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에서 새로운 문명의 가능성을 찾는다

종교에서 새로운 문명의 가능성을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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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훈의 교육 이야기(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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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과 미래를 어떻게 볼 것인가?

우리가 처해 있는 현실과 미래에 대한 인식은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가는 기초가 된다. 그러나 지금과 같이 빠르게 변화하는 현실에서 미래를 전망하는 것이 얼마만큼 가능할까? 


대학 시절에 에드워드 카(Edward Carr)의『역사란 무엇인가』(What is history)라는 책을 읽은 적이 있다. 유럽의 역사나 철학 등에 무지한 나로서는 무척 어려운 책이었다. 그러나 이 책의 주제와는 무관하지만, ‘글을 어떻게 써야 하는가’에 대해서 공부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역사란 무엇인가』는 평범한 역사 이론서가 아니다. 이 책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의 지식인 사회가 도달한 최고 수준의 지성을 보여준다.(유시민. 2018. 역사의 역사. 돌베개)


누군가 나에게 그동안 읽었던 책이나 논문 중에서 근대 이후 인간의 의식을 지배했던 ‘합리적 이성’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을 고르라고 한다면, 단번에『역사란 무엇인가』라는 책을 꼽을 것이다. 이 책은 이성적으로 쓰여진 글의 표본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물론 나의 주관적인 평가이다.


그런데 이 책의 결론은 역설적이게도 합리적 이성의 한계를 잘 보여주고 있다. 지금의 세계는 사회주의 체제가 무너지고, 냉전체제가 소멸함으로써 역사의 진보와 문명의 미래에 대한 카의 예측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오늘날 보편화된 인류문명은 산업혁명 이후 지금까지 세계를 이끌어 온 서구의 물질문명, 즉 산업문명이다. 그것은 경제가 모든 것을 지배할 뿐 아니라 모든 것에 우선하는 문명이다.


그런데 최근의 경제적 변화는 세계 변화의 방향에 중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는데, 제4차 산업혁명이 바로 그것이다. 오늘날 과학기술의 혁신으로 인한 사회와 경제의 전 분야에서의 변화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제4차 산업혁명’이란 말은 잘못된 것이며 ‘4차 문명혁명’이 더 정확한 표현이라는 주장(김용학 연세대 총장, 글로벌 인재 포럼 2018 자문위원회)도 있다. 단순하게 산업적 차원의 변화만이 아니라 거대한 문명적 차원의 변화라는 것이다. 물론 제4차 산업혁명은 철저하게 자본주의적으로 진행되고 있지만, 결과적으로는 기존의 사회시스템에 충격을 줄 수밖에 없다는 인식인 것으로 보인다.


합리적 이성의 한계와 문명적 차원의 변화 가능성은 오늘날의 현실과 미래에 대한 핵심 키워드이다. 따라서 우리에게는 무엇보다 새로운 미래를 내다보고 준비하는 상상력이 필요한 것이 아닐까?


새로운 문명적 이상(Ideal)

사람들은 세계에 대해서 막연한 ‘상식적인 관념’을 가지고 있다. 교육의 영향이라 할 수 있다. 산업문명은 과학기술의 발달과 함께 끊임없이 성장할 것이며, 인류의 미래는 지극히 희망적이라는 믿음도 그 중 하나이다. 


그러나 이러한 상식적인 관념들은 변화하는 세계를 이해하는데 있어서 장애가 되기도 한다. 우리가 옳다고 생각하는 모든 것들이 사실은 상대적인 가치 틀에서만 옳은 것이기 때문이다.


아래에 발췌한 글은 인문학자 송희식 교수의 소설『남자는 싸우고 여자는 이어간다』에 수록된 <20세기 학습서: 미래인이 보는 20세기> 중 일부이다. 여기서 미래인은 25세기 사람들을 말한다.

 

문인문명(文人文明)

특수한 문명의 하나로 문인문명이 있다. 중국의 송나라 이후, 한국의 조선시대, 서구 중세 사제들의 문화 등이 그것이다. 문인문명이란 지배계급이 학습자들인 문명이다. 중국과 한국에서는 한때 과거시험이라는 독특한 관문을 통과하는 것이 지배계급의 출셋길이었다. 그래서 모든 사람은 이 관문을 뚫기 위해 학습에 열중하였다. 지배계급이 전사나 상인이 아닌 학습자들이라는 것은 특이한 점이었다.


21세기에 일어난 문명의 거대한 전환은, 동아시아에서 성숙된 문인문명이 새로운 모습으로 부활한 것이었다. 정보혁명이 이러한 문인문명의 부활에 한 계기를 만들었다. 이후, 상인적 활동보다 문인적 활동이 결정적으로 중요하게 되었으며, 경제보다는 문화가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되었다. 


이 글은 경제보다도 문화가 더욱 결정적인 것으로 되는 문인문명에 대한 설명이다. 미래의 새로운 문명에 대한 하나의 아이디어이다. 


경제적, 물질적 가치보다 문화적 가치가 우선시 되는 사회의 모습을 상상해 보자. 역사적으로 물질주의가 인류를 지배한 시기는 산업혁명 이후 지금까지 200여 년 정도에 불과하다는 것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종교의 가치관

종교의 의미는 일반적으로 동양과 서양으로 구분해서 규정해 볼 수 있다. 종교라는 말은 원래 중국에서 불교를 의미하는 것이었고, 宗(으뜸 종), 敎(가르칠 교), 즉 ‘으뜸이 되는 가르침’이란 뜻이다. 


그런데 기독교가 동양으로 전파되면서 일본의 메이지 시대에 Religion이란 단어를 종교(宗敎)라고 번역했는데, 이때부터 종교는 Religion을 의미하는 것으로 사용하게 되었다. Religion은 ‘신과 인간의 재결합’이란 뜻이다. 


모든 종교는 그 종교가 지향하는 삶과 가치관이 있다. 그에 따라 각종 설교나 설법, 강독회, 교리공부 모임 등의 교육 행위들이 이루어진다. 따라서 종교는 교육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학교에서 종교를 가르치는 경우도 있다. 가톨릭이나 개신교 재단의 학교들에서 종교 교육(RE: Religious Education)을 필수적으로 가르칠 뿐 아니라 공립학교의 경우에도 학교장의 재량에 따라 종교 교육을 실시하기도 한다.


새로운 문명에 대한 논의는 사회시스템의 변화와 함께 인간 정신의 변화까지 전제하고 있다. 나는 미래의 새로운 정신과 문명의 비전을 종교의 가치관에서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예를 들어, 사랑으로 함께하는 공동체, 무소유의 가치관 등은 산업문명에서 만연한 물질주의와 세속주의에 대응하는 정신적인 토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 뉴질랜드 교육, 학교 커리큘럼, 자녀 학업, 진로 등 교육과 관련한 모든 문제에 대해서 질문을 해주시면, 별도의 Q&A 코너에서 답변하겠습니다. 필자(newcan119@gmail.com)에게 보내주시면 됩니다. 


전정훈_Edu-Kingdom College

North Shore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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