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쉬고 또 쉬면 쇠로 된 나무에 꽃이 핀다 (休去歇去 鐵木開花): 임제 선사

마음을 쉬고 또 쉬면 쇠로 된 나무에 꽃이 핀다 (休去歇去 鐵木開花): 임제 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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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교수의 책따라 생각따라(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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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의 공격을 받아 우물 안 나무뿌리를 잡고 안도했는데, 뿌리를 검은 쥐와 흰쥐가 갉아먹고 있다. 바닥에는 독사가 우글대고 있다. 불안에 떨던 나그네에게 꿀물 다섯 방울이 똑똑 떨어졌다. 그 달콤함에 입을 벌린 순간 벌들이 나와 나그네를 쏘아 댔다. 그 고통은 말할 수가 없다> 이는 톨스토이 작품에 등장하는 예화이다. 바로 불경에 나와 있는 안수정등(岸樹井藤)이다.

이처럼 위태롭게 살다 보면 내 의지와 상관없이 가던 길을 벗어나 다른 길을 걸어야 하는 순간이 찾아온다. 우리는 마음을 비우고 새롭게 시작하고자 할 때 산사(山寺)를 떠올린다. 조용한 절에서 참선을 하면서 자신을 되돌아보고 새로운 마음가짐을 가진다. 대부분 사찰에서 템플 스테이(Temple stay) 프로그램이 마련되어 있다.

최종걸은 대학 졸업 후 연합뉴스 기자로 직장생활을 시작해 연합통신에서 퇴사했다. 봉은사 월간 사보(寺報)인 <판전>에 명산대찰을 순례하며 절의 창건 설화를 수집해 연재했다. 현재는 <일간 투데이> 주필로 있다.

승가(僧伽)는 산스크리트어의 ‘samgha’에서 유래한 단어인데, 스님들이 모여 사는 공동체를 가리킨다. 우리 말로 절이고, 사찰(寺刹)이라 한다. 우리나라에는 천년 고찰들이 많다.

우리나라의 대표적 사찰로는 불보(佛寶)사찰 통도사, 승보(僧寶)사찰 송광사, 법보(法寶)사찰 해인사를 꼽는다. 불보사찰은 부처님의 진신(眞身)사리(舍利)를 모신 절이고, 승보사찰은 명승들이 많이 배출된 곳이고, 법보사찰은 부처님 말씀 즉 불법을 모신 사찰이다.

해인사는 이성계가 1399년 강화도 선원사에 있던 <고려대장경>을 이전 봉안하였다.
<고려대장경>은 부처님의 가르침을 집대성한 경(經), 율(律), 론(論) 삼장(三藏)을 말한다.

1011년 (고려 헌종 2년)에 착수해 1087년 팔공산 부인사에 봉안했으나 1232년(고종 19) 몽고군의 방화로 소실되었다. 1237년 최우가 회향하여 16년만인 1251년에 완성되었다.

완성한 8만1천350장에 8만4천 법문을 실었다. 최근 통도사에서 ‘16만 도자기 대장경’을 만들어 서운암 장경각에 조성했다.
2018년 양산 통도사, 영주 부석사, 안동 봉정사, 보은 법주사, 공주 마곡사, 해남 대흥사, 조계산 선암사가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에 등재되었다.

안동 봉정사는 태조 왕건과 공민왕이 다녀갔고 최근에는 영국 엘리자베스 2세가 들렀다. 2018년 문 대통령. 2019년에는 앤드루 왕자가 방문했다.

세계 불교의 3대 흐름의 하나인 티베트 불교는 파워 불교이다. 신비한 힘을 가지고 있는 불교이다. 또 하나의 흐름은 지성적 불교이다. 엄격한 논리와 치밀한 분석이 주조를 이룬다. 현대 서양 불교학자들이 많이 포진되어 있다. 

