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리란 무엇인가?’…독서에서 답 찾아라
전정훈의 교육 이야기(7)
공자는 논어의 첫 문장에서 ‘學而時習之 不亦說乎(배우고 때로 익히면 또한 기쁘지 아니하랴)’고 했다. 오늘날에는 상상하기 어렵지만, 인생의 기쁨을 배우고 익히는 것 그 자체에 두고 있다. 지금의 나는 인생의 기쁨이나 의미를 어디에 두고 있는가에 대해 돌아보게 된다.
뉴질랜드의 독서율은 세계적으로 상당히 높은 수준에 있다. 매년 뉴질랜드 도서위원회에서 발표하는 독서실태조사에 따르면, 1년에 책을 한 권 이상 읽는 사람의 비율을 뜻하는 연간독서율이 작년에는 87%에 달했다. 세부적으로 보면, 18세 이상 성인 86%, 10~17세 97%, 10세 미만 82%로 나타났다.
이 설문조사에서 많은 수의 뉴질랜드 사람들은 자신의 생활 속에서 휴식과 즐거움을 위해 책을 읽는다고 응답했다. 책을 읽지 않는 이유로는 ‘독서를 좋아하지 않아서’와 ‘시간이 없어서’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이들 중 일부는 책을 기반으로 하는 영화를 선택해서 보는 것이 쉽다고도 했다.
*2018 독서실태조사 보고서의 자세한 내용은 ‘뉴질랜드 도서위원회’ 웹사이트 (https://www.bookcouncil.org.nz/advocacy/research)를 참고하면 된다.
독서 환경의 변화
근대 이전의 사람들은 대부분 문맹이었다. 극소수의 지배계급이 지식을 독점하였으며, 독서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허용되지 않았다. 유럽에서는 성경을 읽고 해석할 줄 아는 사람이 성직자였고, 우리나라에서는 유교 경전을 암송하는 사람이 양반계급이었는데, 이렇게 책을 통해 얻어지는 지식이 바로 이들 지배계급의 자산이었던 것이다.
모든 사람들이 책을 읽을 수 있게 된 것은 인쇄술이 발명되고 책의 대량생산이 가능해진 근대 이후부터이다. 특히 산업이나 경제의 측면에서 요구되는 질 높은 산업노동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문맹을 퇴치해야만 했다. 이렇게 문자를 이해하고, 그를 통해 전문지식을 많이 습득해 가진 사람은 능력 있는 엘리트가 되어 성공했다.
독서는 지식의 습득과 사고력 향상을 위한 목적이 강한데, 사고력 향상-읽은 내용을 분석하고 추론하고 비판하는 능력이 커지면서 다른 여러 분야에서의 지식 습득에도 도움을 준다. 우리 세대는 이러한 독서의 가치를 너무 잘 알고 있었다. 따라서 독서는 당위였다. 적어도 우리 세대까지는 그랬다.
그런데 지금은 지식 혁명에 의해 지식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역사상 유례없는 시대가 되었다. 미래학자 버크민스터 풀러는 ‘지식 두 배 곡선’으로 인류의 지식 총량이 늘어나는 속도를 설명했는데, 그에 따르면 인류의 지식 총량은 100년마다 두 배씩 증가해왔다. 그러던 것이 1900년대부터는 25년으로, 현재는 13개월로, 2030년이 되면 지식 총량이 3일마다 두 배씩 늘어난다고 주장했다(KBS 명견만리 제작팀, 명견만리, 인플루엔셜, 2016).
이와 비슷한 주장은 오래전 스탠퍼드 경영학 교수 마이클 레이의 논문에도 있었는데, 그는 인류가 출현한 이래 1980년까지 축적한 지식 전부가 1권의 책이라고 가정한다면, 1987년에는 2권, 1994년에는 4권의 분량이 된다고 주장했다.(Michael Ray, “The Creative Process as a Hero’s Journey in community”, Journal of Creatia)
이것은 철학에서 진리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에 대한 대답으로 ‘이성’을 통해서 그 진리를 발견할 수 있고, 선악을 알 수 있다는 믿음에서 출발한 것이 데카르트 이후의 근대 철학인데, 결국 푸코에 와서는 실제로 있는 것은 지식뿐 이라는 결론에 이르게 된 것과 무관하지 않다. 이에 따르면 인간의 이성이라는 것도 지식의 한 파편이 된다. 진리, 신념 등도 지식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지금은 지식을 더 많이 가지는 것의 의미가 과거와 달라졌고, 그보다는 새로운 지식을 창조하고 활용하는 능력이 더 중요해졌으며, 이성에 기반을 둔 합리적 정신보다 현실에서의 실제적인 문제 해결 능력이 더 중요해졌다고 할 수 있다.
독서는 즐거운 경험이다
독서 환경의 변화는 독서의 목적과 동기, 독서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 등이 우리 세대와 달라졌음을 보여준다.
