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에 노숙자가 없어지는 날까지 무료 급식 계속해야죠”

“거리에 노숙자가 없어지는 날까지 무료 급식 계속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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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_크라이스트처치 거리의 천사, 정신기 택시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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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신기 씨는 노숙자는 우리와 함께 살아갈 이웃이자 친구라고 말했다. 


전례 없던 코로나19로 많은 사람들의 삶이 힘들어졌다. 자신의 가족을 먹여 살리기도 팍팍한 요즘, 자신의 사비를 들여 14년째 노숙자들에게 음식을 제공하는 한인이 있다. 

크라이스트처치에서 택시기사를 하며 매주 일요일 130여 명의 노숙자에게 음식을 제공하고 있는 정신기 씨를 만났다. 


그가 펼쳐온 선행은 이미 크라이스트처치는 물론 뉴질랜드 전역에서도 유명하다. 그의 멈춤 없는 봉사 활동을 알아본 뉴질랜드 정부는 로컬 히어로(Local Hero) 메달과 영국 여왕의 Queen Service 메달을 수여했다.


정신기 씨는 1993년 이민을 왔다. 처음에는 투어 가이드 등 여러 가지 일을 하다가 크라이스트처치에 정착한 이후 23년째 택시 기사를 하고 있다. 


추위와 굶주림으로 숨진 노숙자 본 후 봉사 결심

택시 기사 수입으로 여러 명의 가족을 챙기기에도 쉽지 않을 텐데 어떻게 노숙자를 위한 무료 급식을 시작하게 됐는지 물었다. 


“어느 추운 겨울날, 현재 무료 급식 장소인 라티머 광장(Latimer Square)을 지나가는 데 경찰들이 모여 폴리스라인을 치고 있었어요. 가까이 가보니 노숙자가 숨져 있었습니다. 분명히 추위와 배고픔을 이기지 못하고 죽었을 것으로 생각했지요. 집에 와서도 그 모습이 지워지질 않았습니다. 


처음에는 어떻게 할지 몰라서 무작정 햄버거 10개를 들고 그곳으로 갔습니다. 벤치에 앉아 있는데 음식이 무료라는 푯말을 본 사람들이 정말 공짜 음식이냐 묻더니 하나씩 가져갔습니다. 가져간 햄버거가 다 떨어져 다음 주에 또 오겠다고 했더니 그 사람들이 믿지 않았지요.”


정신기 씨는 그들과의 약속을 지켰다. 그러다 보니 처음 10명에서 시작해서 20명, 50명으로 늘고 가장 많을 때는 150명 정도의 노숙자가 그를 찾아왔다.

“매주 일요일 오전 11시 30분부터 오후 1시까지 크라이스트처치 도심에 있는 라티머 광장에서 무료 급식 봉사를 하고 있습니다. 비가 오는 날에는 약 100여 명이 오고 평상시에는 130명 정도의 노숙자가 옵니다.”               


적지 않은 노숙자 음식을 준비하는 데 힘들지 않은지 물었다. 

“처음에는 우리 가족끼리 준비했지만, 지금은 한인, 키위, 남아프리카공화국 사람, 일본 사람, 필리핀사람 등 10명 정도의 자원 봉사자들이 150명분의 소시지, 식빵, 볶음밥, 감자 샐러드, 스시, 수프, 머핀, 커피 등을 준비하고 도와주고 있습니다. 이분들께 정말 감사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라고 그는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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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원봉사자들이 노숙자에게 나눠줄 음식을 준비하고 있다. 


어머니의 영향으로 자연스럽게 봉사하게 돼

그는 자기의 봉사 정신이 어머니의 영향을 받은 것이라 말했다. “어머니가 현재 89세이신데 지금도 한국 청도에서 나환자들을 돌보고 계세요. 27년 전부터 지금까지 청도 명진교회에서 전도사로 사역하고 계시면서 그분들을 돕고 계신 것을 옆에서 보고 자라서 저도 자연스럽게 하는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는 자신이 돕고 있는 노숙자를 운이 없는 사람들(unfortunate people)이라고 칭했다. 사회 보장이 잘 이루어지는 뉴질랜드이지만 복지의 사각지대는 존재한다. 그는 운이 없는 이 사람들에게 사회적으로 관심을 두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동안 무료 급식 봉사를 하면서 일부 노숙자들이 절망적인 생활을 접고 신앙생활과 함께 긍정적으로 살아가려는 모습을 볼 때 보람을 느낍니다. 그들에게 무료 급식은 그들의 삶을 지탱하게 해주는 희망을 주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노숙자가 아니라 함께 살아갈 이웃이자 친구

