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우리가 제일 잘 나가!

지금은 우리가 제일 잘 나가!

뉴질랜드타임즈 댓글 0 조회 159 추천 0


권태욱 교민 1호 변호사의 ‘돈 버는 법률 이야기’(18) 


fe59028545632beb0dd26e7f3abbb568_1604377480_5251.jpg
 

전 세계에서 제일 피아노를 잘 치는 사람은?

전 세계에서 제일 좋은(구글 OS) 스마트폰은?

세계 최대 조회 수를 기록한 뮤직비디오 동영상의 주인공은?

지난달 EPL 득점왕은?

세계 피겨 스케이팅 역사상 최고 점수를 받은 여자 선수는?

여자 프로 골프 대회 우승자를 제일 많이 배출하고 있는 나라는?

세계에서 제일 우수한 문자 평가대회에서 1위로 뽑힌 글자는?


이 글을 읽는 독자라면 정답을 맞히는 데 어려움을 느끼는 분이 안 계실 것으로 판단되는 질문들입니다. 


뉴질랜드에 있는 한국 교민사회를 형성하는 분들이 이민 오기 시작한 것이 1980년대 후반, 1990년대 초반입니다. 경제 위기를 극복하려는 노력으로 문호를 개방한 나라에 기술이민으로, 투자이민으로 새로 들어온 사람들 중에 제일 눈에 띄는 사람들이 한국인들이었습니다. 본토 출신 중국인들이 대거 이 나라에 들어오기 시작한 것은 그로부터 20년쯤 후입니다. 


백인들끼리 살고 있던 동네에 새로 이사 와서 좋은 집을 구입하고, 중고이기는 하지만 연식이 오래되지 않은 자동차를 구입해서 몰고 다니는 검은 머리의 새 이웃을 키위들은 따뜻하고 반갑게 맞아줬습니다. 


동네에서, 아이들의 학교에서, 그리고 교회에서 처음 만나는 키위들은 너무나 당연하게 어느 나라에서 왔느냐고 물어봤고, South Korea라고 대답하면 한결같이 6.25 이야기를 했습니다. 


한국전에 참전했던 사람들이 아직도 활발하게 사회활동을 하고 있던 시기였기도 했지만, 그보다 더 큰 이유는 이 나라 사람들이 대한민국에 대해서 알고 있는 것은 한국전쟁밖에 없었기 때문입니다. 


외국에 나오면 애국심이 강해지는 것은 어느 나라 출신이나 마찬가지고, 어느 나라에 가서 살고 있는 교민이나 마찬가지입니다. 1990년대에 뉴질랜드에 이민을 온 대한민국 사람이 특별히 애국심이 약하지는 않았을 테지만, 전류 주파수가 맞지 않아서 쓰던 것을 버리고 이 나라에 와서 새로 장만해야 했던 가전제품을 대한민국 산으로 구입하는 교민 가정은 거의 없었습니다. 


중국산은 물론 아니었습니다. 중국에서 가전제품을 만들어서 외국으로 수출하는 것은 아직 중국의 산업정책 입안자들 머릿속에만 있던 때였으니까요. 그 당시 한국 교민들이 구입한 제품은 한결같이 일제였습니다. 


텔레비전은 소니 아니면 도시바였고, 자동차는 도요타나 혼다였습니다. 한국에서는 삼성과 엘지 제품을 아무런 불편 없이 사용하던 사람들이 이 나라에 와서는 모두 일제로 구비한 것은, 숨어 있던 외제 선호가 튀어나왔기 때문이 아니었습니다. 그냥, 한국 제품을 파는 곳이 없었기 때문이었습니다. 


1990년대와 2000년대 첫 10년 동안 내내 사정은 거의 그랬습니다. 다만 현대 자동차를 구입하는 교민 가정이 조금씩 늘어난 것이 21세기에 들어와서 생긴 변화였습니다. 대한민국은 좋게 말해서 중진국이었고, 정확하게는 후진국에서 갓 벗어난 나라 정도로 모두들 생각했습니다. 이 나라에서 원래 살고 있던 사람들도 그렇게 생각했고, 새로 이민 온 우리들도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무엇보다도 ‘한국’ 하면 내세울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그렇던 것이 지난 10년 사이에 확 바뀌었습니다. 

