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어른이 필요할 때

진정한 어른이 필요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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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소 실행하는 모습 보여야 진정한 어른으로 대접받아

자신의 행동이 따르지 않는 큰소리는 잔소리만 될 뿐



철모르고 어렸을 때 나는 어서 빨리 어른이 되고 싶었다. 주민등록증을 빨리 갖고 싶었고 나이 앞자리 수가 1이 아닌 2가 되는 스무 살이 빨리 되어 떳떳하게 술도 마실 수 있는 그런 어른이 되고 싶었다.


어른이 되면 할 수 있는 일이 더 많아지고 성숙해지고 사회적으로도 어리다고 무시 받지 않을 거라는 막연한 기대가 있었다. 하지만 지금, 어디다 내놔도 꿀리지 않는 나이를 먹었지만, 과연 내가 진정한 어른이 되었는지는 모르겠다.


표준국어대사전에 어른의 의미를 찾아보면 첫 번째로 나오는 뜻은 ‘다 자란 사람. 또는 다 자라서 자기 일에 책임을 질 수 있는 사람’이다. 내 몸뚱어리는 이제 다 자란 것은 틀림없는데 과연 내 일에 책임을 질 수 있는 사람인지는 물음표가 붙는다.


언젠가부터 점점 자기 일에 책임을 지지 않는 어른들이 많아졌다. 자기가 책임지기는커녕 다른 사람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어른이 많아졌다. 책임을 회피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전가하는 것은 인간의 보편적 심리이다. 대부분 사람은 자신이 결정한 결과가 좋지 않을 경우 자신의 잘못을 인정해야 하지만 다른 사람이 의사결정을 할 경우에는 그에게 손가락질하고 비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의사결정이 집단으로 이루어질 경우 이러한 현상은 더욱 뚜렷해진다. 서로에게 책임을 전가하면서 아무도 그 의사결정의 책임을 지려 하지 않는다. 


게다가 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는 희생양을 찾아 이에 대한 책임을 전가함으로써 그 죄책감에서 벗어나려고 한다. 역사적으로 이런 사례는 많이 있었다. 프랑스 루이 16세 때 계속되는 사치로 인해 국고 낭비로 민중들의 분노가 극에 달하자 뛰어난 미모로 질시의 대상이었던 마리 앙투아네트를 희생양 삼아 처형했다. 일본은 간도 대지진 당시 조선인이 우물에 독을 풀었다고 근거 없는 소문을 퍼트리고 조선인을 학살했다. 사회가 혼란스럽고 미래가 불확실할 때일수록 이러한 희생양을 찾아 책임을 전가하고 본인은 상관없다는 듯 함께 손가락질하는 이기적인 행동은 더욱 많아진다. 


많은 한인이 지금 뉴질랜드 한인사회가 바로 혼란스럽고 미래가 불확실하다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 “누가 잘 못해서”, “누구 때문에”라는 말만 하지 직접 나서서 해결하려는 어른은 없다. 


나는 예전에 글을 통해 뉴질랜드에 훌륭하시고 아직도 건강하신 어른들이 많다고 언급했었다. 그분들은 한인사회를 위해 많은 일도 하고 쓴소리도 마다치 않으셨다. 그런데 그 많던 어른들은 다 어디로 가셨는지 궁금하다. 행여 세상이 변해서 어른을 어른으로 대하지 않아서 어른다운 어른들은 어딘가 깊숙이 숨어버렸다면 정말 안타까운 일이다. 


‘어른’의 또 다른 사전적 의미는 ‘한집안이나 마을 따위의 집단에서 나이가 많고 경륜이 많아 존경을 받는 사람’이다. 예전에는 집안 어른이 한 말씀하면 그 말씀이 삶의 나침반이 되고 천금처럼 무거웠다. 그런데 요즘엔 나이가 많고 경륜이 많아 존경을 받는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다.


전례 없는 전염병으로 힘들어진 지금, 뉴질랜드 한인사회가 어려움을 딛고 일어서려면 어른이 앞장을 서야 한다. 뒷전에서 ‘못한다’, ‘틀렸다’고 질책하기보다는 ‘무엇을 도와줄까’하고 나서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어른으로서 위엄이 선다. 허점을 찾지 말고 보완점을 찾아서 깨닫게 해줘야 한다. 


어른이 먼저 변해야 신세대도 변한다. 입보다는 몸으로 말해야 한다. 젊은이들은 기성세대를 ‘온갖 옳은 말은 다하지만 옳은 행동은 하지 않는 사람’으로 본다. 몸이 따를 자신이 있을 때 입 밖으로 말해야 한다. 옳은 말과 고급 지식은 책에 넘쳐난다. 몸소 실행하는 모습을 보여야 진정한 어른으로 대접받는다. 자신의 행동이 따르지 않는 큰소리는 잔소리만 될 뿐이다. 


뉴질랜드에서 한인사회가 다른 커뮤니티로부터 존경받고 주류가 되기 위해서 많은 나이만으로 인정받는 어른이 아닌 어려움에 빠진 후세에게 오랜 경륜으로 든든한 삶의 버팀목이 되어주고, 본받고 싶은 모범전형이 되어 주는, 진정한 어른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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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채원_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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