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리사 리 의원실] 정부, 물가 안정에 더 관심 가져야

[멜리사 리 의원실] 정부, 물가 안정에 더 관심 가져야

뉴질랜드타임즈 댓글 0 조회 582 추천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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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원실 지역구 사무실 이메일 수신함은 다채로운 주제들로 연일 채워진다.

 

간단한 민원에서부터 개인사, 긴박한 비자 문제 그리고 정부기관들과의 의사소통에 대한 도움 요청, 더 나아가 여/야당에 대한 불만 및 공유하고자 하는 의견까지 무엇 하나 소홀히 할 수 없는 유의미한 내용을 담고 있다.

 

최근 들어, 최저임금 인상이 시행된 전후로 그것이 불러올 물가상승의 후폭풍에 대한 두려움 혹은 이런 현실을 원망하는 내용의 이메일이 적지 않다.

 

얼마 전 한 교민이 보내온 이메일은 그 우려를 명백히 보여주는 예라고 할 수 있겠다.

 

이메일에서 그는 한식당 한 곳을 예로 들며, 불과 몇 년 전 15불이었던 설렁탕 한 그릇의 가격이 최근 들어 21불이 된 현실을 두고 외식 물가가 몇 년 새 40%가량이 올랐다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며, 기막힌 현실에 대해 호소했다.

 

그 교민이 보내온 예가 공식적인 자료가 아니기에 그것만을 두고 상세한 언급을 하는 것은 무리일 수 있겠으나, 사실상 30년 만에 최고폭의 물가 상승을 기록한 현실을 비추어 볼 때 감정을 억누르며 꾹꾹 눌러쓴 듯한 그 교민의 이메일을 단순히 삶에 지친 어느 한 사람의 가벼운 한탄 정도로 넘겨버려서는 안 될 것이다.

 

이쯤 해서 내 집 근처 Go to(특정한 목적이나 필요에 가장 적합한 장, 사물, 사람 등) 치킨집을 언급해봐야겠다.

 

저녁을 준비하는 게 어쩐지 성가시게 느껴지는 날이면, 혹은 예고 없는 손님의 방문이 있는 경우라면 더더욱 그곳을 찾게 되는 이유가 있다.

 

담백하고 노릇노릇하게 튀겨내어 풍미 가득한 맛과 향뿐만 아니라, 막 튀겨낸 치킨을 입에 넣고 몇 번은 입 안에서 이리저리 굴려가며 바람을 불어 내야만 겨우 씹어 삼킬 수 있을 정도로 짜릿하게 뜨거운 온도, 한 입 베어 물면 경쾌하게 울려 퍼지는 바사삭 소리까지 시각, 미각, 후각, 촉각, 그리고 청각 모두를 즐겁게 해 주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가성비 갑이라는 요즘 표현에 걸맞게 가격 대비 양도 넉넉하니 그곳이 나의 Go to place가 된 것은 놀랄 일도 아닐 것이다.

 

하지만 그곳으로 향하는 나의 발길이 이제는 좀 뜸해질 듯하다. 어제 퇴근길, 역시 같은 메뉴를 미리 주문해두고 픽업을 하며 언제나처럼 무심히 결제를 하려고 보니 지난달까지만 해도 37불이었던 양념 반 후라이드 반 가격이 그 사이 43불로 6불이나 올라 있었다.

 

퍼센티지로 따지자면 약 16%가 오른 것이다. 놀랍지만 놀랄 일이 아니다. 예상했던 결과다.

 

일단 가게 렌트비는 접어두고서라도 인건비와 재료비 상승을 감안하면 가게를 운영하는 입장에서 가격 인상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 것이다.

 

어쩌면 그것은 단골손님들의 눈치를 보며 고심에 고심을 거듭한 끝에 선택한 마지노선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공식 자료를 바탕으로 한번 따져보자. 4 13일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지난 1년 동안 과일과 야채 가격은 놀랍게도 18% 상승했다.

 

전반적인 식품 가격 상승률은 7.6%로 나타나 30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올랐고, 임대료는 2017년 이래 평균 주당 150불이 인상되었다. 금리 역시 빼놓을 수 없다. 다 올랐다.

 

반면 최저 임금은 올랐을지 모르나 그간 최저 임금 이상을 받고 있던 근로자들의 임금 인상률은 물가 상승률에 비하면 3분의 1 수준이다. 이러니 내 월급 빼고 다 오른다는 말이 저절로 나올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이는 결국 생활비 위기를 초래하고 그 부담은 고스란히 또다시 가계 부담으로 떠넘겨져 버겁게 버틸 수밖에 없는 현실이 된 것이다. 악순환이다.

 

이대로 계속된다면 올 연말에는 평균 가계 지출이 주당 150불가량 더 늘어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최저임금으로 따졌을 때 주당 7시간을 더 일해야 벌 수 있는 금액이다.

 

아니, 더 일한 만큼 또 세금을 더 내야 하니 그 보다 긴 시간을 일해야 150불을 겨우 맞출 수 있다는 결론이다. 40시간을 일하는 근로자들이 어떻게 추가적으로 7시간 이상을 더 일할 수 있나.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이야기이다.

