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에 대한 불편한 진실

약에 대한 불편한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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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런스 영의 건강 읽기(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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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살면서 한 번쯤은 들어본 ‘약에 대한 불편한 진실’을 꺼내 보려 한다.

신뢰할 수 있는 저자의 르포르타주(Reportage) 형식의 글을 통해서다. (르포르타주: 어떤 사회현상이나 사건에 대한 단편적인 시각이 아니라 저자가 자신의 식견(識見)을 배경으로 하여 심층취재하고, 대상의 사이드 뉴스나 에피소드를 포함시켜 심도 있는 글로 완성시킨 기록문)


이 책은 철학자이자 역사학자로 워싱턴 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있고 정신분석학 관련 참고 서적을 여러 권 냈으며 제약회사들의 질병 마케팅의 실체를 파헤친 다큐멘터리 영화 <팔아야 할 질병>을 제작하기도 한 미켈 보쉬 야콥슨 외 존 에이브람슨 등 여러 명의 양식 있는 의대 교수와 의사들이 참여했다.


<건강한 사람도 중독자로 만드는 약의 엄청난 부작용>이라는 부제가 붙은 책 [의약에서 독약으로]의 극히 일부분이다. 


충성고객을 만들어라 / 약품 의존성

우리는 기업이 마케팅 연구를 통해 소비자의 욕구를 파악한다는 것을 알고 있고 얼핏 보면 제약기업은 질병을 낫게 하고 고통을 완화시켜주는 제품을 만드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질병의 종류라는 게 뻔한데도 거대 제약산업은 자꾸만 신종 질병을 만들려고 한다. 그래야 우리가 더 많은 알약을 삼킬 테니 안타깝지만, 이것이 우리가 처한 현실이다.  


약리학과 관련해 이미 공공연한 비밀이 돼버린 것은 바로 소비자가 약물에 길들여져 거의 중독에 가까울 수준에 이르도록 유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어떤 약물은 복용을 중단하기가 매우 어렵다. 


헤로인을 끊거나 니코틴 중독자가 담배를 끊는 것보다 더 힘들 정도다. 하지만 사람들은 병을 낫게 하고 고통을 줄이기 위해 처방받는 약에 대한 중독성에는 좀 더 관대하다.


많은 약품들이 의존성을 야기한다. 복용을 중단하기 전까지는 미처 몰랐다가 중단한 후 신체적 이상이 일어나거나 이따금 정신적으로 불쾌한 감정을 동반하기도 한다. 약물학자들은 이러한 현상을 ‘명현현상’이라고 부른다.


1960년대에 이안 오스왈드와 로열 에딘버러 병원에 근무하는 동료들이 모가돈(Mogadon) 수면제를 복용한 환자들에게 일어나는 현상을 분석한 결과, ‘명현현상’이라는 개념이 처음으로 쓰이기 시작했다. 환자들은 그 약 없이는 제대로 잠을 이룰 수 없었다. 


그래서 수면제 복용을 중단하면 그다음부터는 복용 전보다 더 심각한 불면증을 호소했다. 명현현상이 나타나는 예는 이 외에도 많다. 고혈압 치료제, 두통약, 비염 치료제, 중추신경 자극제 등은 복용을 중단할 경우 증상이 더 심해지거나 부작용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젊은 청년, 리처드 피(Richard Fee) 지옥으로의 추락

다음은 실제로 일어난 일이다. 리처드는 노스캐롤라이나주 그린스버러 대학에서 생물학을 전공하는 학생이었다. 2009년 말에 그는 부모님 집에 머물면서 의대 입학시험을 준비했다. 


그때 부모님은 아들에게서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아들은 며칠씩 밤에 잠을 못 잤으며 기분이 급격하게 변하곤 했다. 또 잠시도 가만히 있질 못하고 노트에 뭔가를 끄적거렸다. 


아들은 자신이 과잉행동 장애를 겪고 있다고 고백했고 비반스(Vyvanse)라는 이름의 신경 자극제를 복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주의력이 떨어지고 과잉행동 장애가 있다고 하니 의사가 처방해준 암페타민 성분의 약이었던 것이다. 


약 복용 초기에는 상태가 많이 호전되었다. 그런데도 그는 약물을 계속 처방받아 지속적으로 복용했다. 리처드는 시간이 지날수록 주의력이 떨어졌고, 우울증과 불면증, 과잉행동 증상을 호소했다.


 결국 의대 입학시험에서 낙방한 그는 정신과 의사를 찾아가 더 강력한 다른 약 처방을 요청했고 그의 몸 상태는 계속 나빠졌다. 몸에서는 늘 열이 나 얼음주머니를 들고 다녀야 할 정도였다. 부모는 약물 복용으로 인한 부작용이 분명하다며 아들을 설득했지만 소용없었다.


