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명(虛名)의 광기

허명(虛名)의 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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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규의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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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조카 중에 나이가 제일 많은 녀석이 예순여덟이다. 큰누나의 맏아들이다. 녀석은 어렸을 때 나를 유난히 따랐다. 나는 녀석을 툭하면 구박했지만 녀석은 훌쩍거리면서도 나를 따라다녔다. 영원히 간직하고 싶은 아름다운 추억이다. 요즘도 삼촌 하면서 자주 연락한다. 


녀석은 대학을 졸업하고 효성그룹에 입사해 능력과 성실함을 인정받아 내일모레 칠십인데도 효성그룹 방계회사 사장으로 일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지구촌 이곳저곳 출장을 자주 다닌다.


언젠가 녀석이 이런 글을 보내왔다.

“미국 교포에게 들은 이야기입니다. 한국사람끼리는 절대 동업하지 말라고 한답니다. 이유는 중국 사람은 동업할 때 내가 받을 수 있는 돈이 얼마냐가 관건인데, 한국 사람은 사장을 누가 할 거냐가 제일의 이슈랍니다. 돈은 서로 조정할 수가 있는 것이지만 사장은 한 자리 밖에 없으니 분란이 계속되고, 결국은 파국으로 가는 경우가 많다는 겁니다. 모두다 그런 건 아니겠지만 전반적인 한국 사람들의 마인드 아닌가 해서 씁쓸한 마음으로 들었습니다.”


뉴질랜드에 이민 와서 내가 교민사회에서 가장 많이 만난 사람이 사장이다. 교민사회에 발 담그지 않고는 살기 어려운 현실 때문에 자연스럽게 교민들과 어울렸다. 한데 내가 만나는 상당수의 사람들은 성(姓) 뒤에 사장이라는 호칭이 붙어있었다.


덜떨어진 나는 그들이 직원을 거느리고 작은 사업체라도 운영하는 그런 사장인 줄 알았다. 그런데 혼자 명칭만 사장이 상당수였다. 


그랬다. 무슨 사장이라는 명칭에 한이 맺혔는지 교민사회에 나대는 사람 대다수가 사장이라고 했다. 자존심도 없고 철학도 없고 헛것에 인생을 거는 못난 인간들의 슬픈 자화상 같았다.


그랬던 교민사회가 허명의 단위가 높아졌는지 어느 때부터는 ‘회장’이라는 명칭이 난무하기 시작했다. 사장으로 자신을 포장하기에는 뭔가 부족했던 모양이다. 사장이라는 명칭은 시시하고 회장쯤 돼야 체면이 서는 모양이었다. 


무슨 무슨 위원회 회장이라거나 무슨 협회 회장이라고 해서 알아보면 거의 달랑 혼자였다. 그런데도 제 이름 앞에 거창하게 무슨 위원장, 무슨 협회장이라고 써서 동네방네 벽보를 붙이고 다녔다. 별별 회장이 다 등장했다. 서너 명이라도 모이면 으레 회장님이 탄생했다.


솔직히 취미가 같은 사람들끼리 모여 단체를 만들든 협회를 만들든 회장이라고 칭하든 자기들끼리 하면 그런가 보다 하겠다. 그런데 교민 신문이란 곳에 떠벌리며 광고를 한다. 과시하는 거다. 허명(虛名)에 목을 매는 수준 낮은 인간들의 퍼포먼스다. 


그걸 교민신문이란 곳에서는 제대로 된 건강한 단체인지 주먹만 흔들어대는 단체인지 구분하지 못하고 열심히 선전해준다. 하긴 제대로 된 논단이나 시론을 쓸 지식도 없고 지역사회에 도움이 될 기사는 취재할 능력도 없는 찌라시에서는 그런 거라도 실어야 지면을 채울 수 있을 거다. 똑바로 얘기하자면 허명을 명패처럼 목에 걸고 껍죽대는 헛된 인생들이다.


최근에 참으로 민망한 시론을 접했다.

모든 회원이 탈퇴하고 한 사람만 남아있는 뉴질랜드 한인언론협회에 혼자 남아있는 인물이 “스스로 한인언론협회 회장이라는 감투를 쓰고 회장 행세를 하고 다니고 있다”는 내용이다. 그러면서 “마치 학생 1명 있는 학교에서 내가 전교 1등이라고 하고 다니는 것과 같다”고 덧붙였다.


자칭 교민 언론이라는 ‘일요시사’ 대표인 권우철이 그 당사자다. 이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참으로 난감하다. 회장 소리가 그렇게 듣고 싶었던가? 아니면 스스로 ‘한인언론협회 회장’이라는 명패를 걸고 이런저런 사람 만나서 뭔가 떳떳하지 못한 일들을 시도해볼 계획이었을까? 


교민들 편 가르기나 하는 잘못된 단체를 지적하고, 한 사람의 회원도 없으면서 회장이라고 으스대는 저질들을 질타해야 할 위치에 있는 교민신문 대표라는 인물이 끼어들 곳, 안 끼어들 곳을 구분하지 못하고 설쳐 대더니 이젠 혼자 한인언론협회 회장이라고 헛소리를 하고 다닌다는 거다. 어처구니없다.


나는 언론의 사명 역할 등 언론의 본질에 대해 논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명색이 언론이라고 행세한다면 동네찌라시같은 수준이라고 비아냥거림을 당할지라도 언론으로서 최소한의 품격은 갖추도록 노력해야 되는 것 아닌가? 더불어 건강한 교민사회를 위해 바르게 처신해야 되는 것 아닌가? 과연 권우철은 언론 운운할 자격이 있는가?


뉴질랜드 교민사회 언론이 정말 낯 뜨겁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질 낮은 허명의 광기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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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규_세 손녀 할아버지(오클랜드 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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