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Pandemic)

팬데믹(Pandem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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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동흠의 뉴질랜드 꽁트(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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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말이

-린디! 자네가 선물로 준 식초 스프레이 잘 쓰고 있네. 버스 운전 시작할 때, 핸들에 뿌리고서 닦아낸 다음 출발하지. 요즘, 코로나19 사태에 건강 위생 관리가 중요한 만큼. 아주 좋은 방법이야. 

 

-선배님. 잘 쓰고 계신다니 제가 좋네요. 이 버스 회사 신입사원으로 들어왔을 때, 선배님이 여러 좋은 정보 알려줬잖아요. 이 지역 버스 노선 운전하는 데 필요한 운전 노하우도 많이 도움이 됐어요.

-자네가 홈 클리닝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식초 스프레이 소독 효과가 진짜 좋네.

 

앤디가 실버데일, 버스 베이에서 휴식을 취하러 버스를 댔다. 미리 와서 쉬고 있던 린디 버스에 올라탔다. 앤디는 버스 운전 선배로 신참인 린디에게 시간 나는 대로 여러 가지 사항을 알려줬다. 린디는 루트 트레이닝을 마치고 이번 주부터 독립적으로 운전하고 있었다.

 

-오레와, 실버데일, 걸프하버, 와이에라, 데어리 플랫 운행 길이 시외버스 노선 같아요. 마치 캠퍼 밴을 모는 듯해요. 우선 경치가 휴양지답게 수려해요. 제 고향 한려수도 남해에서 운전하는 것 같은 착각을 가지곤 해요.

 

-내 말이. 남태평양 바다의 진수 장면들로 둘러싸여 있지.

  

만만하지

버스운전 두 시간 후, 가벼운 휴식 시간을 갖게 되어있는 AT(오클랜드 트랜스 포트) . 그 룰에 따라 쉬는 시간에 운전자들끼리 자주 만나고 있었다. 요일별로 근무표가 달랐다. 여건이 맞으면 쉬는 시간이 같아 함께 쉬었다.

 

-린디. 호주에 살다가 뉴질랜드로 오는 게 쉽지 않았을 텐데. 한 곳에 적응해 오래 살다 보면 그곳이 제2의 고향이 되잖은가?

 

-그렇지요. 한국에서 호주 갈 때 가진 게 별로 없었어요. 처음부터 바닥에서 기었지요. 아내와 함께 홈 클리닝 일을 오래 했어요. 얼추 20여 년 했으니까요.

 

-그 일, 쉽지는 않았을 턴데. 그 오랜 세월 정말 고생했네.

 

-몸은 좀 축났지만, 괜찮은 집도 샀어요. 딸아이 둘도 잘 커서 독립시켰어요. 두 아이가 독립할 무렵 큰 변화를 가졌어요. 홈 클리닝 일도 지겹고, 딸 아이들 결혼 문제도 있어서 식당일에 뛰어든 거지요. 좀 근사한 일로 옮겨 타나 했어요.

 

-하긴, 그 말도 일리는 있지.

 

-세상은 만만하지 않았어요. 딸 아이 겨우 출가를 시키고 좀 여유를 갖나 했어요. 웬걸, 식당 가까이에 비슷한 메뉴를 한 대형 식당이 들어선 거에요. 일하던 주방장도 그리로 가버리고요. 매출이 반 토막 나버리더라고요. 아무리 기를 쓰고 버텨도 곤두박질친 매출은 회복되질 않았어요. 렌트비도 못 낼 정도가 되었지요. 신경을 너무 썼는지 아내가 쓰러졌어요. 결국엔 접었지요. 사람이 우선 살고 봐야지요.

 

-마음고생 심했겠네. 돈보다 건강이 중요시되는 나이인데.

  

현역으로

 그 뒤로 이어진 린디의 출애굽 여정에 연민을 느꼈다. 이리저리 알아보다 뉴질랜드로 오게 됐다고. 오클랜드에서도 사람 덜 붐비는 왕가파라오아, 스탠모아베이에 조그만 집을 샀다고. 아이들 학군이나 시내 갈 일 등에 신경 덜 써도 되는 지역.

