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슬기로운 격리생활] 봉쇄령, 클래식 듣기에 좋은 시간

[코로나19, 슬기로운 격리생활] 봉쇄령, 클래식 듣기에 좋은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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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슬기로운 격리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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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생처음 겪는 봉쇄령

중국 우한에서 시작된 신종 폐렴-일명 코로나19-이 전 세계로 퍼지더니 결국 이곳 뉴질랜드까지 덮쳐왔습니다. 병의 확산을 막기 위해 정부는 드디어 경보 수준을 4로 올렸고 국민 모두에게 봉쇄령(lockdown)을 내렸습니다.


따라서 뉴질랜드 국민 모두는 최소한 4주 동안 자기 집에 머물며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같은 집에 사는 사람 이외의 다른 사람을 만나는 것이 금지되었습니다. 집 근처의 산책은 허용되니 잠깐씩 나갔다 들어올 수는 있겠지만 대부분의 시간을 집안에서 보내야 합니다. 사람도 못 만나고 운동도 못 하고 외부활동을 할 수 없다고 생각하면 답답하기 짝이 없지만 평생 처음 겪는 이런 고난(苦難)의 시간을 잘 이용하면 오히려 아주 유익하고 기억에 남는 좋은 경험이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여러분 모두 나름대로 좋은 계획을 갖고 계시리라고 생각합니다만 저는 여러분께 그 좋은 계획에 꼭 음악 듣는 시간을 넣으시라고 권해 드립니다. 벌써 넣으셨다고요? 그렇다면 어떤 음악을 들으실 건가요? 사람마다 취향에 따라 좋아하는 음악이 다르겠지만 이럴때에는 차분하게 클래식 음악을 듣는 시간을 가지시면 좋을 것입니다.


‘비잔티움으로의 항해’

영국의 시인 예이츠(W B Yeats)는 ‘비잔티움으로의 항해’라는 시(詩)의 첫 연 마지막 구절에서 “모두가 관능적인 음악(sensual music)에 취하여 늙지 않는 지성의 기념비를 무시하고 있다”고 한탄하며 그렇기에 자기는 바다를 건너 성시(聖市) 비잔티움으로 간다고 했습니다.


4주간의 봉쇄령이 시작되는 첫날 저는 그의 시 구절을 떠올리며 과연 우리는 어디로 항해하고 있었나를 생각했습니다. 풍요와 안일에 사로잡혀 하루하루의 일락만을 추구해 오지 않았던가? 아니 그것도 모자라 더 큰 쾌락과 번영을 추구하던 탐욕의 결과가 오늘의 환난을 초래하지 않았나 생각했습니다. 어떤 의미에서는 우리가 그동안 가까이했던 음악도 예이츠가 말했듯 지나치게 관능적인 음악에만 편향되었던 것이 아닐까요?


이번 봉쇄 기간 동안은 우리 모두 마음을 돌이켜 예이츠가 그의 시 두 번째 연에서 말했듯이 ‘영혼이 손뼉 치며 크게 노래하여 영혼의 장엄한 기념비를 배우는’것을 도와줄 수 있는 음악을 듣는 기회를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유튜브로 듣는 다섯 개의 클래식 음악

저는 오늘 여러분께 다섯 개의 음악을 소개해 드리려고 합니다. 쉽게 찾아 들으시도록 유튜브로 감상할 수 있는 곡들을 선택했습니다. 스마트폰이나 컴퓨터로 들으셔도 좋지만 가능하면 스마트 티브이를 이용하거나 한 걸음 더 나아가 오디오 시스템을 보유하신 분은 텔레비전과 오디오를 연결해서 들으시면 더욱더 좋을 것입니다. 들으신 곡을 CD나 음반을 이용해서 보다 본격적으로 듣기를 원하시는 분들을 위해 좋은 연주와 명반도 같이 소개하겠습니다. 


