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에 무너진 아프간의 '깡통군대'

탈레반에 무너진 아프간의 '깡통군대'

뉴질랜드타임즈 댓글 0 조회 894 추천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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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의 기강과 싸우려는 의지가 바닥을 치고 부패가 만연한 군대는 적 앞에서 속절없이 무너진다는 것을 똑똑히 보여준 사례다."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에게 허망하게 무릎을 꿇은 아프가니스탄 정부군의 행태를 군의 한 관계자는 21일 이렇게 평가했다.

 

아프간군의 패인은 지난 20년간 100조 원 상당의 무기와 군수물자를 쏟아부은 미국이 무작정 지켜줄 것이라는 허황한 '믿음'만 가지고 '자주국방'에 힘쓰지 않았던 결과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막강한 화력을 갖춘 미국산 무기로 무장을 했음에도 거의 게릴라 수준의 탈레반에 무너져 그야말로 속이 텅 빈 '깡통 군대'였음이 여실히 드러났다는 게 군사 전문가들 주장이다.

 

전투다운 전투도 못 했고, 총 한 방 제대로 쏘지 못한 채 줄행랑에 바빴던 아프간군은 마치 18년 전 이라크 사담 후세인 정권의 공화국 수비대와 같았다는 평도 나온다.

 

이라크전 당시 최정예 공화국 수비대는 바그다드 남쪽에 포진해 미군과 최후의 결전을 벌일 것으로 예상했으나, 미군의 파상적인 공습에 지레 겁을 먹고 대부분 도주했다.

 

◇ 군기·사기 없고 부패 만연임금 타내려고 허위 등록 '유령군인' 많아

 

군대는 '군기' '사기(士氣)'를 먹고 산다는 말이 있다. 꺾을 수 없는 기강과 의욕이 충만한 기세가 군대를 지탱해주는 자양분이라는 뜻이다. 군기와 사기가 바닥을 치면 부패라는 독버섯이 솟아난다. 바닥난 군기와 사기, 부패는 결국 군대를 무너뜨린다.

 

아프간군이 '오합지졸' '추풍낙엽' 등의 불명예를 안게 된 배경은 무엇일까.

 

미국 언론에 따르면 아프간군은 미국과 국제사회 지원으로 연간 50∼60억 달러( 58천억 원∼7140억 원)의 예산을 썼다. 특히 미국이 '아프간군 기금'(ASFF)으로 지원한 자금만 2005년부터 지난 6월까지 7502천만 달러( 876983억 원)에 달한다고 한다.

 

미국이 지난 20년간 아프간군에 쏟아부은 자금이 830억 달러( 97270억 원)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는 무기와 장비, 훈련비 등이 모두 포함된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지난 4월 기준으로 임금을 받은 아프간군은 30699명이다. 이는 미국 아프간재건특별감사관실(SIGAR)이 의회에 제출한 보고서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이런 병력 규모는 상당히 부풀려진 것이라는 주장이 많다.

 

군대 지휘부 또는 간부들이 임금 명목의 '뒷돈'을 챙기려고 군인을 허위로 등록하는 바람이 서류에만 있는 '유령군인'까지 통계로 잡혔다는 것이다. NYT는 아프간군 실제 병력이 통계의 6분의 1 수준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유령군인까지 등장한 것을 보면 그만큼 군경 간부들의 부패가 심했다는 것으로, 기가 찰 노릇이다.

 

정부군에 지급된 연료의 절반 이상이 불법으로 빼돌려졌다는 주장도 나왔다.

 

아울러 탈레반이 주요 거점 도시를 공략하기 시작할 무렵 아프간 군경의 투항과 탈영 외신 보도도 잇달았다. 핵심 방어시설을 경계 감시해야 할 병력이 총 한 번 제대로 쏘아보지 않고 무더기로 탈레반에 투항하거나 국경 밖으로 도주했다는 것이다. 이는 아프간군의 사기와 결속력이 탈레반에 크게 못 미쳤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다.

 

탈레반은 정부군과 달리 대부분 군복을 입지 않고 전투에 나선다.

 

다만, 프랑스 언론 등에 병장 계급장이 부착된 한국군 군복을 입은 탈레반의 모습이 등장한다. 한국 국방부는 군복이 어떻게 유출됐는지 파악하지 못하고 있지만, '탈레반 병장' 모습은 외신에 심심찮게 등장한다.

 

군복을 입지 않는 탈레반은 민간인 속에 숨어 있다가 갑자기 총을 들고 공격한 뒤 민가나 고산지대 동굴 등의 은신처로 사라지곤 한다. 전형적인 게랄라전 수법이다. 이런 게릴라전을 치러본 경험이 없는 아프간군으로서는 속수무책이다. 그래서 탈레반식 전투에 대응한 전략 부재도 패인으로 꼽히고 있다.

