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챙이 적 생각할 줄 아는 개구리

올챙이 적 생각할 줄 아는 개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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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도 록다운으로 인해 학교에서 여러 가지 ‘처음 경험해 보는 일’들이 많았는데, 올해도 시작부터 이례적인 일을 경험하게 되었다. 개학을 한 지 여섯째 주인데, 학생들이 월요일에 등교한 것이 이번 주가 처음이었다. 


첫째, 둘째 주엔 오클랜드 기념일, 와이탕이데이로 휴일이었고, 셋째 주에는 록다운, 넷째 주에는 학교 캠프, 다섯째 주에 다시 록다운을 하는 바람에 여섯째 주가 되어서야 월요일에 학교 교정에서 학생들과 얼굴을 마주하게 되었다.


게다가 록다운 기간에 온라인으로 수업을 계속 진행하기는 했지만, 캠프를 꼬박 한 주 다녀온 관계로 대면 수업을 진행한 날짜는 겨우 12일밖에 안 되는 것이다. 


매주 월요일마다 있는 교사 회의를 여섯째 주 만에 처음 하면서 교장 선생님은 “월요일 날 출근하는 법을 잊어버렸을까 봐 걱정했는데, 다행히 출근하는 법도, 회의가 있다는 것도 다 기억을 하고 있었나 봅니다. 아주 훌륭해요~” 라며 유머러스 하게 인사를 건네셨다. 


회의 첫 안건은 무엇보다도 작년에 이어 심상치 않은 시작으로 인해 학생들이 규칙적인 학기 초 생활에 적응하는데 지장을 겪고 있다는 것을 고려해 학업 진도를 나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학생들의 몸과 마음의 안정과 건강에 대해 교사들이 조금 더 신경을 쓰자는 것이었다. 


수업일 수가 줄어들면서 띄엄띄엄 계획되어 있던 테스트, 평가가 미루어지는 바람에 여러 과목 테스트가 모두 한꺼번에 치러져야 하는 일이 생기고 만 것이다. 당연히 학생들의 스트레스 지수가 높아질 것이 우려되는 상황임을 염두에 둔 안건 같았다. 


이곳 학교에서 교사들끼리 자주 하는 말이 있다. “교장은 본인이 평교사였던 시절을 절대로 잊으면 안 됩니다. 그리고 교사는 본인이 학생이었던 시절을 절대로 잊으면 안 됩니다.” 


교장 선생님은 우리가 학생이었던 시절을 기억해 보면 작은 평가와 테스트에도 긴장을 하고, 준비하느라 잠을 못 잤던 때가 있지 않았느냐고 하셨다. 내신 점수가 필요해서 계획된 평가와 테스트는 진행하되, 그 외 불필요한 시험은 교사의 재량껏 뒤로 미루거나 취소를 하거나 다른 방법으로 대처하기를 권하셨다.


곧 있을 학부모회의를 준비해야 하는 교사 입장에서는 시험 결과가 적어도 두 개 정도는 있어야 학생의 학업 진도를 파악하고 학부모 면담을 할 수 있기 때문에 다들 마음이 급해진 것도 교장 선생님은 이미 간파를 하신 듯했다.


교장 선생님은 그러한 교사들 마음도 헤아려 주며 자세한 학업 내용을 상의하는 면담이 목적이 아니고, 새 학기 적응을 어떻게 하는지, 교우 관계는 어떤지, 수업 태도와 수업 준비를 어떻게 하는지, 학교에 다니는 것을 즐거워하는지에 대해 부모님과 상의를 하는 기회로 삼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상기시켜 주셨다.


교장 선생님은 본인이 학생이었던 시절도, 교사였던 시절도 모두 다 기억을 하는 듯하여 고마웠고, 그것이 또 작은 감동으로 다가왔다.


나는 올챙이 적 생각을 하며 살아가는 개구리인가? 

앞을 바라보며 새로운 계획을 세우고, 새로운 목표를 세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난날을 되돌이켜보고, 발자취를 되짚어 보고, 이전의 나를 잊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지난날 올챙이 적 생각 못 한 날들은 반성하고, 앞으로는 생각을 하며 살아가기로 다짐해 본다.


올 한 해도 학생들과 함께 어떠한 한 해를 엮어가게 될지, 또 설레고 기대가 된다. 

나는 진정 축복받은 개구리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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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정_한인 1.5세대 교사(크리스틴 스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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