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측할 수 없는 불안 다루기
안젤라의 슬기로운 건강 생활(6)
아주 어린 시절에 큰비만 오면 지하실에 물이 차올라 걱정했던 기억들이 떠오른다. 어머니가 손수 만들어 놓으신 쌀 막걸리 항아리에 물에 들어가 비보다도 그 막걸리가 아까워하시던 어머니의 모습도 떠오른다.
20여 년간 뉴질랜드에 살면서 이렇게 큰비로 인해 많은 문제들이 발생하는 것을 처음 겪어 본다. 가끔 뉴스로나마 홍수로 인해 도로가 막히고 정전이 되어 여러 문제가 있었던 일들이 실제 내가 살고 있는 동네에서 혹은 가까운 이웃이 어려움을 당하고 있으니 문제가 더 심각해 짐을 실감하게 된다.
요즘은 이렇게 가만히 앉아 있어도 예측할 수 없는 일들이 자꾸 생기니 불안한 마음이 앞선다. 며칠째 비 오는 소리만 들어도 가슴이 철렁하고 비바람에 의해 집 주위에 나무라도 잘려 나갈까 걱정이라고 많은 분들이 불안한 마음에 잠을 못 이룬다고 한다.
요즘 아시안 패밀리서비스에서는 주말에도 아시안 핼프라인 전화를 받느라 비상근무를 하며 마음이 바쁘다. 대부분의 전화가 응급 홍수지원센터 안내를 묻는 것이지만 간혹 그동안 가지고 있었던 불안중에 대한 어려움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불안증이 치유되었다고 생각하였는데 다시 재발하여 잠을 못 이루고 불안이 엄습하여 또 정신적으로 아프게 될까 봐 어렵다고 한다.
궂은 날씨로 집안에만 갇혀 있게 되니 기분도 너무 우울하고 조그마한 걱정거리도 크게 느껴져 불안한 마음이 자꾸 커진다고 호소하는 전화도 많이 받게 된다.
이 불확실하고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서 생기는 이런 불안한 감정은 지극히 정상적인 반응임을 말씀드리게 된다. 어떤 상황에서 불안한 감정들이 사람마다 다르게 나타나겠지만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우리 몸의 정상적인 반응임을 인지하면 마음이 편하여진다.
이 불안한 마음들을 더 키우지 않고 정신적으로 잘 버티며 불안증이나 공황장애들을 예방할 수 있는 방법들이 어떤 것들 있는지 알아보기로 하자.
첫째로 자기가 느끼고 있는 신체적 정신적 반응들을 유심히 살피는 것이다.
일상생활에서 자주 짜증이 난다는 것은 불안에 대한 역치가 낮아져 있음을 나타낸다. 마음이 성급해지면서 안절부절못하고 일이 손에 안 잡히고 집중하기가 어렵다고 한다.
이럴 때 조그마한 자극이 와도 바로 짜증을 내며 주위 사람들을 당황스럽게 만드는 경우가 많다. 또한 무엇인가 나쁜 일이 생길 것 같은 마음이나 막연한 불안감으로 마음이 초조하여 일어나지 않을 일들을 미리 걱정하면서 사실로 믿어 버리게 되는 오류도 발생하게 된다.
아침부터 밤까지 많은 생각 등으로 긴장을 하게 되면 잠을 제대로 잘 수가 없어 일상생활에 상당한 영향을 끼치게 된다. 그러므로 몸과 마음에 있는 긴장감을 풀어주는 것이 우선이 되어야 한다. 몸과 마음의 긴장을 풀기 위해 가볍게 산책하기, 숨을 천천히 깊게 들이마시며 내쉬기 등을 반복하다 보면 어느새 올라갔던 어깨가 내려오면서 몸과 마음이 풀어지는 느낌을 경험하게 된다.
둘째로 자기 효능감 높이기이다.
