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받으셨나요? 그래도 우리는 함께 해야 합니다

상처받으셨나요? 그래도 우리는 함께 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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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임수의 열린 상담이야기(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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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마음속 상처를 받고 훌훌 떠나가고 싶다고 생각하신 적이 있나요?

몇 년 전 한국을 방문했을 때, 케이블 방송에서 ‘나는 자연인이다’라는 프로그램이 거의 24시간 내내 방영되고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속세를 떠나 오랜 세월 깊은 산중에서 홀로 생활하는 사람들의 사연을 소개하는 내용의 포맷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었습니다. 인간관계에서 큰 상처를 받았거나, 혹은 불치병에 걸린 후 자신을 너그럽게 품어 안아 주는 자연에서 진정한(?) 행복과 자유를 누리고 있다는 내용입니다. 


저는 혼자서 생각했습니다. 한국에 있는 가족과 친지들은 뉴질랜드에 살고 있는 우리들을 ‘나는 자연인이다’의 주인공 ‘자연인’정도로 상상하고 있지나 않을까? 한국이라는 거대한 속세를 떠나 ‘자연’으로 들어간 사람들, 뭔가 사연이 있어서 속세를 떠난 사람들이라는 것이죠.


이민 사회를 찬찬히 들여다보면 뉴질랜드 자연인(?)들 중에서도 홀로(공간에 관계없이) 살아가고 있는 ‘찐 자연인’들이 꽤 많아 보입니다. 


다른 사람을 만나기 싫어하고 고립되는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이민자에게는 피할 수 없는 언어적, 문화적 제약을 비롯하여 교민사회라는 작은 집단안에서 형성되는 오밀조밀한 인간관계에서 기인한 부분도 큰 것 같습니다.


비즈니스나 인간관계에서 오는 서운함, 경제적 차이와 자녀의 성공 등 모든 것이 비교되는 상황에서 생기는 질투심, 이민 오기 전에는 누렸던 모든 경제 사회 문화적 관계에 참여하기 어렵다는 소외감, 그동안 해 놓은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자기 스스로에 대한 좌절감 등이 이유인 듯합니다. 


특히 항상 부딪치고 살아야 하는 가족 안에서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쉽게 화내고 분노하는 것이 악화되다 보면 어려운 상황에 이르기도 합니다.


저는 이 글을 쓰면서 자발적으로 고립된 생활을 하고 계신 분들에게 본인의 선택이 잘못되었다고 주장하는 것이 아닙니다. 삶의 방식은 개인의 선택이며 그것은 절대적으로 존중되어야 하니까요. 


홀로 살아도, 함께 살아도 본인이 충만한 삶을 살고 있으면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그 선택적 고립이 본인의 상처와 아픔을 잊기 위한 고육지책이 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관계는 유지되어야 합니다. 우리는 서로 연결되어야 합니다. 왜일까요? 

그것은 서로에게 도움이 되기 때문입니다.


세계에서 연구 기간이 75년으로 가장 길며 참가자도 수만 명에 이르는, 하버드 대학교의 ‘인간 행복의 조건’ 연구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이 연구는 하버드 대학교 졸업생 그룹과 보스턴 서민 출신 그룹, 그 두 그룹 참가자의 인생역정을 심층 인터뷰하여, 행복하고 충만한 삶에 영향을 주는 것이 무엇인가를 찾고 있습니다. 


요점은 이렇습니다. ‘인간의 행복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건강한 인간관계에 달려있다. 인간관계가 항상 좋을 필요도 거창할 필요도 없다. 다만, 우리가 그 안에 서로 건강하게 연결되어 있는 것으로 충분하다.’


연구자들이 밝힌 재미있는 포인트 하나는 50대에 인간관계를 어떻게 형성하느냐에 따라 80대까지 삶의 질이 영향을 받는다는 것입니다. 


“이런저런 말 다 필요 없이 사람들을 만나서 서로 품을 맞추어야 하는 것이 여간 피곤한 일이 아니다. 차라리 그냥 혼자서 되는 대로 살아가겠다.”는 분들도 분명히 계시겠지요. 그래도 사람들과의 만남을 영원히 피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니겠습니까? 


제가 몇 가지 요령을 알려드리겠습니다. 저도 겉보기와는 달리 낯을 꽤 가리는 사람인데 나름 효과를 본 방법이니 한번 시도해 보시기 바랍니다. 


우선, 혼자서도 행복할 수 있도록 주문을 외우세요. “나는 꽤 좋은 사람이야.” 이것이 어렵다면 “나도 이 정도면 괜찮아.”도 좋습니다. 


