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득의 사진 더하기 여행] 풀잎에 맺힌 보석

[박현득의 사진 더하기 여행] 풀잎에 맺힌 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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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득의 사진 더하기 여행(40) 

코로나가 남기고 간 뜻밖의 선물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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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방울 노랑꽃 보석 


코로나로 인한 록다운 기간 동안 정부의 규제도 있었지만, 바이러스가 겁이나 바깥에 나가지도 못하고 집 안에 있어야만 했다. 평소 내가 좋아하는 사진은 여행 다니며 대자연의 아름다움을 담는 것인데 사정이 이러하여 답답해하던 중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마이크로의 세계로 떠나 보자

‘아 그렇지! 마이크로의 세계도 있지 않나?’ ‘그래 그거 한번 해보자.’ 우선 유튜브를 통해 이것저것 조사도 해보고 공부하면서 직접 찍어본다. 처음엔 서툴기 짝이 없다. “아냐 이게 아냐.” 그렇지만 ‘까짓거 안되면 될 때까지’가 내 주특기(?) 아니던가? ㅎ. 집안에 굴러다니는 소형 분무기를 동원하여 인조 이슬을 만들어 시도하기도 한다. 나름 비슷하긴 하지만 이것도 아니다. 한동안 잔디를 깎지 못해 다소 길어진 가든 풀밭에서 나름 쓸 만한 이슬방울을 발견한다. ‘어디 이걸로 한번 해볼까?’ 하고 다시 시도한다. 그럭저럭 조금은 맘에 드는 것을 얻을 수 있었다. 


삼각대가 없을 때는 손각대로

그런데 문제는 나에게 소형 삼각대가 없다. 지금은 나가서 사올 수도 없다. 양쪽 팔을 바짝 붙이고 구도 잡고 초점을 잡은 다음 숨을 고르고 샷. (이름하여 손각대라 한다) ‘애고, 흔들렸잖아? 다시 시작’ 그러는 중 마당에 굴러다니는 각목 토막이 보여 팔뚝만 하게 잘라서 카메라 잡은 좌측 손을 그 위에 얹고 다시 시작. “얏 호!” 됐다. 제법 그럴싸하네.


풀잎에 맺힌 보석 

어젯밤에 꿈을 꾸었나 봐 

영롱한 구슬이 굴러오는 그런.

해맑은 아침 창문을 여니 

소리도 없이 사락사락 내려앉은 풀밭에 

이슬방울이 

꽃잎을 머금은 구슬이 되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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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핑크 이슬 보석 줄기 


그 어떤 보석도 이처럼 반짝일 수 없어

하나님께서 주신 마이크로의 세계를 카메라로 담아 컴퓨터에 올려놓으니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이 맛에 찍는다. 이 세상의 그 어떤 보석도 이와 같이 반짝일 수는 없다. 그때부턴 이슬 내린 아침이면 카메라 들고 우리 집 가든에 나가 해님이 이슬방울을 걷어 갈 때까지 풀밭에서 아침 이슬과 함께 꼬무락거리며 논다. 그렇지만 마음은 즐거운데 생각보다 몸은 그리 즐거워하지 않은 것 같다. 


우선 자연적으로 풀잎에 내린 딱 맘에 드는 이슬방울을 찾아야 하고 배 깔고 엎드릴 수도 없으니 쪼그리고 웅크리고 앉아 온몸을 한껏 비틀어야 한다. 슈팅 순간에는 숨소리조차 흔들리는 요인이 된다. 포커스는 정밀 수동 조절이 효과적이라 한동안 작업하고 나면 눈이 피로하여 이슬방울이 두 개로 보였다 세 개로 보였다 한다. 정신 사나울 땐 집중이 안 돼 다다닥 연속 발사로 ‘하나만 걸려다오’ 해보지만, 당연히 제대로 된 게 나올 리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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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미줄에 걸린 이슬보석 


햇살이 강해지면 보석을 빼앗기게 돼 

햇살이 강해지기 시작하면 이런 보석들을 빼앗기게 되니 해가 저만치 올라오기 전에 끝내야 한다. ‘글리세린 혼합물을 분무기로 뿜어 작업한다’고도 하는데 밤사이에 하나님께서 풀잎에 내려 주신 이슬의 오묘함과는 비교가 안 된다. 그래서 나는 힘들어도 하나님표 이슬방울을 고집한다. 풀잎이라고 다 같은 건 아니다. 어떤 건 이슬방울이 또로록 굴러떨어져 버리는 것도 있고 또 어떤 것은 해님이 가져가실 때까지 가벼운 충격이 있어도 마냥 붙어있다. 


이슬에 햇살이 비치면 심장이 멎는 것 같아

맘에 드는 이슬방울을 찾다 보면 별 희한한 것도 다 있다. 거꾸로 매달린 놈, 꼭 끝자락에 매달리기를 즐겨하는 놈, 무리를 지어 있어야 직성이 풀리는 놈 등으로 다양하다. 그러니 더욱 흥미진진하다. 같은 품종의 풀잎이라도 밤사이 내린 이슬에 따라 모양이 다르다.


또 날마다 이슬이 맺히는 것은 아니다. 밤사이 기온이 적당하고 구름 없고 바람 없는 날 아침이라야 내가 원하는 모양의 이슬을 맞이한다. 이슬방울에 나뭇가지 사이로 한줄기 아침 햇살이라도 비치게 되면 쨍하고 빛이 반사해오는데 그럴 때면 심장이 멎는 것 같다. 황홀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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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방이라도 떨어질 듯한 구슬 보석


<다음에 계속>

박현득_사진작가 겸 여행가

재뉴 사진가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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