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수 좋은 날’, 설렁탕이 생각날 때

‘운수 좋은 날’, 설렁탕이 생각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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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현진건 작가의 단편소설, ‘운수 좋은 날’의 김 첨지가 아내를 위해 사 들고 귀가하는 설렁탕이 생각난다. 


1920년대,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가난한 인력거꾼 김 첨지는 아픈 아내가 먹고 싶어 하던 설렁탕을 드디어 살 수 있을 만큼 돈을 벌었다. 


오랜만에 운수가 좋았던 덕이라... 당시 빈부와 신분 격차를 막론하고 즐겨 먹던 한국인의 소울 푸드가 설렁탕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아내는 그 설렁탕을 먹지 못하고 돌아감으로써 그 당시 하층민의 궁핍한 현실을 극적으로 보여주는 상징물로 사용되었다.


실제로는 추운 한국 겨울을 몇 번 나지도 않았는데, 날씨가 추워지자마자 뚝배기에 담겨 김이 모락모락 나는 뜨끈한 국물에 새콤하고 칼칼하게 잘 익은 섞박지 생각이 나는 것은 아마도 어렸을 때 할아버지 손을 잡고 가서 먹었던 설렁탕이 기억에 남아서일 것이다. 이런 한국의 정서를 심어주신 할아버지께 감사한 마음을 새겨본다. 


소울 푸드, 컴포트 푸드, 힐링 푸드 - 열심히 찾아봐도 한국어로 순화한 단어가 아직까지 없다고 한다. 여러 영어권 나라에서도 그 의미가 조금씩 다르게 쓰이는 것이 이유일 수도 있겠지만 ‘영혼을 위로하는 음식’, ‘마음에 위안이 되는 음식’이라는 의미로 이해를 하면 될 듯하다. 


어떤 곳에서는 아플 때 먹고 싶은 음식의 의미가 되기도 하고, 어떤 곳에서는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먹는 음식의 의미가 되기도 하며, 또 어떤 곳에서는 어렸을 때 즐겨 먹던 - 그래서 먹으면 마음의 안정이 되고 푸근한 느낌이 드는 음식의 의미가 되기도 한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어로는 엄마가 해 주셨던 고향의 ‘집밥’과 가장 가까운 의미가 아닐까 한다.


설렁탕 이외에도 나의 컴포트 푸드를 꼽자면 김치찌개, 떡볶이, 중동식 케밥, 인도 카레 빈달루와 티카 마살라, 베트남 쌀국수 퍼, 태국 샐러드 쏨땀타이가 있다. 


이 음식들은 내가 누구인지 - 어디에서 왔고, 어디를 거쳐서 어디에 정착하였으며 어떻게 살고 있는지를 나타내주는 나만의 문화 지도 같은 것이기도 하다.


음식을 논함에 있어 또 하나 중요한 것은 ‘나눔’이 아닐까? 힘든 하루를 보낸 나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아는 누군가가 사랑을 담아 만들어 준 힐링 푸드를 먹는 것. 설사 그것이 본인의 컴포트 푸드가 아닐지라도 나를 위한 위로 한 자락과 함께 친구와 나누어 먹는 것. 나눔이 더해질 때 더욱더 진정한 마음의 위로가 될 수 있는 것이 음식이기도 하다. 


얼마 전 브라질에서 이민 온 친구와 음식 이야기를 했다. 브라질에서는 바비큐가 곧 ‘집밥’이라는 말을 서두로 그가 한국식 고기 집을 얼마나 사랑하게 되었는지, 뉴질랜드에서 즐기는 바비큐가 어떻게 다른지 이야기를 하다가 일식 야키토리 바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그는 일식 야키토리 바에는 가 본 적이 없다며 무엇을 구워 먹느냐는 질문에 돼지고기, 소고기, 닭고기, 채소 종류, 모두 다양하게 있다고 대답을 해 주었다. 


그중에서 나는 닭고기 연골 꼬치를 제일 좋아한다고 했더니, 그가 매우 조심스럽게 혹시 한국 사람들은 닭 모래주머니나 닭 심장도 먹느냐고 물었다. 


야키토리 바에 가면 꼭 시켜 먹는 메뉴라고 답했더니 자신의 ‘집밥’ 바비큐 메뉴에 꼭 들어가는 부위의 고기인데 뉴질랜드에 온 이후로 먹은 적이 없고 너무 그립다는 것이었다. 


그 길로 우리는 그의 소울 푸드를 먹기 위해 야키토리 바를 찾아갔고, 브라질식 바비큐와는 매우 다르지만 지난 4년간 집에 돌아가 본 적이 없는 그에게 작은 위로가 되는 음식들을 함께 나누어 먹었다. 


그는 한국에 와 본 적이 없고, 나는 브라질에 가 본 적이 없다. 하지만 뉴질랜드에서 일본식 바비큐를 통해 힐링 푸드를 함께 나눌 수 있다는 것은 소소하지만 큰 기쁨이자 이민 생활 속에서 얻는 선물이 아닐까?


여러분의 ‘설렁탕’은 어떤 음식인가요?

여러분의 소울 푸드, 누구와 함께 나누시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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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정_한인 1.5세대 교사(크리스틴 스쿨) 


◼︎외부 필자의 글은 뉴질랜드타임즈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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