불안을 느낀다는 것은 자기 자신을 일차적으로 보호하려는 가장 중요한 신호이다. 불안이 나의 여린 자아와 융합되어 나의 행복하지 않았던 어린 시절로 되돌아가 여러 가지 상처받았던 일들과 연결되기도 한다. 이때 그 불안이 더 커지게 되면서 나의 자존감 나의 가치를 덮어 버리기 때문에 쉽게 좌절하고 무너지는 모습을 쉽게 볼 수가 있다.
여러 가지 실패하였던 상황들이 극단적이고 자극적인 생각으로 자기도 모르게 흘러가고 있다면 잠시 멈추는 훈련을 하여야 한다.
그 부정적인 생각을 빨리 알아차리고 나 자신이 먼저 자기의 부정적인 대화를 하지 말자라고 자신을 먼저 위로하는 것도 또한 중요하다. 지금 하고 있는 걱정과 염려가 사실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며 사실과 구분하는 연습을 하다 보면 불안한 마음이 많이 내려간다.
그러므로 현재 하고 있는 일에 집중하려고 노력하다 보면 생각의 스펙트럼이 넓혀지면서 또 한번 자기 효능감을 높일 수 있는 좋은 경험이 되는 것이다. 긍정적인 자기 대화로 자기를 인정해주고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어 주는 것이 자기 효능감을 높이는 방법이 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다른 사람과의 만남을 회피하지 말자.
불안한 생각이 깊어 지면서 관계에 있어서 가장 많이 나타나는 증상이 다른 사람들과의 만남을 회피하여 관계를 끊어 버리는 것이 매우 특징적이다. 오랫동안 알고 지내는 지인이 불안 증상이나 우울감에 젖어 있다 보면 가장 먼저 하는 일이 카톡을 차단하는 일이다.
자신이 상처받는 것이 두려워 자기 자존감을 올리고 마음의 안정이 오면 그때 다시 연락을 취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자신을 위해 좋은 방법일 수 있으나 상대방은 마음을 열어 주기 원하고 서로 도와주기를 원하지만 그 기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상대방도 결국은 관계를 끊어 버리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행동들이 엄격하게 자기 통제를 하면서 일어나는 경우가 많게 된다.
우리는 누구나 실수도 하고 대인관계에서 상처도 주고받으며 성장하는 사회적 연결망에 걸쳐있는 것이다. 자기 자신이 부적절하다 느끼면서 남들로부터 부정적인 평가를 받지 않을까 하는 감정으로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소중히 여기지 않을 때가 있을 수 있다.
종종 왜곡된 사고로 불안을 더 커지게 만들면서 행동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자신의 상황들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면서 다른 사람들과 만남과 대화를 이어 나가는 것이 불안한 마음을 줄여 줄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말자.
이 예측 불가능한 시대에 살아가며 불안감이 점점 올라가면서 일상 생활에 영향을 받는 경우가 요즘 날씨와 같다. 우리가 다시 한번 우리의 생각과 마음을 잘 알아차리고 다스리며 어려우면 어려운 대로 받아들이는 연습이 필요하다.
나 자신을 소중히 여기고 이민자의 삶을 살면서 얼마나 많은 부정적인 생각들이 앞섰든가 생각하면 다시 마음이 흔들린다. 하지만 그 어려움 속에서도 나 자신을 위로하고 보호해 주었음을 인식하고 자신감이 넘치지는 않았지만 아주 삶을 잘 이끌어 온 것을 잘 하였다고 끊임없는 칭찬을 해주며 안심시키는 하루하루가 되길 바란다.
오늘은 짓궂은 날씨 때문에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던 친구와 만나 불안하고 우울하게 지냈던 마음을 나눠야겠다.
<다음에 계속>
안젤라 임
한국에서 15년간 간호사로 일하고 뉴질랜드에 와서 사회복지와 상담을 공부하고 정신건강과 약물중독 서비스에서 11년간 근무했다. 현재는 아시안 패밀리 서비스에서 국민들의 안전하고 슬기로운 건강한 생활을 위하여 일하고 있다.
저작권자 © ‘뉴질랜드 정통 교민신문’ 뉴질랜드타임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