없지만 있는

없지만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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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은 각자 챙겨 오시고, 김치는 내가 가져갈게요.”, “아침은 내가 감자수프를 할게요.”, “침낭 챙기세요.”, “소금 온천 갈 거니까 수영복도 챙기세요.”, “밥솥은 내가 챙겨갑니다.” 


언제인지 이미 해 봤을 법도 한데 생각해 보니 처음인 엄마와 둘이 떠나는 여행 카톡방은 일주일 내내 제일 바쁜 단체톡방이 되었다. 


방학 동안 엄마 친구분들과 딸들이 함께 여행을 떠나게 되었던 것이다. 그런데, 딸들이 계획하고 준비해서 각자의 엄마를 모시고 간 여행이 아니라, 어머니들께서 계획하시고 준비를 하신 여행에 딸들을 챙겨 오신 여행이었다. 


장소를 정하는 것부터 식단을 짜는 것, 음식재료 준비하는 것까지 무엇 하나 내가 한 것 없이 모든 준비가 된 여행을 떠나는 것이 얼마 만이었는지..., 어머님들 모두 여행 경험이 많으신지라 준비하시는데 손발이 척척 맞는 그 과정을 보면서 중간에 문득, ‘이제는 우리가 준비해서 어머니들을 모셔야 하는데…’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어머님들의 방식이 있고, 그 과정마저 즐거워하시는 듯하여 어설픈 사공 노릇은 하지 않기로 했다. 


나이가 들어도 엄마는 엄마이고, 딸은 딸인 것일까? 여행하는 동안 음식도 모두 어머님들께서 식단과 당번을 정해 오셔서 거들어 보려고 해도 수저 놓는 것 말고는 끼어 볼 수가 없었고, 설거지 정리를 하는 것까지도 “운전한 사람은 쉬어야 한다”라는 당신들의 이유로 손에 물 한 번 묻혀 보는 것도 쉽지 않았다. 


그런데도 딸들이 숙소를 예약해 준 덕에, 운전을 해 준 덕에 우리가 이렇게 즐겁게 여행을 한다고 하셨다. 사실 딸들은 서로 모르는 사이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또 함께 여행을 해 본 적은 없는 사이인데, 어머님들 덕분으로 함께 즐거운 여행을 하는 것인데도 말이다.


어머니들께서는 각자 개성이 있으시면서도 같은 시절을 보내신 그 경험과 이민 와서 함께 타국 생활을 하신 그 세월 때문인지 서로 비슷하신 점들도 참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딸들도 서로 각자의 인생에서는 매우 다른 길을 가고 있지만, 어머님들을 통해 무엇인가 공감대도 생기고, 동질감도 느끼게 되었다. 그 느낌은 친구 사이에서 느끼는 공감대, 동질감이라기보다 자매 사이에 혹은 가까운 사촌지간 사이에 생기는 그런 느낌이랄까?


이민 생활에서 모두가 가지기 어려운 것들이 있다. 그중에 하나가 형제, 자매, 친척들과 곁에서 가까이 지내는 것이 아닐까 싶다. 혹 이 중에 누구라도 함께 뉴질랜드 생활을 하고 있다면 그것은 큰 복일 것이다. 


물론 현실적으로는 그것이 어려울 수 있는 이민 생활에 오히려 맘 편하지만은 않은 사이가 될 수도 있지만, 이 또한 이민 생활의 한 면모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어려울 때 힘이 될 수 있는 가족, 친척이 가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마음의 큰 위로와 안심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이번 여행을 함께 한 어머님들은 서로 친구이면서, 자매 같은, 사촌지간 같은 사이라는 것을 느꼈다. 각자의 친자매와 친사촌들은 곁에 없지만, 어떤 인연으로 이곳에서 만나 서로에게 자매 같은 사이로 지내고 계시는지... 덕분에 나에게도 없었던 사촌 언니, 사촌 여동생이 생긴 것 같다.


남남으로 타국에서 만났지만, 서로에게 가족 같은 사람이 되어 줄 수 있고, 울타리가 되어 줄 수 있는 누군가를 만날 수 있다는 것은 큰 복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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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정_한인 1.5세대 교사(크리스틴 스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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