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버는 법률 이야기] 록다운 시기 상업용 건물 임차료 탕감 또는 면제 투쟁 경과보고(1)

[돈 버는 법률 이야기] 록다운 시기 상업용 건물 임차료 탕감 또는 면제 투쟁 경과보고(1)

뉴질랜드타임즈 댓글 0 조회 135 추천 2


권태욱 교민 1호 변호사의 ‘돈 버는 법률 이야기’(8)  


b0f7cbdca362a1524973359dc026d75e_1590022566_9664.jpg
 

뉴질랜드 정부가 코비드-19 4단계 주의보를 발행하고 거의 모든 상업활동을 중단시키면서 발생한 문제중 하나는 상업용 건물의 임차료 지불 의무였다. 이건 민간인들끼리의 이해 대립 또는 갈등이었다. 건물에 입주한 세입자가 정부 기관이라면 정부와 민간인 건물주 사이의 이해대립이 되겠지만, 건물주도 민간인, 세입자도 민간인이면 이것은 민간인들 사이의 갈등이었다. 


이 갈등을 촉발한 것은 물론 뉴질랜드 정부다. 파손되거나 붕괴의 우려가 있는 것이 아닌, 멀쩡하게 잘 서 있고, 잘 작동하는 건물에 출입하거나, 그 건물에 있는 점포에서 장사하는 것을 정부가 금지한 것이다. 그로 인한 손해는 그 건물에서 장사를 하던 사람과 그 건물에 있는 가게에서 판매하는 물건이나 제공하는 서비스를 이용하던 소비자들이 입게 된다. 


그들이 입는 손해는 누가 보상해 주는가? 아무도 해주지 않는다. 그런 활동을 금지한 정부도 해주지 않는다. 고용하고 있는 근로자를 해고하지 말라고 사업주에게 임금 보조금을 찔끔 지불한 것 외에는. 그래도 뭐라고 할 수 없다. 우리가 병에 걸려서 죽는 것을 막기 위해서 그렇게 한 것이므로 오히려 고맙다고 해야 한다. 죽음을 면하게 되어서 고맙기는 한데, 그렇다고 해서 생계문제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가장 타격을 받은 것이 소규모 자영업을 운영하는 사업주들이었다. 사업주들은 매출이 끊어졌으므로 수입이 사라졌다. 정부에서 주는 임금 보조금을 본인들도 받기는 했지만, 가족 식비와 살고 있는 주택 임차료 또는 은행 융자 원리금 상환을 감당하기에는 턱도 없이 부족한 금액이다. 


하루아침에 막무가내로 사업하지 못하게 되었는데, 그래서 수입이 없어졌는데, 당장 생활비와 주택 관련 비용을 지불하기도 어려운데, 임대하고 있는 가게 건물의 주인에게서 임차료를 지불하라는 청구서가 왔다. 이 임차료를 내야 하는가, 말아야 하는가?


이런 상황에서 임차료를 내는가 마는가 하는 것은 민간인인 건물주와 민간인인 임차인 사이의 문제이다. 민간인들의 이해관계가 대립되어서 갈등을 일으킬 때 정부가 개입해서 일방의 편을 들어 줄 수는 없다. 건물주와 임차인들이 체결한 계약에 따라서 이행을 해야 한다. 


만약 임차인이 건물을 임차할 때 체결한 임대차권리증(Deed of Lease)에 ‘임차인은 무슨 상황에서도, 전쟁이 일어나거나 하늘이 두 쪽이 나더라도 반드시 임차료를 제때 제때 지불해야 한다. 만약 그러지 않으면 건물주는 임대계약을 해지하고, 밀린 임차료를 청구할 뿐 아니라, 새 임차인을 찾을 때까지 발생하는 임대수익 손실에 대해서 임차인에게 청구할 수 있다. 그리고 연체 지불에 대해서는 이자를 청구할 수 있다’라고 되어 있다면, 임차인에게는 아무 대안이 없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돈을 구해서 건물 임대료를 내야 한다. 아니면 파산하거나. 파산하면 그다음은 어떻게 먹고 사나. 모아 놓은 돈도 없고(모아 놓은 돈이 있으면 파산 안하고 임차료를 낼 것이다) 취직을 못해서 자영업을 시작했는데...  


건물주는 ‘임차인이 장사를 하지 못하는 것은 건물에 문제가 있어서 그런 것이 아니라 정부에서 금지해서 그런 것인데, 왜 내가 임대료를 받지 말아야 하는가?’하고 생각할 수 있다. 한편으로 임차인들은 ‘장사하려고 임대한 건물인데, 나는 장사를 하고 싶고, 할 능력이 있지만, 할 수가 없는데, 그래서 장사 용도로 임차한 건물을 사용할 수가 없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임차료를 꼬박꼬박 내야 한다면 그것은 첫째, 정당하지 않은 것 같고 둘째, 그럴 능력이 안 된다’는 상황에 처해 있었다.