1. 에스트렐리타(Estrellita)

테너 도밍고(Placido Domingo)와 바이올리니스트 펄만(Itzhak Perlman)이 함께 낸 투게더(together)라는 음반이 있습니다. 세계적으로 대가인 두 사람이 대가의 자리에서 내려와 소박한 자세로 그들을 사랑하는 애호가들을 위하여 고전과 대중적인 레파토리를 넘나들며 목소리와 바이올린으로 엮은 음반입니다. 토셀리의 세레나데, 영국 민요 대니 보이, 오펜바흐의 뱃노래 등등 주옥같이 아름다운 소품이 무려 15곡이나 실려있습니다.



이 중에서 특히 소개하고 싶은 곡이 두 번째 곡인 마누엘 퐁세(Manuel Ponce)의 에스트렐리타(Estrellita)입니다. 퐁세는 멕시코 출신 작곡가입니다. 감미로우면서도 격정적인 이 곡을 바이올린의 거장 하이페츠(Jascha Heifetz)가 바이올린곡으로 편곡하여 많은 바이올리니스트에게 사랑받는 곡이기도 합니다.


작은 별은 저 하늘 멀리 있는데 당신은 나의 슬픔을 아시나요
나의 아픔을 아시나요 가까이 오셔서 사랑의 빛으로 비추어 주세요


도밍고의 정감 있는 목소리와 펄만의 가슴을 파고드는 바이올린 소리가 합쳐 우리를 하늘 저 멀리에 있는 별-에스트렐리타-의 세계로 데려갑니다. 이 우울한 때에 세상 걱정을 잊고 이 음악을 들으면서 선율을 타고 별의 나라로 가보시기 바랍니다. 아래 링크를 클릭하시면 유튜브로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두 사람의 연주를 더 듣고 싶으시면 EMI에서 CD나 음반으로 나온 투게더(together)를 구해 들으세요.


2. 라벨(Maurice Ravel)의 왼손을 위한 피아노 협주곡 D장조

라벨은 드뷔시와 더불어 프랑스의 대표적인 인상주의 작곡가입니다. 그의 관현악곡 ‘볼레로’는 많은 사람에게 사랑을 받고 있지만 그를 더욱 유명하게 만든 곡이 ‘왼손을 위한 피아노 협주곡’입니다.


파울 비트겐슈타인은 오스트리아 출신의 유명한 철학자인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Ludwig Wittgenstein)의 형입니다. 형제는 모두 음악적 재능이 뛰어났는데 파울은 훌륭한 피아니스트였습니다. 그러나 그는 1차 대전에 참전했다가 부상으로 오른팔을 잃었습니다. 오른팔이 없는 피아니스트의 삶은 참담한 것이었지만 그는 굴복하지 않고 일어나 작곡가들에게 한쪽 팔로 칠 수 있는 피아노곡을 작곡해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이 부탁을 수락하고 ‘왼손을 위한 협주곡’을 작곡한 사람이 라벨입니다.


1931년 빈에서 파울 비트겐슈타인이 빈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협연한 ‘왼손을 위한 협주곡’의 초연은 대성공이었습니다. 파울은 2년 뒤에 파리에서도 이 곡을 연주하였고 위대한 한 손의 피아니스트이자 인간승리자로 우뚝 섰습니다.


이 곡이 유명해진 뒤로 많은 피아니스트가 이 곡을 연주했습니다. 멀쩡한 오른손을 아래로 떨궈놓고 왼손만으로 이 곡을 연주하는 피아니스트들의 모습을 볼 때 고난을 극복하고 일어섰던 파울 비트겐슈타인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이 곡에 담겨있는 이러한 곡절을 생각하시며 이 곡을 감상해보시기 바랍니다. 우리 모두 어려운 상황에 있지만 고난을 극복하고 일어선 파울을 생각하며 힘내시기 바랍니다.


아래 링크를 클릭하시면 미녀 피아니스트 Yuja Wang의 연주로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Yuja Wang은 피아노도 잘 치지만 독특한 의상으로 눈까지 즐겁게 해주는 피아니스트입니다. 더구나 악보 대신에 아이패드를 보며 연주하는 모습은 참으로 파격적입니다. 이 곡의 전통적 연주를 듣고 싶으시다면 프랑스의 거장 피아니스트 상송 프랑스와(Samson Francois)의 연주를 구해서 들어보시기 바랍니다.



