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 1.5세대가 부모가 되면

이민 1.5세대가 부모가 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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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뉴질랜드에 와서 친구를 사귀면서 힘들었던 점은 모든 것이 새로웠기 때문이기보다는 공통점을 찾기 힘들었던 것이 더 컸었던 것 같다. 학교 친구들이 열중했던 놀이는 나에게 생소했고, 내가 크면서 해온 놀이는 설명을 하고 가르쳐서 같이 하기엔 내 영어 실력이 따라주질 않았다.


그들이 듣고 부르는 노래는 내가 듣고 부르는 노래와 달랐고, 내가 관심있게 봐온 축구나 야구, 농구엔 그들은 큰 관심이 없었다. 그와 마찬가지로 럭비, 넷볼, 크리켓은 나에겐 생소한 스포츠였다. 언어 장벽도 큰 걸림돌이었지만 그보다 문화와 문화 간의 차이가 더 넘기 힘든 장벽이었던 것 같다. 


한참 배우고 성장해야 하는 십대의 반은 한국에서, 반은 뉴질랜드에서 보내는 동안 이쪽 문화권에서도 저쪽 문화권에서도 얻지 못한 진공관 같은 사이가 생겼는데, 이십대 내내 그 빈 공간을 어떻게든 채워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혀 있었던 것 같다.


그 당시 9세에서 11세 사이에 뉴질랜드에서 학교를 나온 아이라면 누구나 다 읽어 본 ‘Charlotte’s Web’을 나는 대학에 다니는 동안 읽었고, 뉴질랜드 동화 작가, Margaret Mahy의 작품들도 뒤늦은 숙제 하는 마냥 대학생이 되어서야 하나씩 찾아서 읽어 보았다. 


친구들은 다 알고 있는 이야기인데, 나만 몰랐던 것이 기억에 오래 남아서 그랬던 것 같다. 아마도 십대에 뉴질랜드에 온 이민 1.5세대들은 공통적으로 비슷한 경험을 했고,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그렇게 성장한 이민 1.5세대들이 이제 학부모가 되어 이민 2세대들을 양육하고 있다. 이곳 문화에 적당히 적응하고, 현지 사람들과 더불어 사회생활을 하며, 이곳이 좋아서 혹은 여러 가지 다양한 이유로 이곳에 정착하여 살고는 있지만 나 스스로가 유아기, 유년기를 이곳에 보내지 않았다. 


누구나 부모가 되는 것은 새로운 경험이겠지만, 또다시 조금은 다른 문화권의 차이 안에서 아이를 양육하면서 겪는 새로운 경험들이 생길 것이다. 


종종 이곳 아이들이 무엇을 어떻게 하고, 이곳 부모들이 무엇을 어떻게 해 주는지 궁금한 것을 넘어 그대로 똑같이 해 주려고 노력하시는 부모님들을 만난다. 


내가 가져보지 못한 문화 속의 공통성을 나의 아이는 경험하기를 바라는 부모님 마음과 사랑이 느껴진다. 특히나 친구와의 관계와 동질감이 그 어느 세대보다 월등히 중요한 알파 세대를 양육하는 부모로서 더 마음이 쓰이는 부분이기도 할 것이다. 


그런데 학교에서 여러 학부모님을 다양하게 만나다 보면 느끼는 것이 있다. 문화 간의 차이도 있지만, 개인의 차이도 있다는 것을. 한국 사람이라고 해서 모두 같은 방법으로 양육을 하는 것은 아니다. 


마찬가지로 뉴질랜드 사람이라고 해서 모두 같은 방법으로 양육을 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특히나 다문화 사회가 되어버린 오클랜드 안에서는 꽤나 다양한 가족의 모습들을 볼 수 있다. 


비록 나는 문화 간의 차이 안에서 다름을 의식하고, 그것을 일종의 결여라고 느껴 그 차이를 채우려고 노력했지만, 지금 와서 되돌이켜 보면 그 다름 자체가 나를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요소가 되기도 했던 것이다.


내 아이의 친구들은 어떤 환경 안에서 성장하고 있는지 관심을 가질 필요는 분명히 있다. 아이 친구들의 부모들과 소통을 하고, 관심을 가지고, 시간을 함께 보낼 수 있다면 참 좋겠다. 


하지만 꼭 같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내 친구들은 다 저런데, 왜 나만 이래야 해요?” 하는 아이의 질문에 좀 더 자신 있게 “좀 달라도 괜찮아. 똑같을 필요는 없어”라고 설명해 줄 수 있는 부모가 될 수 있다면 참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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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정_한인 1.5세대 교사(크리스틴 스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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