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건물을 만들지만, 건물은 인간을 만들기도 한다: 처칠

인간은 건물을 만들지만, 건물은 인간을 만들기도 한다: 처칠

뉴질랜드타임즈 댓글 0 조회 319 추천 0


김 교수의 책따라 생각따라(109) 


cf4a7c3bea351d0d8c79401fcdb209a2_1704786200_3967.jpg
 

현대인은 하우스(house)는 있지만 홈(home)은 잃어버린 셈이나 다름없다. 커다란 닭장 속에서 한 칸을 차지하는 것으로 만족하는 사이에 자신만의 취향은 물론 참된 삶과 멋과 의미를 잃어버린 것dms 아닐까? 


인간이 환경의 동물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이러한 획일적인 환경에서 어떻게 개성과 창의성을 키울 수 있을까? 그런 경직된 공간에서 어떻게 아름다운 꿈을 꿀 수 있을까? 


어쩌면 우리는 오랫동안 집이라는 존재와 그 가치를 잃어버린 채 살아가고 있는 것이 아닐까? 그래서인지 우리는 항상 정원이 있는 집을 꿈꾸며 산다. 


성종상은 서울대학교 환경학 박사로 한국생태환경 건축회장, 환경대학원장, 환경계획연구소장 등을 역임했다. 현재 문화재청 문화재 위원, 한국 내셔널트러스트 이사로 재직 중이다. 


저서로는 <조경. 미학. 디자인>, <텍스트로 읽는 조경>, <세계유산의 새로운 해석과 전망>, <고산 윤선도 원림을 읽다> 등 다수가 있다. 설계작품으로는 <인사동길>, <국립중앙박물관>, <호암미술관 정원>, <선유도 공원>, <순천 국제정원박람회>, <천리포 수목원 입구 정원> 등이 있다.


이 책에서는 한국과 서양의 12명의 정원가를 소개하고 있다. 그중 3명이 왕이나 대통령이다. 미국의 제퍼슨, 한국의 정조대왕 그리고 현 영국의 찰스 3세이다. 


그 밖에 서양인으로는 독일의 헤세와 괴테, 영국의 처칠, 프랑스의 모네를 소개했고, 우리나라는 조선의 안평대군, 정약용, 윤선도, 양산보, 퇴계 이황을 소개하고 있다.


책이 마음의 양식이라면 정원(庭園)은 몸과 마음 모두의 양식이다. 정원은 눈을 즐겁게, 마음을 따뜻하게, 영혼을 살찌우게 하는 곳이다.


미국의 3대 대통령인 제퍼슨은 “정원은 땅을 경작하는 문화적 행위로서 자신을 즐겁게 하는 일이다. 정원을 가꾸는 것은 환상으로 땅을 장식하는 행위로 그림, 조각, 건축, 음악, 시, 웅변에 이은 제7의 예술이다.”라고 말했다.


독일의 대문호 괴테는 정원을 조화롭게 정돈된 자연으로 간주했다. 원생(原生) 자연 그대로가 아니라 이성(理性)으로 절제하고 미적으로 조화를 이루는 곳이 정원이라고 했다. 정원을 자연과 인간 사이의 융합을 의미하는 상징적 대상이자 장소로 간주했다.


2001년 첼시 플라워 쇼 수상자 명단에 영국 국왕 찰스 3세의 이름이 등장했다. 이슬람식 정원을 출품한 찰스 황태자가 은(銀)메달을 수상했다. 이듬해에도 약초 정원전에서도 은메달을 수상할 정도로 정원 작가로 이름을 알려 왔다. “정원을 가꾸기의 목적은 혼자만이 아닌, 다른 이들과 기쁨을 나누는 데 있다”고 찰스 3세는 말하고 있다. 


영국 동부 노퍽주 해안가에 자리 잡은 샌드링엄 영지는 찰스 3세가 어머니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사후 물려받은 사유지에 만든 정원이다. 총 80㎢에 달하는 방대한 규모로 1908년부터 일반에도 공개됐다.


2023년 5월 황지해 작가는 첼시 플라워쇼에서 지리산 동남쪽 약초군락을 모티브로 한 정원 '백만년 전으로부터 온 편지'로 쇼 가든 부문 금상을 거머쥔 ‘지리산 약초 건조탑'이 찰스 3세의 샌드링엄 영지에 설치된다고 한다. 12월 초 영지 내 수목원으로 옮겨졌고, 2024년 3월께 황토 마감 작업이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약초 건조탑은 스코틀랜드 출신 장인이 자연 채취한 점토, 짚, 모래, 말똥 등을 사용해서 한국과 영국의 전통적 방식을 활용해 제작한 것이다. 내부엔 가시오가피, 오미자 등 한국의 산약초가 매달려 있고 차를 마실 공간이 마련돼 있다.


한국의 정원은 일본의 정원처럼 아기자기하지도 신경질적인 짜임새나 구조적 기교미를 자랑하지 않는다. 인위적인 쩨쩨한 조산(造山)이나 이발(理髮)한 정원수로 정원을 가꾸지 않는다. 


그리고 중국의 집처럼 호들갑스럽지도 번잡스럽지도 않으며 절대로 장대함 따위는 꿈꾸지도 않는다. 한국의 정원은 조촐하고 의젓하며 한국의 자연 풍광과 그 크기가 알맞다. 자연과 조화를 이루고 있다.


다산 정약용에게 정원은 단순히 보는 즐거움과 휴식을 위한 곳만이 아니고, 맑고 고상한 삶을 유지하기 위한 필수 요건이었다. 


현존하고 있는 최고의 정원으로 담양에 있는 소쇄옹 양산보의 소쇄원(瀟灑園: 맑고 깊은 소, 깨끗한 쇄)은 조선 최고의 선비 정원이다. ‘소쇄’라는 단어에는 ‘기운이 맑고 깨끗함’이라는 뜻과 함께 ‘유유자적하고 그윽하여 속됨을 떠난 경지’를 암시하는 의미가 담겨 있다. ‘세속을 벗어나 욕심 없이 맑고 한가로운 삶을 살되 쾌활하고 시원스러운 마음’을 길러서 사람의 도리를 다하고자 한다는 뜻이다. 


한국의 최고 정원가를 꼽으라면 단연 고산 윤선도이다. 그는 전 재산을 들여 해남(海南) 금쇄동(金鎖洞)과 완도 보길면의 부용동(芙蓉洞)을 완성했다.


정원 가꾸기는 헤르만 헤세가 말한 것처럼 적당히 게으른 듯, 가을날 모닥불 연기 곁에서 꿈꾸기를 하듯 즐기면서 할 일이다. 세상에서 정원의 유형은 정원사 수만큼 많다고 한다.


여러분도 새해에는 자신만의 정원을 가꾸어 보지 않으시겠습니까?



  김영안

한국서예협회장, 전 단국대 교수


저작권자 © ‘뉴질랜드 정통 교민신문’ 뉴질랜드타임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게시글에 달린 댓글 총 0

애드 프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