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이스 정의 일상의 습작] Bayley’s Grace, Amazing Grace

[그레이스 정의 일상의 습작] Bayley’s Grace, Amazing Gr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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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메우의 여인, 그레이스 정의 ‘일상의 습작’(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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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웨스트 하버에서 시티로 가는 페리  


금요일 오후, 오클랜드 시티 바이어덕트에 위치한 베이리스 본사에서 교육이 있다는 행정 담당의 연락을 받았다. 

새로이 합류한 직원들을 ‘베이리스 사람(Bayleys Man)’으로 무장시키기 위한 정신 교육이라 하면 너무 거창한가? 

내 순번은 다음인데, 특별히 본사 직원과 긴밀히 소통해 이번에 참석할 수 있게 자리를 잡아주었다는 장황한 설명을 하는 상냥하고 예쁜 로라의 목소리가 오늘은 더 상냥하게 느껴진다. 


고마운 마음에 급한 선약도 양해를 구하고 시간을 비웠지만, 주말 내내 월요일부터 시티에서 있을 본사 교육으로 마음이 설레기도 하고 시티로 출근할 일이 부담으로 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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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이리스 바이어 덕트 본사 


첫 번째 교육 날 

딸을 버스 정류장에 내려 주고 시티로 가는 길은 록다운 이후 재택근무의 효율성을 느낀 많은 이들이 시티 근교의 전원주택지로 사무실을 옮기고 있다는 정보를 실감케 하는 듯 생각보다 한산했다. 

뻥 뚫린 16번 고속도로는 나의 오랜만의 시티 출근길을 유쾌하게 도와준다. 지하철 공사와 대형 건물의 신축 공사로 시티는 이른 아침부터 바삐 돌아가고 있었다. 청량한 아침 공기 속에 바이어덕트에서 마시는 한잔의 커피는 순식간에 나를 지난 십 수년간 시티에서 열정적으로 살던 그때로 이끌고 갔다. 


주책없이 과거로 떠나는 정신줄을 잡으며 도착한 바이어덕트에 있는 베이리스 본사는 잡지에서나 볼 듯한 예쁘고 지적이고 세련된 선남선녀들이 모던한 사무실 곳곳에서 영화의 한 장면들을 멋지게 연출하며 열심히 일하고 있었다. 

고객들의 요구에 최상의 결과물로 보답하기 위한 베이리스 본사의 끊임없는 노력 그리고 그런 앞서 가는 회사철학을 선별된 베이리스 직원들에게 잘 전해질 수 있도록 체계적인 시스템과 교육 과정을 갖추고 그것이 고객의 만족으로 이어지고 그 만족이 베이리스가 유지하고 있는 프리미엄 브랜드 네임의 원동력이 되고 있다. 


시간대별로 알차게 준비된 강사들은 교육장을 뛰어난 입담으로 뜨겁게 만들었고, 회사 경영진들의 경영 철학은 우리들의 가슴을 자부심으로 채우기에 충분했다. 40여 명이 족히 넘어 보이는 다양한 연령의 베이리스 신입 맨들은 열정적인 강사들에게 뒤질세라 포부와 경험담으로 강연장의 열기를 더욱 뜨겁게 달구었다. 나 역시도 나와 비슷한 감정의 동요를 느끼는 동료들 속에서 많은 도전을 받게 되었다. 설렘과 긴장 속에 교육 첫날은 잘 마무리되고 나의 수고와 긴장을 어여삐 여긴 나의 하나님께선 위로하는 자들까지 보내시어 그 날의 수고에 격려까지 해 주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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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워크샵 중 경매사의 강의 


두 번째 교육 날  

늘 웨스트 하버 지역에서 오픈 홈을 할 때면 빼놓지 않고 하던 나의 설명이 문득 이른 새벽에 떠올랐다. 

