자

한국에서 선거 결과에 낙담하고 계신 분 중 실제로 이민을 준비하고 실행에 옮기실 분들이 그리 많지는 않을 것이다. 이민 생활이라는 것이 선거 후 불안(post-election anxiety)을 느낄 겨를이 없을 정도로 힘든 과정이기는 하지만, 정착에 따른 스트레스도 만만치 않다. 먼저 살아본 사람으로 해 드리는 조언이다. ‘힘드시겠지만 현재 그 자리에서 이겨내시라’ 


그렇다면, 선거우울증 불안을 어떻게 이겨낼 것인가.  

우선은 일상을 살면서 ‘대선 후유증’이 우울증 또는 불안장애로 진전될 가능성에 대하여 대비를 해야 한다. 만약, 선거 결과에 대한 좌절로 인해 분노와 폭음 등 화병 의심 증세가 2주 이상 지속돼 일상생활에 지장을 느낄 정도라면 심리상담이나 정신건강 전문의의 도움을 청하기를 권하고 싶다.


화병이나 우울증, 분노조절장애는 촉발 원인이 다를 수 있지만 식욕 부진과 수면 장애 등 증상은 유사한 양상으로 나타날 수도. 악화되기 전에 예방하는 것이 상책인 것이다. 


선거 후 불안과 우울증을 쉽게 극복하는 비결은 없다. 그러나, 스스로 관리하기 위한 몇 가지 팁을 소개하고자 한다. 이는 비단 선거 후 우울증뿐 아니라, 다른 외부 환경 변화에 따른 불안과 우울증에도 효과적인 방법이라 할 수 있다. 


1. 건강한 일상에 집중하자

일단, 지친 심신에 휴식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 당분간은 정치 뉴스를 보지 말고, 자신에게 눈을 돌려 심신의 건강에 집중하도록 하는 것이다. 충분한 휴식과 영양 섭취, 그리고 간단한 운동부터 시작하자. 


2. 소셜미디어 SNS 시간을 줄이자

며칠간이라도 소셜미디어에서 로그오프하자. 마음이 맞는 사람들과 연결되어 서로에게 정보를 공유하는 SNS를 끊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잘 알고 있다. 


그러나 페이스북, 트위터, 인스타그램의 정치 관련 글에 불안증과 우울증을 더욱 증폭시킬 우려가 크기 때문에 이를 잘 인식하고 며칠만이라도 작은 실천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3. 주변에 도움을 청하자

가족과 친구, 공동체의 리더에게 대화를 청하자. 부정적인 생각보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긍정적 변화에 대하여 얘기하도록 하자. 팬데믹 시대에 사람을 대면해서 만나는 것이 힘들겠지만, 전화나 화상통화를 시도해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정신건강 전문가와의 대화도 같은 방식으로 진행할 수 있다. 


4. 민주주의의 의미를 되새기자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가 항상 승리하는 것이 아님을 인정하자. 물론, 선거 패배 후 자신의 정치적 견해와 다른 정책들이 시행되는 것을 바라보는 것은 괴로운 일이지만, 민주주의는 그런 방식으로 작동하는 것이다. 다양한 견해를 수용할 수 있는 유연성을 기르도록 하자. 


5. 성숙한 민주시민으로 성장하자

선거는 복잡한 과정을 거치는 세심한 정치 행위이다. 이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이 심리적, 정서적 영향을 받는다. 그러나, 선거가 끝나면 사회 구성원 모두 그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고 미래를 향해서 함께 나아가야 한다. 


계속해서 토론, 집회 참여, 기부금 활동 등 다양한 방식으로 정치에 참여하도록 하자. 건강한 정치 참여를 통해 내적으로 강한(empowering) 성숙한 민주시민으로 성장할 것이다.


정신적 충격을 받았을 때 보통 젊은 사람보다 중 장년층이 부정과 분노, 무기력과 우울을 더 오래, 더 강하게 경험한다고 한다. 따라서 중장년분 중 선거 후 우울증을 겪고 계신 분들은, 지금 겪는 감정이 자연스러운 현상임을 인지하면서 달라진 현실을 수용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어렵더라도 마음을 다스리는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 우리 삶에서 뜻대로 되지 않는 것이 얼마나 많은가. 그것에 몰두하면 계속 반추가 일어나면서 특정 생각에 갇혀 삶이 불행해진다. 


그렇다고 해서 현실 문제에 대해 극단적인 회피나 냉소로 흘러서는 안 된다. 이는 오히려 나 자신과 다른 이들을 제대로 바라볼 수 없게 하고 더욱 어려운 관계로 만들게 된다. 자기 자신과 또 타인에게 마음을 열고, 좀 더 넓은 시야로 바라볼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외부 사회는 어떻게 할 수 없더라도 자기 마음은 다스릴 수 있으니, 너무 바깥 사회만 보지 말고 자기 마음을 객관화하면서 마음의 평화를 찾는 것이 바람직하다. 


나에게 직접적인 영향이 없는 외부 환경에 대해 분노에 휩싸이기보다는, 냉정하게 현실을 받아들이고 내가 지금 현재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야 한다. 


누가 승리를 했건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토대가 더욱 굳건하게 다져지는 과정임에는 틀림이 없다고 생각한다. 피와 땀으로 일구어 놓은 대한민국이 쉽게 무너지지 않을 것이다. 위대한 국민들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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