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것, 네 것, 우리 것

내 것, 네 것, 우리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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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한옥집, 배렴가옥 마룻바닥 한 켠에 놓인 낮은 나무 찻상에 찻잔 두 개가 있다. 


한국인 인터뷰어가 벚꽃 차를 우려내어 찻잔에 따르는데, 찻상 건너편에는 최연소 서울대 국악과 인류 음악학 조교 안나 예이츠 교수가 앉아 있다. 


어깨춤을 추며 그녀가 부르는 “아리아리랑 쓰리쓰리랑 아라리가 났~네에~에에” 진도 아리랑 한 소절에 인터뷰어의 눈이 동그래진다. 정말 맛깔나게 잘 부른다. 


예이츠 교수는 “판소리라고 하잖아요. 판노래가 아니고. 뻐~꾹! 뻐~꾹! 새소리가, 바람이 뽀르르르~ 너무 재미있더라고요.”라며 판소리는 단지 노래가 아니라 자연과 삶 속의 소리들도 함께 들어있는 예술이라고 설명을 한다. 


부채 하나를 들고 무대에 서서 관객들에게 눈 앞에서 배가 바다를 가로질러 나아가는 것을 보여줄 수 있는 바로 이러한 풍부한 표현에 매료되어 판소리를 연구하게 되었고 배우게 되었다고 한다. 


고 박송희 명창과 민혜성 명창을 스승으로 모시고 배운 판소리로 유럽 판소리 대회에서 1등을 한 경험도 있다고 한다. 한국인은 아니지만, 분명히 그녀는 판소리에 관한 한, 한국 사람을 가르칠 만큼 많이 알고 있다.


학교에서 문화 공연을 준비하면서도 이렇게 자신의 문화가 아닌데도 매료되어 그 문화권 사람들보다 더 많이 알게 된 경우를 볼 때가 많다. 


올해 인도 춤은 ‘볼리우드 덕후’라고 스스로를 칭하는 키위 여학생이 안무를 구성하고 동료 학생들을 가르쳤다. 그룹에는 인도 학생들도 있는데, 키위 학생의 가르침을 겸손하게 받아들였다. 그녀가 훨씬 더 많이 알고 있기 때문이다. 모르는 볼리우드 노래가 없다. 


어느 해에는 일본어와 일본 전통 부채춤에 관심이 많은 중국 학생이 일본 학생들을 포함한 그룹을 가르쳐서 공연을 한 적도 있었다. 매년 일본인 교사가 학생들에게 타이코 드럼을 가르쳐 주기 위해 초대를 하는 강사도 일본인이 아닌 키위다.


일본에서 살았던 경험이 있는 그 강사는 타이코 드럼에 매료되어 배웠고, 뉴질랜드로 돌아올 때 큰 자금을 들여 북을 여러 개 가져왔으며, 직업은 따로 있지만, 관심이 있는 사람들을 위해 강습을 해주고 있다고 한다.


현재 학교에서 진행하고 있는 K-pop 댄스 강습은 한국 학생들의 요청에 의해서가 아니라 K-pop을 사랑하는 다른 나라 학생들이 모여 지난 3년간 꾸준하게 요청을 해서 시작을 하게 되었다.


스스로가 속한 문화에 관해 관심을 가지고 알고 있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우리의 2세, 3세들이 뉴질랜드에 살면서 사물놀이를 배우고, 부채춤을 배우고, 해금을 배우고, 단소를 배울 수 있다면 그것은 큰 축복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폭발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K-pop 댄스도 한국인으로서의 자부심을 기르고 정체성을 확립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전통문화도, 현대 문화도 모두 소중한 문화 자산이다. 하지만 더 나아가 내 것뿐만이 아닌, 다른 문화도 함께 더불어 경험하고, 배울 수 있다면 얼마나 더 풍요로워질까? 


안나 예이츠 교수가 판소리와 사랑에 빠진 만큼이 아니어도 좋다. ‘볼리우드 덕후’인 학생만큼이 되지 않아도 좋다. 내 주변에서 나의 삶을 함께 공유하는 이들의 문화에 관심을 가지고, 내가 지금 뿌리 내리고 살고 있는 이곳의 문화 또한 배우려는 노력을 멈추지 말아야겠다. 


어쩌면 이것이 ‘내 것’, ‘네 것’이 ‘우리 것’이 될 수 있는 방법이 아닐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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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정_한인 1.5세대 교사(크리스틴 스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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