3. 말러(Gustav Mahler) 교향곡 2번 부활

말러는 보헤미아 태생의 작곡가로 모두 10곡의 교향곡을 썼습니다. 1~9번까지의 교향곡과 마지막 ‘대지의 노래’입니다. 사후세계와 부활에 대한 생각을 담은 2번 교향곡은 그의 곡 중 가장 인기 있는 작품이며 또한 대표작입니다. 오늘은 평생 이 곡만을 지휘했던 길버트 카플란(Gilbert Kaplan)이란 분을 소개해 드리고 싶습니다.


카플란은 학생 시절에 스토코프스키(Stokowski)가 지휘하는 부활 교향곡을 듣다가 너무 감동해 “마치 수천 볼트의 번개가 몸을 통과하는 듯한” 경험을 했습니다. 그때부터 그는 언젠가 반드시 이 곡을 지휘해 보겠다는 꿈을 키웁니다. 학교를 졸업한 뒤 그는 이십 대에 세계 150개국에서 14만 부 이상 팔리는 금융 전문 잡지 ‘인스티튜셔널 인베스터’를 창간해서 대성공을 거두고 부를 쌓았습니다.


마흔을 바라보는 나이에 그는 청년 시절의 꿈을 이루기 위해 음악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음악에 전혀 문외한이었지만 그는 피나는 노력 끝에 드디어 1983년에 카네기 홀에서 그 옛날 그를 감동하게 했던 아메리카 심포니 오케스트라를 지휘하여 부활 교향곡을 연주했습니다. 그는 드디어 꿈을 이룬 것입니다. 그리고 다시 사업가의 자리로 돌아가려 했습니다.


그러나 그의 지휘가 정말로 좋았던지 아니면 성공한 사업가의 지휘가 화제가 되었는지 사방에서 그에게 지휘를 해달라는 요청이 왔습니다. 물론 그가 지휘할 수 있는 유일한 곡은 말러의 부활 교향곡뿐이었습니다. 연주의 횟수가 많아질수록 그는 더 공부를 했고 경험을 쌓아 어느덧 그는 부활 교향곡의 전문가가 되어 세계 정상급 오케스트라들을 지휘했습니다. 2005년에는 한국에 와서 성남 아트센터의 개막 기념공연에서 부활을 지휘했습니다.


연주 전 특별강연에서 카플란은 “저는 두 가지 부끄러움 중 하나를 선택해야 했습니다. 하나는 지휘를 잘못했을 때 당할 부끄러움이고 또 하나는 지휘를 하지 않고 두고두고 스스로 후회해야 할 부끄러움이었습니다. 저는 전자를 택했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여러분은 혹시 부끄러움을 당할까 보아 시도도 하지 않고 접어둔 꿈이 있지 않으십니까? 만일 그렇다면 오늘 이 부활 교향곡을 들으시고 여러분의 꿈을 부활시키시기 바랍니다.   


아래 링크를 클릭하셔서 말러의 교향곡 2번 부활을 감상하시기 바랍니다. 전곡을 다 들으려면 1시간 반 정도가 걸리는 대작입니다. 카플란의 지휘로 녹음된 유튜브는 1악장뿐입니다.


<길버트 카플란 부활 1악장> 


전곡을 다 들으시려는 분에게는 Bernstein이 지휘한 연주를 추천합니다. 아래 링크를 클릭하세요.


<번스타인 전악장(한글 자막)> 


4. 베토벤 현악사중주 15번-신에 대한 감사의 노래 그리고 영화 ‘카핑 베토벤’

클래식 음악 중에서도 가장 보석 같은 장르가 현악사중주입니다. 베토벤은 모두 16곡의 현악사중주를 작곡했는데 그중에서도 15번은 그 음악성과 품고 있는 의미가 깊은 곡입니다. 