 

-3의 이민이네. 호주, 뉴질랜드. 같은 문화권이니 적응이 좀 났지. 자식 농사 지었으면 두 내외간 인생이 남은 과제지. 노후의 인생, 좋은 휴양도시 오레와에 자리를 잡았다니 다행이네.

 

-아내 몸도 많이 회복되었어요. 호주보다는 훨씬 여건이 좋더라고요. 예전에 호주에서 버스 운전면허 따놓은 걸 쓸 수 있는 계기를 만나 이 회사에 왔지요. 전 여기서 풀타임으로 일하고. 아내는 키위 샵에서 파트 타임으로 일해요. 심간이 편하더라고요. 그동안 교회도 못 가고 살았어요. 이제 다시 교회도 나가려고요.

 

-~ 듣던 중 반가운 이야기네. 건강 유지하면서 소일거리가 있는 현역으로 산다는 것. 생활에 활력도 생기지. 

간식거리로 린디가 사과를 베어먹었다. 앤디도 옥수수를 꺼내 먹었다. 이럴 때, 자연식품 만한 게 없다.

  

입국 금지 

-그나저나 세상이 온통 코로나19에 매몰되어버렸네. 세계보건기구, WHO도 결국 팬데믹(Pandemic)을 선포해버렸고. 이 바이러스 전염병에 비상이 걸렸어.

 

열흘 전 상황에서 너무 가파르게 확산하네. 3 22일 기준, 189개국으로 확산. 13,070명 사망. 나라별 사망자 수가 중국 3,260, 이탈리아 4,830, 이란 1,560, 스페인 1,380, 프랑스 560, 미국 350, 영국 230, 한국 106. 뉴질랜드도 확진자가 66명이라네.

 

앤디가 스마트폰으로 코로나19 실시간 상황판을 클릭해 본다. 전염병 전쟁이 전 세상을 급속하게 비상사태로 몰아넣고 있다. 우선 뉴질랜드도 정부가 특단을 내렸다. 코로나19 강경 대응으로 모든 외국인 입국 금지조치다. 국경 봉쇄령이다. 미국도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한국도 대구와 경북 일부 지역을 특별 재난 지역으로 선포했다.

  

어린양 구름

-WHO가 팬데믹(Pandemic)을 선포한 건 매우 심각하다는 거지요. 세계 전염병 확산 위험 최고단계니까요. 그리스어인 Pan(모든), Demic(사람)을 의미하는 팬데믹. 세계 모든 사람을 감염시킬 수 있을 정도의 확산성을 갖고 있다는 경고니까요. 뉴질랜드도 100명 이상 집회금지령도 내렸네요. 교회나 성당도 당분간 주일날 예배 미사를 못 드린대요. 

 

-전 세계 주가지수도 대폭락이고. 꽁꽁 얼어붙은 경제 위축을 막기 위해 금리도 0%대로 내렸네. 미국도 0.5%, 한국도 0.5% 떨어뜨렸어.

 

-우울한 뉴스에도 한국의 놀라운 코로나 대응 능력에 위안도 되고 자부심도 느껴져요. 미국과 여러 나라에서 한국에 코로나19 진단키트를 제공해달라는 요청이 많다네요. 한국이 성공적인 방역 모델이 됐어요.

 

-지금은 지금이지. 이 말에 공감이 돼. 각자 위치와 환경에서 나름의 지혜로운 방법으로 건강도 지키고 생활도 단순화시켜야겠어.

 

얼추 버스 출발 시간이 되자 앤디와 린디가 각자의 버스를 몰고 목적지로 향해 떠났다. 유난히 새파란 하늘에 새하얀 어린양 구름이 유유히 흘러갔다. 세계를 공포로 빠뜨린 팬데믹 먹구름은 언제 걷힐까?* 


백동흠<수필가>
2017년 제19회 재외동포문학상 수필대상 수상
A.K.L. Transport  근무
글 카페: 뉴질랜드 에세이문학 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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