그리고 가끔 옆에 있는 사람에게 인사 정도로 시작하십시오. 스스로에게 관대한 사람이 다른 이에게도 관대해지는 법입니다. 서로 말을 섞지 않더라도 사람이 있는 곳에 가서 얼굴이라도 한번 보시고, 어색하더라도 따뜻한 미소를 보여주시기를 바랍니다. 


둘째, 밖에 나가 사람이 있는 곳으로 나갈 힘이 생기셨다면, 그저 곁눈이라도 인사를 하고, 그동안 나와 상관이 없어 별로 관심 두지 않았던 남의 이야기라도 열심히 들어주기 시작하십시오. 그렇게 5분이라도 다른 사람과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내 얘기를 하기보다 상대의 말에 더욱 집중해 보십시오.


셋째, 혼자 남았을 때 상대의 얘기를 분석하고 의미를 찾지 마십시오. 상대는 별 생각 없이 한 얘기일 수도 있고, 설령 뒤끝이 있는 얘기라고 하더라도 그러려니 하세요. 


왜냐하면 나는 ‘이 정도면 괜찮은 사람이고 혼자서도 행복할 수 있는 사람’이니까요. 이제 상대방의 말과 행동이 나의 정신적 건강에 큰 해를 미치지 않습니다. 나와 상관없는 이야기라도 들어주는 행동 자체가 상대에게 도움을 주고 또 사회에 기여하는 일을 하게 되는 것이니까요.


넷째, 위의 일을 반복적으로 계속하십시오. 우리 뇌는 죽을 때까지 계속 변화를 한다고 합니다(neuroplasticity). 그래서 반복적인 생각과 믿음과 행동이 자신의 가치와 철학이 되는 것입니다. 


이렇게 꾸준히 노력하다 보면 요즘 젊은이들 표현대로 인기 있는 인싸(젊은 세대의 은어: insider 인사이더)는 되지 못하겠지만, 기죽지 않고 스스로를 지키면서 상대를 배려하는 여유가 생기게 될 것입니다. 


자, 이제 밖으로 나갑시다. 종교활동에 참여하거나 독서클럽, 산책 트래킹 클럽, 낚시, 스포츠 클럽, 여성과 노인을 위한 단체, 여러 가지 봉사활동 등 교민 사회에 찾아보면 꽤 많은 소셜 그룹이 존재합니다. 생활에 바쁘더라도 일이나 관심 분야에 관련된, 단 한 가지쯤은 다른 이와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을 조금은 낼 수 있습니다.


글 서두에 소개한 ‘나는 자연인이다’의 방송 후기 중 하나가 인상에 남습니다. 촬영팀이 자연인을 방문해서 2~3일간 촬영을 마친 후 하산을 할 때 대부분의 ‘자연인’들이 눈물을 흘리며 이별을 힘들어한다고 합니다. 


첩첩산중에서 세속과 멀리 떨어져 혼자 살아도, 세속에서 함께 아웅다웅하면서 살아도 우리 인간은 늘 외로운 존재일 수밖에 없나 봅니다. 


어차피 외로운 인생, 그래도 기왕 사는 인생. 서로에게 조금만 더 너그러워지면 우리 모두 조금 더 편안해지지 않을까요? 내가 스스로 못났다는 생각을 떨쳐버리고, 자유롭고 유연하고 관대해 집시다.  


타인의 도움을 감사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진정한 용기, 서로가 서로에게 위로와 힘이 되고 그 격려와 사랑 속에 너와 내가 함께 나아갈 수 있다는 희망, 나 스스로에 대한 희망을 먼저 챙기면 세상에 대한 희망이 생기기 시작할 것입니다. 


우리의 마음속에 겨자씨만 한 희망이 있으면 우리는 이를 원동력으로 삼아 다시금 시작할 수 있습니다.


특별히 거창할 필요 없습니다. 아침에 심호흡 크게 한번 하고, 신발 끈 매고 밖으로 나가서 별의별 다양한 사람들을 구경하고 별 내용 없는 잡담과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하면서, 그렇게 우리는 연결되어 살아가는 것입니다. 


그 안에서 때로는 질투하고 시기하고 화가 나고 답답해도, 그 안에서 우리는 서로에게 따뜻한 관심을 가집시다. 이 관심이 자기 자신에 대한 충만함과 함께 할 때, 우리는 과도한 간섭을 하지 않으면서도 서로를 도우며 희망을 나누며 살 수 있게 될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우리 모두 꽤 괜찮은 사람들이고 이 정도면 충분히 잘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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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임수_아시안패밀리서비스 심리상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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