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분이 없다 아입니까? 명분이

명분이 없다 아입니까? 명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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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으로부터 10년 전에 크게 흥행했던 영화 ‘범죄와의 전쟁’의 유명한 대사이다. 극 중 깡패 두목인 최형배(하정우 분)는 나이트클럽을 차지하고자 다른 파 깡패인 김판호(조진웅 분)를 치자는 큰아버지 최익현(최민식 분)의 제안에 대해 “명분이 없다 아입니까? 명분이”라며 거절한다. 


이에 최익현이 “니캉 내캉 가족아이가. 그것보다 더 큰 명분이 이 세상에 또 있나?”라고 말한다. 그 후 최익현이 두들겨 맞고 오자 최형배는 “집안 어른이 하시는데 내가 뒤를 봐줘야 맞지 않겠냐?”라는 명분으로 그 싸움에 개입한다. 


국어사전에 ‘명분’은 ‘1. 각각의 이름이나 신분에 따라 마땅히 지켜야 할 도리. 군신, 부자, 부부 등 구별된 사이에 서로가 지켜야 할 도덕상의 일을 이른다. 2. 일을 꾀할 때 내세우는 구실이나 이유 따위.’와 같이 두 가지 의미가 있다. 


요즘에는 후자의 의미로 더 많이 사용되는데, 특히 정치권에서 어떤 일의 당위성을 따질 때 명분이 자주 등장한다. “그 사람이 그 자리에 앉을 명분이 필요하다.”, “그 정책을 밀어붙이는 명분이 무엇인가?”


그런데 이들이 말하는 명분의 쓰임새를 자세히 보면 ‘근거’나 ‘이유’가 아닌 ‘핑계’나 ‘거짓말’로 이해되는 건 왜일까? 정말 해야 할 일이면 명분이 필요 없다. 무언가 떳떳하지 않거나 아니면 그것을 해야 하는 진정한 대의를 찾지 못했기 때문에 핑곗거리를 찾는 것이다. 


최근 뉴질랜드 정부가 시행하는 코로나19 대응 조치를 보면 그렇게 하는 근거를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의아한 점이 많은데 코로나19 초기에는 경보 1~4단계, 그다음에는 코로나19 관리 1~3 스텝, 지금은 신호등 체제인 적색, 주황색, 녹색 단계로 관리하고 있다. 


문제는 이렇듯 관리 체제가 자주 바뀌다 보니 사람들은 더욱 헷갈려 하고 혼돈에 빠졌다. 게다가 점점 각 관리 단계의 구분도 모호해졌는데 적색과 주황색 단계 차이점은 크게 보면 실내 모임 인원수 제한이 200명이냐 아니냐이다. 


많은 사람이 이렇게 차별점이 없을 바에는 왜 굳이 단계를 두었냐는 불만이다. 급기야 코로나19 대응부 장관도 마스크 착용 요건을 혼동해 기자회견장에서 제대로 대답을 못 하고 사과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또한 정부가 적색에서 주황색으로 전환한 근거라고 발표한 내용도 두루뭉술하다. 최근 1주일간의 평균 확진자 수와 입원자 수가 감소해서 전환한다고 했는데 여전히 사례 수는 수천 명에 이르고 입원자 수도 6백명이 넘는다. 퍼센트로 따지자면 아주 미세한 변화이다. 


정확한 수치와 명백한 근거 없이 국민의 눈치를 보다가 급히 내놓은 주먹구구식 정책으로밖에 안 보인다. 즉 의학적 자료를 바탕으로 한 정책이 아니라, 정치적 상황 판단에 의한 미봉책이다.


이렇게 구차한 명분만을 내세우는 모습은 비단 뉴질랜드에서만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얼마 전 새로운 대통령을 뽑은 대한민국도 마찬가지이다. 


예부터 새로운 나라를 세우거나 권력이 새롭게 바뀌면 왕권을 강화하고 민심을 모으기 위해 가장 많이 떠올렸던 방안이 국가의 수도를 이전하는 천도(遷都)이다. 


지금은 천도까지는 아니고 대통령실 이전 계획이지만 이는 20대 대통령뿐만 아니라 이전 대통령들도 추진했던 것이며 모두 무산됐다. 어쨌든 이 난제는 또다시 수면 밖으로 나와 대한민국을 시끄럽게 하고 있다. 


그런데 이 계획에 대해 실질적인 이익과 손실을 따지는 것이 아니라 서로 명분만을 내세우고 명분만을 요구하고 있다. 국민이 지금 바라는 것은 민생 안정과 코로나19로부터의 빠른 회복인데 말이다. 


50일이 넘도록 이어지고 있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도 마찬가지이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당시 근거는 없고 침공을 정당화하는 핑계만 있다. 문제는 명분 없이 침공한 러시아뿐만이 아니다. 


침략받은 우크라이나를 지원할지 말지 고민하고 있는 다른 국가들도 명분을 찾느라 하세월을 보내고 있다.

여기나 저기나 없는 명분 찾기로 죄 없는 국민만 고통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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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채원_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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