그리고 우리 자녀들의 학습의 상당 부분이 디지털 공간에서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도 중요한 변화로 볼 수 있다. 대부분의 학교는 인터넷 환경이 잘 구축되어 있고, 학생들이 개인 디지털 기기를 직접 가져와서 학습에 활용하도록 하고 있다. 또한, 10대 학생들은 학교 수업 이외에는 많은 시간을 스마트폰을 사용하면서 보낸다. 디지털기기와 스마트폰의 영향력이 갈수록 커져가고 있다.
이러한 환경은 독서 동기만 있으면 언제라도 종이 책뿐 아니라 이북이나 오디오북을 포함하여 멀티미디어, 이미지 등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환경이라고 할 수 있다.
독서 동기를 학습의 과정과 연관해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 학습의 과정에서는 수많은 지적 호기심들이 생겨나게 되는데, 가령 ‘나는 누구인가’, ‘세계란 무엇인가’와 같은 의문들이다. 이 의문들을 해결하고자 하는 욕구가 독서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독서는 능동적인 측면이 있다. 독서가 성적 향상의 수단이라는 생각에만 머물러 있으면 독서 그 자체의 흥미를 떨어뜨리게 되며, 독서량의 감소로 이어지게 된다. 오히려 우리 자녀들이 즐거운 독서 경험을 함으로써 지속적인 독서가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독서 자체의 즐거움을 느끼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Q&A
질문: 매년 학교에서 선생님과 학부모의 개별 면담이 있습니다. 아이가 어떻게 공부하고 있는지, 부족한 게 뭔지 등에 관해 이야기하다가 앞으로 어떻게 공부해야 할지를 물어보면, 책을 많이 읽으라고 합니다. 매년 비슷한 이야기를 들은 것 같습니다. 현재 Primary 5학년 학생이 읽을만한 추천도서 목록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답변: 독서는 어휘력이나 표현력, 독해능력 등 영어 실력을 전반적으로 향상시킬 뿐 아니라 창의적 사고력을 키워주는 데 도움이 됩니다. 그리고 정서적인 측면에서 공감 능력 향상에도 도움이 됩니다. 그러나 부모님이 아이에게 특정한 분야의 책 읽기를 강요하는 것은 오히려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부모님은 아이가 책을 읽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아이가 스스로 자기가 읽을 책을 선정하게 하는 것이 좋습니다. 부모님이 좋아하는 책과 아이가 좋아하는 책이 다를 수 있거든요. 어느 학부모님의 사례를 참고로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토요일에는 6학년 쌍둥이 아이들을 데리고 온 가족이 함께 도서관으로 갑니다. 1시간 정도 둘러보면서 자기가 좋아하는 책을 고를 수 있는 시간을 가지게 합니다. 이때 부모님도 자기가 좋아하는 책을 함께 고르는 거죠. 이들 가족에게 토요일은 도서관에서 책 읽는 날이 되었습니다. 이렇게 되기까지 쉽지는 않았다고 합니다. 처음에 아이들은 자기가 좋아하는 책을 고르는 것을 어려워했고, 책 읽기에 집중하지 않았고, 산만했습니다. 그러나 매주 토요일마다 꾸준히 시도할 뿐 다른 특별한 처방을 하지 않았는데, 그러던 어느 순간 아이들이 책 읽기가 자연스럽고 익숙한 상태가 되었다고 합니다. 독서를 하다 보면 시간이 지날수록 독서하는 힘 자체가 점점 커집니다. 독서에 익숙해지고, 독서의 즐거움을 느끼게 되고, 스스로 더 많은 책을 찾아서 읽게 되고, 더 큰 즐거움을 느끼게 되고, 책 읽는 속도가 빨라지는 등의 반복적인 성장이 이루어집니다. 이를 통해 평생 동안 유지될 독서 습관이 만들어집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책을 읽어야 할 지에 대한 정답은 없습니다. 아이가 스스로 자기가 읽을 책을 선정하고, 자신만의 도서목록을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공공도서관을 잘 활용하시면 도움이 될 것입니다. 저희 학원에서 정리한 Year 5 추천도서 목록은 이메일로 보내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아래에 추천해 드리는 도서 정보 사이트들도 참고하십시오.
・ Storylines: https://www.storylines.org.nz/Awards.html - 매년 Storylines Trust에서 선정하는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주목할만한 도서’ 목록 제공 ・ Whitcoulls: https://www.whitcoulls.co.nz/collection/kids-top-50 - Whitcoulls에서 선정한 어린이 책 50권 ・ DAWCL (Database of award winning children’s literature): http://www.dawcl.com - 전 세계 영어권 6개국(영국, 미국, 호주, 뉴질랜드, 캐나다, 아일랜드)의 156개 시상과 약 14,000개의 수상 도서 데이터베이스 |
◼︎ 뉴질랜드 교육, 학교 커리큘럼, 자녀 학업, 진로 등 교육과 관련한 모든 문제에 대해서 질문을 해주시면, 별도의 Q&A 코너에서 답변하겠습니다. 필자(newcan119@gmail.com)에게 보내주시면 됩니다.
전정훈_Edu-Kingdom College
North Shore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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