“시티까지 페리로 30분이 채 안 걸려요.” 늘 막히는 출근길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으며 하루를 시작해야 하는 사람들의 귀를 솔깃하게 하는 설명으로 한 두 커플을 웨스트 하버로 이주시키는 데 성공한 나는 그 페리를 타고 시티로 가보고 싶어졌다. 웨스트 하버 페리 선착장은 생각보다 많은 젊은이들로 붐볐고 시티행 페리는 순식간에 만선이 되어 출발을 한다. 배 안에서 하루의 일과를 계획하다 보니 물살 너머로 어느덧 반가운 스카이 타워가 보인다. 


대학 때 전공으로 신학과 종교철학을 공부한 것이 40년의 세월이 흘러 내 남편의 파란만장한 삶의 대반전이 될 줄을. 20살 청년을 신학도로 인도하셨던 주님 외에 누가 알았으랴. 주님께만 털어놓을 수 밖에 없는 그 가슴의 사연을 품고 신 앞에 단독자로 서기 위해 나이 60이 되어 신학 대학원을 향해 떠났던 남편과 그 남편을 응원하며 서포트하기 위해 새로이 부동산 업계에 출사표를 던졌던 나. 시간은 변함없이 우리 사이를 거치고 돌아와 2년의 세월이 흘렀고, 그렇게 간 남편이 2년간의 한신대학원 과정을 우수하다 못해 월등한 성적으로 수료하고 다음 주면 귀향을 한다. 그리고 나 역시 그 2년간 나 스스로가 대견해 할 만한 판매 실적으로 베이리스의 그레이스가 되어 있다. 

 

일본 메이지 대학교의 문학부 교수이자 자기 계발 전문가와 교육 심리 강사로 더 유명한 사이토 다카시는 ‘50세부터는 인생관을 바꿔야 한다’라는 책에서 100세 시대를 사는 우리가 풍요로운 인생 후반을 누리기 위해서 50 즈음에는 되 집어봐야 하는 우리의 마음가짐을 다루고 있다. 우리는 주위에서 50대가 되어 하던 일을 정리하고 은퇴의 자리로 들어서거나, 지나온 삶의 회한으로 삶 자체가 총체적으로 흔들리는 사람들을 종종 본다. 누구에게나 드는 감정이지만 이 인생의 시기를 반환점으로 삼을지 결승점으로 삼을지가 이때를 통과하는 우리 스스로 자문해 봐야 할 중요한 화두이다. 


나 역시 이 작가와 많은 부분을 공감하며 내가 지나는 이 시기를 내 삶의 반환점으로 받아들이며 많은 부분을 겸허히 내려놓으며 지나가려 노력 중이다. “내가 여전히 중요한 인물이라는 착각에서 벗어나라”고 작가는 충고한다. 어쩌면 아닌 듯도 한 이 충고가, 자신을 소중히 여기라는 어느 강사의 표현과 상충하는 듯도 하지만 나 역시 사이토 다카시의 의견에 전적으로 공감하며 오늘을 열심히 살고 있다. 

 

아이들과 영화를 함께 보다가 나만 스토리가 이해가 안 돼 옆에 앉은 딸에게 자문을 구하는 나, 두세 번은 설명해 줘야 기계의 작동법을 익히는 나, 어릴 적에 교과서를 줄줄 외울 정도의 뛰어난 암기력이 있었다며 아이들에게 변명하지만 아마도 호랑이가 담배를 피우던 시절처럼 아득하게 들릴 것이다. 


그런 내가 영어로 교육을 받고 영어로 거래를 성사시키며 살고 있다. 그 이유는 늘 일등과 선두에 서야 한다는 수십 년 묵은 고정 관념을 깨고 이 순간 나를 필요로 하는 이들에게 진심으로 도움이 되고자 하는 신념으로 좀 천천히 가더라도 일등이 아니더라도, ‘우리’라는 가치관을 더욱 돈독히 쌓으며 난 그렇게 ‘우리’속에서 오늘 하루도 열심히 살고 있다. 

오늘도 우리에게 새날을 허락하신 하나님께 감사를 드리며.

“Amazing Gr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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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레이스가 근무하는 노스웨스트 베이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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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 정    

・ 뉴질랜드 민주평화통일자문위원

・ 베이리스(노스 웨스트)부동산 에이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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