 

현재 아프간군 잔존 세력은 '천혜의 요새'로 꼽히는 판지시르시에서 항전을 준비하고 있다. 아프간의 대통령 권한대행을 선언한 암룰라 살레 제1부통령과 야신 지아 전 아프간군 참모총장, 일반 군인 등 6천여 명 이상으로 추정되는 병력이 '항전'을 다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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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탈레반 심리전 먹혔나?…이라크 공화국 수비대도 미군 심리전에 당해

 

일각에서는 탈레반의 심리전과 뇌물 제공에 아프간군이 몰락했다는 주장도 나온다.

 

공군력이 전무한 탈레반은 정부군 조종사들을 쪽집게식으로 살해하는 전략을 구사했다.

 

러시아제 AK-47 소총과 대전차 로켓 등으로 무장한 탈레반에 공군력은 공포의 대상이었다. 이런 공군력을 무력화하고자 전투기와 헬기 조종사를 표적으로 살해, 나머지 조종사들에게 심리적 타격을 주는 심리전을 구사했고 결과적으로 목적을 달성한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 SIGAR UH-60 블랙호크 헬기부대는 전체 전력 가운데 39%만 활용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여기에다 탈레반이 작년 초부터 정부 관리들과 군인들에게 돈을 주고 투항을 유도하는 일종의 '밀거래' 작전을 확대해왔다는 외신 보도도 나왔다.

 

작년 2월 카타르 도하에서 미국과 탈레반의 아프간 주둔 미군의 완전 철수 합의 이후 아프간 군경 사이에서는 더는 미국의 압도적인 공군력과 군수지원에 의존할 수 없다는 위기의식이 퍼졌다고 한다. 탈레반에 대한 두려움, 전황에 대한 불확실성 등으로 정부군 심리가 약화하면서 탈레반이 제안한 거래를 수용했다는 것이다.

 

미국 언론들도 탈레반이 아프간 전역을 손쉽게 장악할 수 있었던 비결로 '회유 전술'을 꼽았다.

 

탈레반에게 항복하면 목숨을 건질 수 있다는 메시지를 광범위하게 유포했고, 이 메시지는 정부군에 빠르게 퍼져 정부군 부대의 연쇄적인 항복을 유도했다고 NYT는 분석했다.

 

심리전은 2003년 사담 후세인 정권 당시 이라크 정예 공화국 수비대도 무력화시켰다.

 

미군은 공화국 수비대에 대해 투항하지 않으면 가차 없이 제거하겠다고 경고했다. 이들은 진격하는 미군 지상군과 직면하게 되자 대부분 달아났다.

 

당시 공화국 수비대의 한 장교가 미군에 맞서 진격하라고 부하들에게 명령한 후 자신은 군복을 벗어 던지고 뒤돌아 달아나는 것을 목격했다고 미국 언론은 보도한 바 있다.

 

그해 5월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이라크전에서 벌어진 미국의 심리전을 자세히 소개하면서 군대와 주민의 사상적 와해에 초점을 맞춘 미국의 심리전이 승리의 요인이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당시 노동신문은 "미국은 이라크 지도부를 없애거나 매수, 변절시키는데 심리전을 적극 이용했다" "미 중앙정보국과 군사 정보기관들은 전자우편, 휴대용 전화 등 현대적인 통신망을 동원해 이라크 장성들과 바스당 고위 인물과의 접촉에 매달렸다"고 보도하는 등 미군 심리전 전술에 큰 관심을 나타냈다.

 

◇ 병력 추산 20만 명 탈레반, 100조 원 상당의 군사자산으로 무장하나?

 

미국을 비롯한 아프간 주변국들은 군복도 없이 슬리퍼를 신고 전투에 나섰던 탈레반이 미국산 무기로 무장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탈레반 수는 정확히 알려진 바 없으나 핵심 전투대원은 6만 명이고 탈레반을 추종하는 지역 무장단체 대원이 9만 명, 이외 지지자들까지 포함하면 총 20만 명으로 추산된다.

 

AP 통신은 미국이 20년 동안 아프간 정부군에 제공한 97조 원 상당의 무기 등 군사자산이 탈레반의 손아귀에 고스란히 넘어갔다고 보도했다. 아프간 정부군은 모두 211대의 항공기를 보유하고 있었으나, 이 중 대다수가 탈레반에 넘어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아프간에서 촬영된 사진과 영상을 보면 미국이 아프간 정부군에게 제공한 총기와 차량, UH-60 블랙호크 공격헬기도 탈레반의 손에 넘어갔다. UH-60은 탈레반과 싸운 정부군 지상전력을 지원하는데 동원된 전력이다.

 

AK-47 소총을 들었던 탈레반은 이제 미국의 M-16 소총으로 무장하고 있다. 아프간에서 사용되는 AK-47은 대개 복제품이며 일부는 1989년에 옛소련 군대가 철수하면서 남기고 간 것이다.

 

탈레반을 잡겠다고 지원한 미국산 무기가 탈레반의 손에 넘어가 자칫 미군을 공격하는데 동원하는 역설적인 상황이 빚어지고 있다.


(연합뉴스_제휴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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