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나라에서 사노라면

남의 나라에서 사노라면

뉴질랜드타임즈 댓글 0 조회 136 추천 0



사는 곳의 문화를 잘 알아야 우리는 더 이상 다른 나라에서 온
‘노바디’(보잘것없는 사람) 아닌 ‘섬바디’(대단한 사람)로 인정받아



“한국 남자들은 양로원에 가서도 군대에서 축구한 이야기를 하고, 한국 여자들은 군대에서 축구한 이야기라면 양로원에서도 이를 간다.”

어느 소설가가 한 말이다. 이처럼 한국 사람에게 있어서 축구 이야기는 빼놓을 수 없는 대화 주제이다. 한국의 국기 스포츠는 태권도이지만, 그 인기만큼은 어느 스포츠도 축구를 따라갈 수 없다.

나라마다 그 나라 국민이 유독 더 좋아하는 스포츠가 있다. 미국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스포츠는 류현진 선수가 활약하고 있는 야구가 아니라 미식 축구다. 


내가 미국에 잠깐 있을 때 일이다. 2월 초 일요일 오후에 슈퍼마켓에 갔다. 그 날 따라 이상하게 거리에도, 마켓에도 인적이 드물었다. 물건 값을 치르고 나가는데 마켓 경비원이 “조금 있으면 슈퍼볼이 하는데 여기서 무엇을 하고 있느냐?”며 얼른 집에 가서 슈퍼볼을 보라고 호통치듯이 말했다. 바로 미국인이 가장 기다리는 스포츠가 열리는 날이었다. 슈퍼볼은 1억 명이 넘는 사람이 시청해 단일 경기로 가장 많은 시청자 수를 자랑한다.


미국인과 만났을 때 미식축구 관련 주제로 대화하면 어색했던 분위기가 좋아지고 그들의 태도도 부드러워진다. 마치 외국인이 한국의 박지성, 손흥민 또는 류현진을 알고 있다고 하면 우리의 태도도 그렇게 변하듯이 말이다.   

뉴질랜드를 대표하는 스포츠가 럭비라는 사실은 여기 살고 있는 한인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을 것이다. 


지난주, 9월 20일에 2019 럭비월드컵이 일본 12개 도시에서 개막했다. 올해로 9회 째를 맞는 럭비월드컵인 이번 대회는 처음으로 아시아권에서 열렸다. 지난 대회인 2015년 잉글랜드 대회 관중 수가 247만 명, TV 시청자는 42억 명에 달했다. 럭비 월드컵은 그 발상지인 영국 등 영연방과 유럽 국가들 사이에서는 축구 월드컵과 올림픽 못지않은 큰 스포츠 이벤트이다. 올블랙스(All Blacks)라 불리는 뉴질랜드 대표팀은 최다 우승팀이자 디펜딩 챔피언으로 이번 대회 우승 후보 0순위이다. 따라서 키위들이 이번 럭비월드컵에 기대하고 열광하는 것은 당연지사이다.


럭비는 한국 사람에게는 많이 생소한 스포츠이다. 뉴질랜드에 사는 대부분 한인도 비슷할 것이다. 럭비의 기초적인 규칙이라든지 대표적인 선수의 이름을 알고 있는 한인은 많지 않으리라고생각된다.

얼마 전 현지 은행이 추석을 맞아 아시아계 언론사를 대상으로 한 행사에 참석했다. 은행 부사장이 행사의 취지 등을 발표했다. 그는 발표 끝에 한국, 중국, 인도 말로 각각 추석을 잘 보내라는 인사말을 했다. 참석했던 해당 국가 사람들은 큰 박수로 감사함을 표했다. 간단한 인사말 한마디에 상대 문화에 대한 존경심이 묻어 났다. 


뉴질랜드 한인들은 매년 ‘한인의 날’,‘한가위 행사’ 등 한국을 알리는 행사를 많이 한다. 그러한 행사를 통해 한국의 음식, 음악 등을 열심히 알리고 있다. 키위를 비롯한 다른 민족들이 우리 것에 관심을 두고 좋아하면 우리도 덩달아 기뻐진다.


우리 문화를 지키고 알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제부터는 우리도 성심성의껏 그들의 문화를 알려고 노력해야겠다. 키위와 마오리 음식을 맛보고, 그들의 음악을 들어보자. 또 그들이 그렇게 미치도록 좋아하는 럭비에도 관심을 가져보자. 올블랙스가 이번 럭비 월드컵에서도 우승 트로피를 거머쥘 수 있도록 함께 응원해 보면 어떨까? 


우리의 뿌리가 있는 나라가 아닌 남의 나라에 와서 그 나라의 관습과 문화를 모르고, 관심을 가지지 않고 잘 살려고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사는 곳의 문화를 잘 알아야 우리는 더 이상 다른 나라에서 온 ‘노바디’(Nobody,보잘것없는 사람)가 아닌 ‘섬바디’(Somebody, 대단한 사람)로 인정받는다.  


소크라테스가 말했던가? “가장 중요한 것은 사는 것이 아니라 잘 사는 것”이라고. 어떻게 해야 남의 나라에서 그냥 사는 것이 아니라 잘 살지를 생각하게 하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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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채원_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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