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과의 인터뷰

신과의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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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십 대였을 때 이미 몸은 어른과 다를 바 없이 컸지만, 미성년자라는 굴레에 갇혀 이것저것 하고 싶은 것을 참아가며 성인의 커트라인인 20살까지 기다리기를 꽤나 힘들어했다. 


물론 20살 이전에 부모님과 선생님들의 눈을 피해 소소한 일탈도 했다. 그러나 하루빨리 어른이 돼서 돈도 벌고 그 돈으로 남 눈치 안 보고 떳떳?하게 해보고 말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항상 가슴 속에 품고 있었다. 


어찌어찌 살다 보니 어느새 어디에 내놔도 결코 꿀리지 않는 나이를 먹었다. 머리카락 색도 검은색보다 흰색이 더 많이 보여 정기적으로 염색을 하고 있다. 


그런데 그토록 원하던 어른이 되었는데 이제는 다시 어려 보이려고, 조금이라도 젊어 보이려고 염색하는 내 모습을 보니 애처롭다 못해 궁상맞기 그지없다. 우리 집 식탁 한구석에는 각종 건강 보조제 병들이 떡하니 자리 잡고 있다. 하루라도 거르면 큰일이 나는 것처럼 부지런히 챙겨 먹고 있다.


나름 이 나이가 되기까지 열심히 인생을 살아왔다고 여겨온 나였다. 그런데 최근에 나의 뒤통수를 탁 치는 시 한 편을 읽었다. 터키의 혁명적 서정시인 나짐 히크메트의 ‘신과의 인터뷰’라는 시다.        


나는 신과 인터뷰하는 꿈을 꿨습니다.

신이 말했습니다.

"네가 나를 인터뷰하고 싶다고 했느냐?"

내가 대답했습니다.

"시간이 있으시다면..."

신이 미소를 지었습니다

"나의 시간은 영원이다. 무슨 질문을 하고 싶으냐?"

"인간들을 보실 때 가장 놀라운 점이 무엇인지요?"

신이 대답했습니다.

"어린 시절을 지루해 하는 것, 서둘러 자라나길 바라고, 다시 어린 시절로 돌아가길 갈망하는 것."

"돈을 벌기 위해서 건강을 잃어버리는 것, 그리고는 건강을 되찾기 위해서 돈을 잃어버리는 것."

"미래를 염려하다가 현재를 놓쳐버리는 것, 결국 미래도 현재도 살지 못하는 것."

"결코 죽지 않을 것처럼 살다가 결국 살았던 적이 없었던 것처럼 죽는 것."

<후략>


많은 어른들은 어린아이들에게 일류 대학을 졸업하고 좋은 직업을 얻으려면 공부를 열심히 해야 훌륭한 어른이 된다고 조언한다. 하지만 아이들은 이러한 영혼 없는 조언을 너무나 많이 들어 오히려 반발한다. 어리게 보이려 이것저것 젊은이들을 따라 해보지만 주제 파악 못 하는 꼰대라는 비웃음만 돌아올 뿐이다. 


그리고 남들보다 높이 오르기 위해, 남들보다 더 많이 가지려고 젊을 때 내 몸을 돌보지 않고 힘들여 돈을 쌓아 놓았다. 하지만 늙으면 이 돈을 젊었을 때의 건강을 유지하고 회복하는 데 고스란히 다 쓰고 만다. 


또한, 그렇게 내일을 위해 오늘을 포기하며 열심히 살았는데 또 내일이 되면 그다음 날을 걱정하느라 현재를 살지 못한다. 여기서 오해하지 말아야 할 것은 현재를 즐기라는 것이 아니라 현재에 충실하라는 뜻이다. 


미래를 준비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남들보다 더 잘 누려야 한다고 마음을 졸이며 앞날을 걱정하고 또 걱정한다. 그러다 세상을 떠날 날이 가까이 오면 그제야 “100년도 제대로 못 살면서 1000년을 걱정하며 살았구나” 하는 후회를 하며 눈도 편히 못 감는다. 

     

신이 놀라워하는 어리석은 인생을 살지 않으려면 이제부터라도 현재를 사는 연습을 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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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채원_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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