록다운 여정

록다운 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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록다운 동안 식구만 보고 지냈지만 진정한 가족이 되는 시간이 되고

같은 경험을 공유하는 것이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도 새삼 깨닫게 돼 


325일 수요일 자정, 뉴질랜드는 4주 동안 코로나19 경보 4단계 록다운(Lockdown)에 들어갔다.

 

록다운을 준비할 48시간이 주어졌지만, 준비를 하면서도 잘 하고 있는 것인지, 놓치거나 빠뜨린 것은 없는지 알 수 없었다. 그리고 그 이후의 4주는 뉴질랜드 국민 모두에게 처음으로 경험하는 긴 여정이 되어버렸다.

 

록다운을 했다는 것 자체가 매우 큰 사건이라면 사건이었지만, 하루하루의 시간을 집과 그 동네에서만 함께 지내는 식구들만 보며 지내는 것은 더없이 소소하고 일상적인 일로만 시간이 채워지는 경험이었을 것이다.

 

경보 2단계로 내려가 학교 문을 다시 열 준비를 하고 있는 지금에 와서 되돌이켜 보면, 잃은 것도 많지만 얻은 것도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지난 3주 동안 학생들과의 온라인상 대화에서 가장 많이 사용된 단어들을 살펴보면 지루하다가 가장 많이 사용되었지만 두 번째, 세 째로 많이 사용된 단어는 새로운 경험”, “처음 해보는 경험“~했는지 몰랐다”, “처음 알았다이다. 에너지 넘치고 호기심 많고 친구가 중요한 십 들에게 록다운은 지루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그 안에서 새로운 경험들을 하고, 배운 것들이 생겼나 보다.

 

우리는 그동안 새롭고 처음 해보는 경험을 집 밖에서만 찾는 경향이 있지 않았나 생각을 해 보았다. 그래서 여행을 떠나고, 새로운 환경에 나를 던져보는 것에 집중해 왔으리라. 길고 힘든 여정 끝에 얻어지는 깨달음과 배움은 내 시야를 넓혀주는 소중한 자산이다. 그런데 집을 떠나지 않고 그 안에서도 새로운 경험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경험한 지금의 십대 학생들은 얼마나 소중한 것을 얻은 것인지그런 의미에서 집 밖으로 떠나지 않았지만, 록다운은 학생들에게 깨닫음의 여정이 되지 않았나 생각해 본다.

 

내가 요리를 이렇게 잘하는지 몰랐다”. “내가 뜨개질을 좋아하는 줄 몰랐다”, “엄마 말씀대로 정크 푸드를 먹지 않아도 사람이 살 수 있다는 걸 알았다”, “엄마, 아빠랑 이렇게 시간을 많이 보내 본 적이 아기 때 빼고 처음인 것 같다. 그런데 아기 때는 기억이 안 나니까 결국 새로운 경험인 것 같다”, “내가 학교를 그리워하다니! 새로운 경험이다”, “홈스테이 가족도 나도 서로에 대해 많은 것을 새로 알게 되었다”, “스스로를 돌보는 것은 정말 중요하다는 것을 처음 알았고, 전에는 시도해 보지 않은 방법들로 운동하고 시간을 보내는 새로운 경험을 했다

 

학생들의 귀여운 코멘트를 들으며 학생들뿐만 아니라 전 국민이 각자 소소하지만, 그 안에서 자신과 식구들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알게 되고, 소통하면서 지난 날 바쁜 일상에서 식구로 지내던 사람들이 진정한 가족이 되어가는 경험을 한 사람들이 있으리라 생각하니 큰 위로가 되었다.

 

또 함께 같은 경험을 공유하는 것이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도 새삼 깨달았다. 나만 그런 것이 아니라 모두가 함께 어려운 시기를 헤쳐나가며 공감을 할 수 있다는 것의 결속력.

 

록다운 기간 중 오랜만에 연락을 한 키위 친구가 해 준 말이 특히 내 마음을 따뜻하게 해 주었다. 록다운이 되고 나서 부모님과 4주를 못 만나보니 내가 항상 한국에 떨어져 지내는 가족들을 생각하고, 걱정하면서도 마음대로 못 만나는 그 마음이 이해가 가더라는 것이었다. “직접 경험해 보니 한 달도 힘들던데넌 어떻게 일년에 한번씩 만나면서 지내니?”

 

새로 얻은 깨달음과 경험을 가지고 멈추었던 것들을 제자리로 돌리는 것이 아니라 더 좋은 나라를 만들기 위해 함께 노력할 수 있기를 소망한다.

우리 모두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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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정_한인 1.5세대 교사(크리스틴 스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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