그래서 변호사들이 이 상황을 들여다보았다. 그들이 제일 먼저 발견한 것은 오클랜드 변호사회에서 제작한 건물임대차증서 제6판(Auckland District Law Society Deed of Lease sixth edition)의 제27.5조항이었다. 


뉴질랜드의 상업용 건물 임대차 계약에서 제일 많이 사용되는 것이 Auckland District Law Society (ADLS)에서 제작한 Deed of Lease 양식이다. 대형 쇼핑몰이나 전국적인 체인망을 가진 Blue Chip Tenant 등은 자기들이 맞춤 제작한 Deed of Lease를 사용하지만, 건물 한두 개를 갖고 있고, 임차인 숫자가 서너 명에 불과한 건물주들은 몇천 불, 몇만 불을 들여서 Deed of Lease를 맞춤 제작할 수 없다. 그런 현실을 감안해서 뉴질랜드에서 제일 큰 변호사회인 오클랜드 변호사회가 주도해서 변호사들이 모여서 만든 것이 ADLS Deed of Lease이다. 


국가 표준으로 사용할 목적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건물주와 임차인 모두에게 공정하게 만드는 것을 목표로 제작했다. 공정하게 만든다고 만든 것이었지만, 예전에 우리 교민들 대부분이 새로 사업을 시작하거나 사업을 구입해서 건물을 임차하는 입장이었을 때, 내가 우리 교민들 쪽의 변호사로 일하면서 볼 때는 이 임대차 증서 조차도 실제로는 건물주에게 유리하게 작성되어 있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아마 재산권에 대해 거의 절대적인 가치를 부여하는 영미법의 전통 때문에 그렇게 되어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저울추가 조금 더 중간으로 옮겨 온 것 같고, 지금은 예전 임대차 증서에 있었던 독소적인 조항들이 삭제되거나 법에 의해서 무력화된 것들이 좀 있다. 


지금 새로 임대차 계약을 체결하는 사람들이 주로 사용하는 증서는 이 제6판이다. 하지만 예전 버전의 임대차 증서를 아직도 갖고 계신 분들도 있다. 제6판 임대차 증서가 사용되기 시작한 2017년 이전에 임대차 계약을 체결했거나, 비즈니스를 매입하면서 매도인이 그 이전에 체결했던 임대차 계약을 승계한 분들이다. 


변호사들이 지금 상황에서 임차인들을 구해줄 수 있는 보물로 발견한 제27.5조항은 제6판(6th Version)에만 있다. 이 조항은 크라이스트처치 지진 피해를 입고 난 뒤에 도입되었다. 이 조항의 내용은 건물이 접근할 수 없는 상태가 되었을 때, 그 건물의 임차인은 임대료와 관리비에 대해서 ‘적정 비율(Fair Proportion)’만큼 면제를 받는다는 것이다. 


크라이스트처치 지진으로 무너지지는 않았지만, 지반이 흔들려서 안전을 보장할 수 없게 된 건물에서 하던 장사를 중단해야 했던 임차인들의 입장을 반영한 조항이다. 항상 외양간은 소 잃고 고친다. 소를 잃고 난 뒤라도 외양간을 고쳐야 소를 또 잃어버리는 피해를 입지 않는다. 


크라이스트처치 지진과 유사한 상황에 대비한 조항이 없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그 결함을 보정하기 위해서 만든 제27.5조항이 이번 코비드-19로 인한 록다운 상황에서 임차인들을 구해주는 실마리가 되었다.


딱히 그 조항이 아니었더라도 예전부터 있던 제27.3조항, 즉, ‘건물이 파손되어서 전부 또는 일부를 임대목적대로 사용할 수 없게 되었을 때 거기에 대한 적정비율(Fair Proportion)의 임차료와 관리비는 면제된다는 조항’이나, 건물주 편에서 유리하게 작성되어 있는 쇼핑몰의 임대차 계약서에도 있는 ‘부분 파손으로 인한 접근 금지의 경우’에 관한 조항이 이번 상황에서 임차인들이 부당하게 임대료와 관리비를 내는 것을 방지해 주는 역할을 한다는 사실이 나중에 밝혀지기는 했지만, 궁지에 빠진 임차인들의 임차료 면제 또는 삭감 투쟁은 제6판의 제27.5조항 덕분에 첫걸음을 뗄 수 있었다. 

                           <다음에 계속>


b0f7cbdca362a1524973359dc026d75e_1590022736_6821.jpg 



저작권자 © ‘뉴질랜드 정통 교민신문’ 뉴질랜드타임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게시글에 달린 댓글 총 0
 
 
 

애드 프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