무료 급식 봉사 활동에 참여하고 싶은 사람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물었다. 정신기 씨는 “어떤 형태든 어떤 방법이든 무료 급식 봉사에 참여하실 수 있습니다. 그들을 긍휼히 여기는 마음만 있다면 어떤 분이든 어떤 종교를 가지고 있든 노숙자를 도울 수 있습니다. 또한, 노숙자들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 세상 어느 곳이나 노숙자들이 있습니다. 그들은 불쌍한 노숙자가 아니라 우리와 함께 살아갈 이웃이자 친구들입니다.” 


정신기 씨는 이 일을 하면서 그들이 처해 있는 상황에 자신이 큰 도움이 되지 못하는 것을 느낄 때 힘들다고 말했다. “지난 코로나19 경보 4단계에서는 아예 무료 급식 봉사를 하지 못했고 경보 3단계 때 선별적으로 시작했어요. 경보 2단계부터는 본격적으로 다시 시작했습니다. 무료 급식이 중단되었던 기간에 대부분 노숙자들은 모텔이나 센터에 머물렀지만, 일부는 여전히 거리를 떠돌고 있었습니다. 그때는 어떻게 할 수 없어 안타까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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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원봉사자들이 노숙자에게 나눠줄 음식을 준비하고 있다. 


대를 이어 무료 급식 봉사 계획도

언제까지 무료 급식 봉사 활동을 할지 물었다. 

“이 사회에서 노숙자들이 없어질 그 날까지 해야겠지요. 제가 못하면 다른 분이 이어서 하면 좋겠습니다. 한번 시작한 일이기 때문에 끝까지 할 생각입니다. 단순히 음식만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는 그들이 자립할 수 있도록 도와서 그들이 더 긍정적으로 이 사회에서 살아가며 우리의 친구로서 함께 공존할 수 있는 터전을 마련해 주고 싶습니다.”


그의 곁에는 매주 많은 음식을 준비해주고 함께 무료 급식 봉사를 하고 있는 아내(손현숙)와 아버지와 어머니를 도와 같이 재료를 손질하고 음식을 나르는 3명의 아들과 1명의 딸이 있다. “저에게 노숙자들은 또 다른 가족입니다. 저는 뉴질랜드에서 제일 큰 가족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비록 식사 한 끼지만 그들에게 단순히 점심 한 끼를 대접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제가 무료 급식 봉사를 못 하게 되면 자식들이 뒤를 이어서 하면 좋을 것 같고 또 계속하다 보면 손자, 손녀가 이어받아서 하지 않을까요?”라며 그는 대를 이은 봉사까지 계획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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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주 무료 급식을 준비하는 정신기 씨 가족의 행복한 모습. 


그가 나눠준 것은 음식이 아니라 사랑

아무리 돈이 많고 시간에 여유가 있다고 해도 어려운 사람을 돕는 것은 생각만큼 쉽지 않은 일이다. 연말연시에 어려운 이웃을 돕는 일도 의미가 있겠지만, 코로나19 록다운을 제외하고 매주 거르지 않고 14년째 꾸준히 노숙자를 위해 음식을 준비하고 나눠주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현지인들도 선뜻 나서서 하지 못하던 일을 뉴질랜드 한인 1세대 정신기 씨가 묵묵히 꾸준히 해왔다. 이제는 그의 선한 영향력이 뉴질랜드 사회에 감동을 주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그와 함께해 남을 돕는 기쁨을 느끼길 바란다.  


아마도 정신기 씨가 노숙자를 위해 준비한 것은 배를 채우기 위한 음식이 아니라 사람의 영혼을 채우는 사랑이 아니었을까?


임채원_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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