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생긴 대로 노는 것이 아니라, 노는 대로 생긴다 : 정약용
김 교수의 책따라 생각따라(106)
이솝우화는 각종 동물의 성격과 행위를 빌어서 인간세계를 풍자한 우화(寓話)의 고전(古典)이다.
오늘날 우리에게 생생하게 와 닿는 일상적인 도덕 교훈이며, 처세술이다.
우리에게 친숙한 이름 ‘이솝(Aesop)’은 희랍어로 ‘아이소프스’이다. 기원전 6세기경 태어나 569년에 죽었다고 역사가 헤로토투스가 <역사>에서 전했다.
사모스인 이아드몬의 노예였다고 한다. 들창코에 안짱다리로 못생겼지만 그는 재능이 뛰어났다. 주인이 여행을 떠날 때 짐꾼으로 항상 무거운 식량을 운반하곤 했다.
다른 노예들이 그를 비웃었지만, 여행을 할수록 식량은 매일매일 줄어들어 여행 끝에는 빈 몸이 되었다고 한다. 다른 노예들은 같은 짐을 여행 내내 짊어지는 고생을 했다.
플라톤의 <파이돈>에서 소크라테스가 감옥에서 이 우화를 원래 산문(散文)으로 되어 있던 것을 시(詩)로 바꿨다고 서술하고 있다. <아이소프전(傳)>은 프라누데스(1260~1330)가 쓴 것으로 첫 작품이다. 총 358편의 우화가 실려 있는데, 상당 부분은 후세 사람들이 추가한 내용도 많다.
모두가 평등한 그리스의 민주주의 사상과는 달리 노예들의 처세에 관한 우화이다. 고대 그리스 학교에서 교재로 사용되면서 어린이용 동화로 변질되었다.
‘여우의 신 포도 논리’라고 잘 알려진 <여우와 포도>는 서양에서 가장 자주 등장하는 우화이다. 높은 나무에 열려 있는 포도를 먹으려고 여러 번 뛰어올랐지만 결국 못 먹고 말았다.
여우는 포기하고 떠나면서 “저 포도 아직 덜 익었어. 시어서 못 먹을 것이야”라고 변명을 했다. 이는 자기의 능력 부족을 남 탓이라고 둘러대며 자기 합리화를 하는 행위이다.
<거북이와 산토끼>는 전 세계 어린이들이 가장 먼저 만나는 동화가 아닐까 싶다. 거북이와 산토끼가 경주를 했다. 산토끼는 절반 이상을 먼저 가서 느릿느릿 걸어오는 거북이를 보고 잠시 쉬다가 잠이 들었다. 끈기 있게 걸어온 거북이가 목표지점에 먼저 도달했다.
이는 타고난 재능만 믿고 게으름을 피우는 사람보다 열심히 꾸준히 일하는 사람이 더 낫다는 교훈을 준다.
<천문학자>는 천문학자가 매일 저녁 하늘만 보다가 그만 우물에 빠졌다. 훌륭한 일을 혼자 도맡아 하는 것처럼 우쭐대지만 정작 일상생활의 평범한 일을 하는 데는 서투른 사람을 풍자한 것이다.
<북풍과 태양>은 김대중 대통령의 ‘햇볕 정책’이라는 것을 탄생시킨 우화이다. 북풍과 태양이 나그네의 옷 벗기기 시합을 했다. 북풍이 세게 불자 나그네는 옷을 더 여미었다.
그러자 태양이 햇볕을 내리쬐자 나그네 스스로 옷을 하나둘 벗었다.
<남 좋은 일만 시킨 사자와 곰>은 고사성어 ‘어부지리(漁父之利)’와 같은 우화이다. 사자와 곰이 동물 사체를 놓고 싸우는 와중에 여우가 잽싸게 사체를 훔쳐 달아났다.
<나무꾼과 헤르메스>는 우리 전래동화 <금도끼> 우화의 모델이다. 나무꾼이 나무를 베다가 도끼를 호수에 빠뜨렸다. 헤르메스 신이 이를 보고 금도끼를 들고 나와 “네 것이냐?”라고 물었다. 그는 다음에 은도끼를, 마지막에 쇠도끼를 가지고 나왔다. 나무꾼은 “그게 제 도끼입니다”라고 말하자 헤르메스는 정직함에 감동해 세 자루의 도끼를 모두 나무꾼에게 주었다.
<장난꾸러기 양치기>는 서양 전래 동화로 탈바꿈했다. 양치기가 마을 사람을 놀리려고 ‘늑대야!’라고 소리쳤다. 모든 마을 사람이 뛰어나와 도우려 했으나 거짓말이었다. 여러 번 장난을 친 후 정말로 늑대 무리가 나타났다. 그때는 마을 사람이 또 거짓말인 줄 알고 도와주지 않아 양들을 모두 잃었다.
많은 이야기 중에 <중년 남자와 정부(情婦)>는 흰머리가 많은 중년 남자가 늙은 아내와 젊은 정부 사이에 오가면서 대머리가 되는 이야기이다.
늙은 아내는 늙게 보이려고 까만 머리털을 뽑고, 젊은 정부는 흰머리를 뽑아 결국 대머리가 되었다. 자기 분수에 맞지 않는 짓을 하다가는 패가망신한다는 교훈을 준다. 기원전 5세기경에는 정부를 거느릴 정도로 여유가 있는 세상이 아니었다. 이 우화는 후세에 추가한 것으로 추정된다.
참고로 <The Fables of Aesop (David Levine: 이성훈 註, 도솔)>은 영문 문고판으로 짧은 문장과 삽화에 간단한 주석만 붙어 있어 초기 영어 독해 공부에 많은 도움이 된다.
김영안
한국서예협회장, 전 단국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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