 

이런 와중에 정부는 물가 상승을 억제할 마음이 없어 보인다. 뉴질랜드 물가는 이미 이웃나라 호주 및 여러 주요 국가들을 앞질러 버렸다.

 

지난달 Stuff는 흥미롭지만 씁쓸한 기사를 내보냈다. 같은 제품을 뉴질랜드 현지에서 구매한 경우와 아마존을 통해 호주에서 구매한 후 해외배송을 받아보는 경우 가격을 비교한 기사가 그것이다.

 

사실 이것은 물가상승에 진저리가 난 오타고에 거주하는 한 여성이 같은 제품을 호주 아마존과 국내 카운트다운 온라인에서 구매해 비교해 본 결과 호주에서 주문해 배송받은 경우가 국내 구입보다 약 35% 정도 더 저렴했다는 경험이 알려지면서부터 시작되었다.

 

이어서 Stuff에서도 같은 방법으로 13개의 제품을 구매해 보았는데, 호주 아마존을 통해 구입한 경우 총 구매 금액이 67.88불이었던 반면 카운트다운 온라인에서 구매한 경우 총금액은 80.80불이 나왔다.

 

배송비의 경우 호주에서 오는 해외배송비가 15, 카운트다운 온라인 배송비가 14, 그리고 카운트다운은 종이봉투 금액 1불을 추가해야 했으니 국내 배송비가 해외배송비와 맞먹는다는 얘기다.

 

오히려 호주 아마존의 경우 무료배송 프로모션 사용이 가능하여 총 구매 가격은 더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모든 것을 접어두고서라도 특정 제품 가격을 간단히 비교해보면, 꽤 이름 있는 모 브랜드 치약의 경우 호주가 4.88불 뉴질랜드가 8, 각 가정에서 흔히 구입해 쓰는 손세정제의 경우 호주가 2.50불인 반면 뉴질랜드가 6불이었다.

 

물가상승에 대한 현실을 비꼬는 말 정도로 이러다가 슈퍼마켓 쇼핑은 해외배송으로 받는 것이 더 저렴할 듯하다는 말을 몇 번 한 적이 있었으나 막상 이런 결과를 눈으로 보고 나니 쓴웃음조차도 나오지 않는다.

 

물론 호주에서 배송을 받는 경우, 신선식품 구매가 어렵다는 점과 제품별 구매 수량 제한에 따른 제약이 있기 때문에 해외 구매가 일상이 된다는 것은 비현실적인 이야기이겠지만, 왜 이런 차이가 발생하는지 따져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왜 뉴질랜드 시민은 같은 제품을 더 비싸게 구매해야 하는가? GST가 붙는 제품의 차이, 높은 유통비와 배송비 등이 우리가 더 많은 지출을 해야 하는 이유 중 한 부분을 차지할 것이다. 이는 곧 정부의 부실한 경제 운용 정책의 일면이다.  

 

물가 상승은 우크라이나 전쟁 때문만도 오미크론 팬데믹 때문만도 아니다.

 

백번 양보해서 기름값 상승을 우크라이나 전쟁 탓으로 돌려본다고 치자, 기름값 상승을 제외한 나머지는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그 역시 기름값 상승이 가져온 결과라고 모든 것을 기름값 탓으로 돌릴 것 인지 묻고 싶다.

 

정부는 물가 상승에 대한 책임 회피를 이제 그만 멈추고 이 문제를 보다 심각하게 받아들이기를 바란다.

 

물가 상승에 대한 압박을 해소할 수 있는 현실적인 정책이 시급한 지금, 재무장관은 사회 프로그램 개편 등을 위해서 연간 지출액 사상 최대인 60억 달러 예산 증액을 밀어붙이겠다는 입장이다.

 

뉴질랜드의 미래를 위해 꼭 필요한 투자라고 설득하려 하지만 어불성설이다. 지금은 하루가 멀다 하고 가파르게 치솟고 있는 물가를 어떻게 안정시킬 것인가에 초점을 맞추어 시민들이 숨 좀 쉬고 살 수 있도록 분별 있고 합리적인 계획을 치밀하게 세우고 추진해야 할 아주 중요한 시기다.

 

불에 기름을 붓듯 활활 타오르는 공격적 투자가 앞설 때가 아니라는 말이다. 당장 치솟는 물가 상승의 가장 큰 피해자는 열심히 일한 대가로 주머니를 쥐어짜 세금을 내야만 하는 시민들인 반면 가장 큰 수혜자는 수십억의 세금을 더 거둬들일 수 있게 된 재무장관이라는 것을 기억하자.

 

더 이상 힘겨워하는 국민들의 호소를 회피하려 하지 말고, 잘하고 있다는 자기 최면에서 벗어나 중산층에 대한 세금 감면 등을 포함한 눈에 보이고 피부에 와닿는 정책, 세심한 경제 관리 그리고 현명한 지출 정책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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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당 의원_멜리사 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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