노년의 베토벤은 자주 아팠는데 그럴 때마다 더 이상 곡을 쓰지 못하는 상황이 올까 봐 두려워하곤 했습니다. 그러다가 병을 떨치고 일어나게 되면 신에게 감사의 기도를 올렸습니다. 현악 4중주 15번은 이렇게 신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담은 작품입니다. 또 그중의 3악장은 작곡가 스스로가 ‘병이 나은 사람이 신에게 드리는 감사의 노래’라는 긴 제목을 붙였는데 제목과 같이 신성하면서도 아주 감동적인 악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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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카핑 베토벤’은 악성 베토벤과 그의 악보를 옮기는 카피스트 ‘안나 홀츠’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지며 9번 교향곡 ‘합창’이 탄생하기까지의 과정을 18세기 음악의 도시 빈의 아름다운 영상과 같이 보여줍니다. 전편에 흐르는 베토벤의 음악과 더불어 펼쳐지는 어느 장면 하나 놓치지 말아야 하지만 특히 병석에 누운 베토벤이 안나 홀츠를 시켜 이 15번 현악사중주를 악보에 적게 하며 다음과 같이 말하는 장면은 인상적입니다.


“신에 대한 감사예요. 일이 끝날 때까지 살려주신 것에 대한 감사지요. 신께 갈구하면 신께서 대답하시며 사랑의 손길이 내려오고 바로 그 순간 인간은 영원 속에 거하게 되지요. … 그럼 신과 하나가 되는 거예요. 그럼 평화 속에 존재하게 되고 마침내 자유가 되지요.”


여러분도 이 곡을 들으면서 신께 감사드리므로 이 어려운 코로나의 악몽에서 벗어나면 좋겠습니다. 아래 유튜브는 Alban Berg 현악사중주단의 연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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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반베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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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고전적인 연주를 듣기 원하시면 Busch Quartet(EMI)나 Budapest Quartet(Sony)의 연주를 들어보시기 권합니다.

  

5.오페라 투란도트(Turandot)의 아리아 ‘공주는 잠 못 이루고’(Nessun Dorma) 

마지막으로 추천하고 싶은 5번째 곡은 ‘공주는 잠 못 이루고(Nessun Dorma)’입니다. 푸치니의 유명한 오페라 ‘투란도트’에서 칼라프 왕자는 공주를 아내로 얻기 위해 목숨을 걸고 3가지 수수께끼를 맞춥니다. 그러나 남자를 증오하는 투란도트 공주는 약속을 이행하지 않으려 합니다. 공주를 사랑하는 칼라프는 그녀가 새벽까지 자신의 이름을 알아내면 그녀를 자유롭게 해주고 기꺼이 목숨도 내놓겠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에는 마땅히 자기의 아내가 되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이에 공주는 모든 백성은 왕자의 이름을 알아낼 때까지 아무도 잠들 수 없다고 명령을 내립니다 


3막 첫 장면에 칼라프 왕자가 부르는 아리아가 ‘공주는 잠 못 이루고’입니다. 이 아리아의 제목을 제대로 번역하면 ‘아무도 잠들지 못하리’입니다. 공주는 왕자의 이름을 밝혀내기 위해 아무도 잠들지 말라고 명하고, 왕자는 날이 밝으면 자신이 승리할 것을 확신하는 유명한 아리아입니다.


제가 마지막 곡으로 이 노래를 추천하는 것은 “항상 기도하며 깨어있으라”(누가 21:36)는 성경 말씀이 생각났기 때문입니다. 공주는 백성들에게 아무도 잠들지 말고 깨어있으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왕자는 날이 밝으면 승리할 것이라고 노래합니다. 아래 링크를 클릭하셔서 파바로티가 노래하는 ‘아무도 잠들지 못하리’를 들으시며 승리를 확신하시기 바랍니다. 가사가 한글로 나와서 더욱더 좋습니다.


<파바로티 한글 자막>


우리 모두가 지금 전대미문의 전염병 확산으로 고통을 당하고 있습니다. 이럴 때 우리 모두가 잠들지 말고 기도하며 깨어 있으면 결국 밤은 지날 것입니다. 그리고 날이 밝으면 승리할 것입니다.


여러분의 건강을 기원하며.

 2020년 3월 마지막 날 석운 씀

<화요음악회 운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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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드 프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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