나머지 하나의 흐름은 선불교이다. 화두라는 장치로 고정관념과 도그마를 분쇄하는 것이다. 선종(禪宗)은 참선으로 깨달음을 얻는 것을 수행 방법으로 삼는 종파이다. 염화시중(拈華示衆)에서 기원한다. 불립문자로 경전에 의지하지 않고 자기 안에 존재하는 불성을 깨치고자 하는 것이다. 마음에서 마음으로 전하기 때문에 불심종이라고도 한다.

의언진여(依言眞如: 언어에 의지하여 진리를 표현한다)의 세계에서 이언진여(離言眞如: 언어를 떠남으로써 진리를 표현한다)의 세계로 안내하는 것이 화두(話頭)이다. 화두는 말의 머리만 있고 꼬리는 감추고 있다. 머리만 힐끔 보고 몸통과 꼬리를 한눈에 파악해야 한다. 언어를 가지고 언어를 파괴하는 것이 화두이다. 선종 2대조 혜가 스님이 달마 대사에게 물었다.

‘불도를 얻는 법이 무엇입니까?’ 달마 대사는 ‘마음을 보라’고 했다.
선(禪)은 몸과 마음을 맑히는 수행의 방편인 차(茶)와 같은 맛이다. ‘다선일미(茶禪一味)이다.

정약용은 강진 유배 시 백련사 주지 아암 혜장 스님의 소개로 초의(草衣) 선사를 알게 된 후 차를 달라고 조르는 내용의 <걸명소(乞茗蔬)>를 지었다. 다향천리(茶香千里), 음차흥국(飮茶興國) 이라는 글을 썼고 호(號)도 다산(茶山)이라고 지었다.

‘선(禪)은 부처의 마음이며 교(敎)는 부처의 말씀이다’라고 서산대사는 정의했다.
그는 해탈송으로 이렇게 읊었다.

눈 내린 들판을 걸어갈 때 (踏雪夜中去)
함부로 어지러이 발걸음을 내딛지 말라. (不須胡亂行)
오늘 내가 남긴 발자국이 (今日我行跡)
뒤에 오는 사람의 길이 되려니. (遂作後人程).

사찰에는 많은 현판들이 있다. 그래서 유명한 서예가들과의 인연도 깊다. 
구례 천은사가 1774년 복원되었을 때 원교 이광사가 ‘마치 물이 흘러 떨어지는 필체’로 ‘지리산 천은사’ 현판을 썼다. 화재가 잦았던 절이 그 후로는 한 번도 화재가 안 일어났다고 한다.

추사 김정희가 71세에 봉은사의 ‘판전(版殿)’을 썼고, 문둥병 어린 환자로 석대암 지장보살 전에 백일 기도 후 병이 나아 출가한 남호(南湖) 스님이 1856년에 ‘판전’을 판각했다.

1970년 운허 스님이 봉선사 대웅전을 중건하고, 한글로 ‘큰 법당’이라고 쓴 편액을 걸어 우리나라 최초의 한글 대웅전이 되었다.

출가하여 승려가 되지 않고 재가(在家)의 불교신자(信者)를 거사(居士)라고 한다. 
부설(浮雪) 거사의 오도송(悟道頌)을 들어보자.

이런대로 저런대로 되어가는 대로 (此竹彼竹化去竹)
바람 부는 대로 물결치는 대로 (風打之竹浪打竹)
죽이면 죽, 밥이면 밥, 이런대로 살고 (粥粥飯飯生此竹)
옳으면 옳고 그르면 그르고 저런대로 보고 (是是非非看彼竹)
손님접대는 집안 형편대로 (賓客接待家勢竹)
시정 물건 사고파는 것은 세월대로 (市井賣買歲月竹)
세상만사 내 맘대로 되지 않아도 (萬事不如吾心竹)
그렇고 그런 세상 그런대로 보내 (然然然世過然竹): <八竹詩>
 

김영안

한국서예협회장, 전 단국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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