이제 한국 교민을 처음 만난 뉴질랜드 사람이 한국전쟁을 제일 먼저 언급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각자 좋아하는 분야에 따라 연상하는 사람이 다릅니다만, 자기가 좋아하는 분야에서 세계 최고를 기록하고 있는 한국 사람을 알고 있고, 그 사람의 나라에서 온 사람을 만나게 된 것을 기쁘게 여기는 표정을 역력하게 보여줍니다. 


고전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은 조성진, 축구를 좋아하는 사람은 손흥민, 올림픽은 김연아, 청소년들은 BTS, 초등학생들은 BLACK PINK, 핸드폰은 삼성. 야구를 좋아하는 사람이 적은 나라가 되어서 류현진을 이야기하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세계적 차원에서 사람들이 이동하고 교류하기 시작한 이래, 경제적 군사적 패권을 누린 나라들은 인구가 많고 자원이 풍부한 국가들이었습니다. 소위 강대국들이지요. 특정 국가의 면적과 인구, 그리고 보유 자원은 사람의 노력을 바꿀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인구 5천만의 국가가 세계적인 패권국가가 되는 것은 기대하기 어려운 일입니다. 하지만 세계적인 패권국가는 아니어도 그 나라의 사람이 세계적인 업적을 이루면 그 나라의 위상은 높아지고, 그 나라 국민과 그 나라 출신으로 외국에 사는 사람들에 대한 시선이 달라집니다. 


1950년대에 에드먼드 힐러리 경이 뉴질랜드를 세계 속에 우뚝 세웠습니다. 그래서 뉴질랜드 사람들은 지금도 힐러리 경을 그처럼 내세웁니다. 뉴질랜드가 세계적으로 내세울 수 있는 인물로 힐러리 경 외에는 제게 떠오르는 사람이 없습니다. 


제가 과문한 탓일 수도 있지만, 인구 5백만도 안되는 나라에서 그런 인물을 한 명이라도 배출했다는 것만 해도 대단한 것이죠. 인구 5백만의 뉴질랜드가 힐러리 경을 배출할 때 인구 3천만의 대한민국에서는 그런 인물이 한 명도 나오지 않았으니까요. 


그런데 지금은 거의 전 분야에 걸쳐서 전 세계 최고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사람들이 대한민국 사람들입니다. 아, 영화 기생충도 대한민국 사람들이 만들었지요?


개인적인 재능과 노력으로 성취할 수 있는 거의 모든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자리를 차지한 사람들, 세계 최상위급의 산업과 노하우를 가지고 있는 나라, 대한민국 사람들이고, 대한민국입니다. 


그런 대한민국 사람들이 뉴질랜드에 살고 있습니다. 우리들이 그 사람들입니다. 

일본 강점기를 벗어나자마자 3년에 걸친 전쟁으로 거의 폐허가 된 한반도에 왔던 미국 사람들은 당시 한국인들 눈에는 엄청나게 대단한 나라에서 온 사람들이었습니다. 


들은 대한민국 사람들에게 친절했고, 많이 가르쳐줬고, 대한민국을 많이 도와줬습니다. 대한민국이 오늘의 대단한 나라가 되는 데 기여했습니다.


지금 세계적으로 매우 대단한 나라가 된 대한민국에서 온 우리 교민들은 광복 이후에 대한민국에 왔던 미국인들처럼, 이 나라가 더 좋은 나라가 되도록 기여할 수 있을까요?

                   <다음에 계속>


5e37c6aeba5623094d23b37e0329088b_1594762059_4469.jpg
권태욱 교민 1호 변호사   

Mob: 0210 333 347  Barrister 

taekwonlawyer@naver.com

이 게시글에 달린 댓글 총 0
 
 
 

애드 프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