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는 현실과 과거 사이에 영원히 끝없이 이어지는 질문과 대답이다: E.H.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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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교수의 책따라 생각따라(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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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 유화는 붓으로 면(面)을 그리는 반면, 중국의 그림에는 선(線)이 나온다. 서예가 조맹부는 글과 그림은 바탕이 같다고 했다. 중국의 그림과 글씨는 다 선의 예술이다. 선은 추상이면서 구상이다. 선은 곧 법(法)이다. 선(필획)이 있어야 선(그림)이 있다. 

아름다운 시와 글씨는 그림과 기묘한 상호 관계를 형성한다. 이것은 화가와 감상자 사이의 시각과 청각으로 상통한다는 것을 증명한다.

주용(祝勇)은 베이징 고궁박물원 시청각연구소 소장으로 예술학 박사이다. <주용의 고궁 시리즈> 12권을 출판했다. 대표작으로는 <옛 궁전>, <피의 조정> 등이 있고, 중국의 유홍준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의 최초의 그림은 두루마리였다. 동진 고개지의 <낙신부도(洛神賦圖)>는 화가의 이름이 알려진 중국의 최초 두루마리 그림이다. 그는 ‘중국 회화사의 첫 번째 화가’로 불린다. 조조의 아들 조식이 형인 조비에게 쫓겨나 낙하 주변에서 낙신(洛神)을 만나 사랑에 빠진 몽환적인 그림이다. 

낙신부도는 57.1cm에 길이가 572.8cm이다. 두루마리가 옆으로 길게 표구한 그림으로 탁자 위에 두고 말아서 보는 것이다. 두루마리 그림은 전해지면서 소장한 사람과 감상한 사람들이 느낀 감상을 썼다. 

이 부분을 ‘시미(詩尾)’라고 한다. 시미는 영원히 이어지는 질문과 대답이다. 요즈음 댓글과 같은 것이다. 세로로 긴 족자(簇子)나 병풍(屛風)은 대략 북송 시대에 유행했다.

풍경(風景)을 상업화한 것이 풍경구(관광지)이다, 일반인에게는 여행의 목적지이고 투자자에게는 돈 버는 곳이다. 풍경구는 하나의 점(點)이다. 산수(山水)는 점이 아니고 면(面)이고, 편(片)이다.

12세기 북송(北宋) 장택단(張澤壇)의 <청명상하도(淸明上河圖)>는 풍경을 그린 산수화이다.  상하(上河)는 변하(邊河)에 간다는 뜻이다. 변하는 송나라 수도 변경(邊京)에 있는 강이다. 당시 수도인 변경의 생활 풍경을 그린 그림이다.

명나라 당인(唐寅)은 황실 화가가 아닌 재야 화가였는데, 그가 1508년에 그린<송애별업도> 두루마리가 2013년 인민폐 7,130만 위안(약 138억 원)에 낙찰되었고, 부채 그림 <강점담고도>는 인민폐 1,150만 위안으로 부채 그림의 최고가를 경신했다. 

역대로 황실이 그림을 가장 장려한 때는 송나라 때이다. 그래서 황제가 그린 작품들이 많다. 송나라 휘종은 <청금도>, <서학도> 등 많은 그림을 그렸다. 그리고 과거 시험에 그림을 시제로 정하기도 했다. 그는 그림뿐 아니라 서예에도 조예가 깊었다. 
조길(휘종)의 수금체(瘦金體)의 수(瘦)는 마르다는 뜻이다. 

당나라의 안진경의 해서(楷書)는 필촉이 둥글고 부드러워 풍만해서 중후한 느낌이 든다. 안진경의 대척점에 유공권이 있다. 안진경과 달리 풍만함을 수척함으로 바꾸었다. 필획은 기이하고 험했으며 붓끝은 예리했다. 조길은 필획을 더 가늘고 더 단단하게 만들었다. 

수금체는 수척하면서도 풍만하다. 말랐지만 맑고 아름답다. <중국서법풍격사>에서 조길을 당나라 안진경을 이은 사람이라 했다. 후세 사학자들은 조길은 황제가 아니라 예술가로 살았으면 더 빛날 것이라 평했다.

청나라의 태평성세는 강희제(康熙帝)가 즉위한 1661년에서 건륭제(乾隆帝)이 사망한 1799년까지 138년 동안이다. 1700년 프랑스 루이 14세는 중국 문화의 열혈 팬이었는데 그는 중국식 긴 두루마기를 입고 중국식 가마를 타고 무도회에 입장했다고 한다.

화가 마화지가 <시경도(詩經圖)>의 그림을 그리고, 건륭은 <시경> 305편을 그림 가장자리에 한 글자 한 글자 베껴 썼다. 그리고 그는 <시일시이도(是一是二圖)>에 두 사람을 그렸다. ‘하나이면서 둘이라 가깝지도 멀지도 않았다.’ 즉 두 사람은 젊은 건륭과 늙은 건륭이었다.

그림을 그린 사람에 대해 깊이 파고 들어가고 그가 살았던 시대를 이야기한다. 생각의 폭도 넓고 깊이도 깊다. 그림에서 가장 긴 선은 산맥도 아니고 강도 아니라 시간이다. 

시간은 인생의 본질이다. 인간은 모든 것을 이겨도 시간은 이길 수 없다. 시간은 강물처럼 무정하게 흘러간다. 900년의 시간이 흘러 오클랜드의 한 중국 식당에 <청명상하도>가 벽지가 되어 장식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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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안

한국서예협회장, 전 단국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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