리처드 부모는 담당 의사에게 또다시 약을 처방하면 고소하겠다고 협박할 지경에 이르렀고 리처드가 약물을 중단한 지 한 달여, 자신의 아파트 옷장에서 목을 매 숨진 채로 발견되었다. 


리처드는 결코 불법으로 암시장에서 약품을 산 것이 아니다. 유년기를 함께 보낸 친구 라이언은, 리처드가 의사가 처방한 약이니 괜찮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고백했다.


이 사례는 현재 전 세계의 많은 사람들에게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제약기업이 시중에 내놓은 수많은 알약들이 이러한 반응을 나타내기 때문이다. 일단 약물을 복용하면 의존도가 생긴다는 것은 상업적 측면에서만 보면 제품을 생산하는 회사에는 꽤 유리한 일이다. 


어떤 고객이 특정 약품에 집착하며 의존할 경우 계속 약품 복용을 권장하는 것은 마약 중독자에게 계속 크랙(마약의 일종)이나 헤로인을 권하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마약과 약품의 유사성을 좀 더 세세히 알게 되면 여러분은 아마 큰 충격에 휩싸일지도 모른다.


거대 제약사의 힘

또 다른 사례는 제럴드 포드 전 미국 대통령의 부인 베티 포드의 에피소드다. 1979년 그녀는 공식적으로 TV에 출연해서 항우울제인 바리움의 중독성을 폭로했다. 그러자 이 약의 문제성에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며 결국 같은 계열의 벤조디아제핀 복용자들이 대거 약에서 손을 떼는 사태가 벌어졌다. 


하지만 그 후 30년이 지나자 (2010년대) 사람들은 과거의 교훈을 망각하고 다시금 벤조디아제핀 복용을 문제 삼지 않았다. 스틸녹스나 렉소밀, 자낙스 같은 약품들이 성황리에 판매되었다. 


거대제약산업은 잠시의 공백기도 참지 못하는 것 같다. 약품 판매가 주춤했던 시기를 만회라도 하듯 벤조디아제핀의 빈 공간을 다른 약품으로 대체하려고 애썼다. 


그 자리를 메운 것은 새로 출시된 향정신성 물질, 세로토닌의 양을 조절하는 항우울제로 프로작 계열의 신제품을 너도나도 개발했다. 게다가 대체 약품에서는 이전 제품과 달리 의존성이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밸런스영의 건강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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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미스트 웨어하우스

지난주 ‘케미스트 웨어하우스’를 다녀온 이후 약에 대해 써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이제 오클랜드 쇼핑몰 어디에나 케미스트 웨어하우스가 보인다. 오랜만에 들어선 입구에서 입이 딱 벌어졌다. 내 키 높이 보다도 높은 선반이 여러 개의 복도를 사이에 두고 도열해 있다. 


그 공간을 이름도 용도도 정확히 알 수 없는 수많은 약들이 가득하다. 하나같이 고객의 손길을 기다리며 말이다. 그 모양도 이름도 각양각색인 이 녀석들에게 영혼이 있다면 “진정 너희들은 고객의 건강을 위해서 탄생했니?”라고 물어보고 싶다. 비타민을 사러 왔지만 약들 하나하나에 눈길이 간다. ‘이 많은 약들이 다 필요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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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가치유, 이야기가 있는 연주회 

지난 토요일 밤, 오케스트라 연주회에 다녀왔다. New Korean Symphony Orchestra의 제1회 정기 연주회. 친숙한 레퍼토리의 서양음악과 우리 음악이 약 두 시간 동안 스토리텔링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오길 잘했다.


포스터에 적힌 ‘음악과 함께하는 문화, 따뜻한 연결’이라는 문구가 좋다. 함께한 아내는 “한국에 온 것 같아!”라며 미소로 고향에 대한 향수를 음미하는듯했고 나 또한 오감에 나를 맡겼다. 내 몸속에서는 몽글몽글 엔돌핀이 솟아나고 주말에 지쳐있던 나의 심신은 자연스레 치유 중. ‘음악치유(Music Therapy)’분야가 엄연히 존재하니 내 말은 허풍이 아니다.


‘우리 만남은 우연이 아니야...’

공연 마무리에 오케스트라 연주에 맞추어 하나로 울려퍼진 음성은 서로에게 엔돌핀을 선물하는 것만 같았다. 진정 ‘함께 나누는 문화, 따뜻한 연결과 더불어 엔돌핀의 향연’이었다. 


비록 아마추어 연주자들로 구성되었지만, 그들이 수고했을 시간과 노력이 오버랩되서였는지 조금은 서툰 연주조차 그 열정에 가려진 ‘진정한 힐링의 시간’이었다.


케미스트 웨어하우스에서는 결코 살 수 없는 ‘자가 치유의 명약’이었다.



◼ 나누고 싶은 건강 노하우가 있으시면 연락 바랍니다. 함께 만들어 가는 칼럼이 되면 좋겠습니다.


김영철 한의사

027 630 4320  ㅣ  tcmykim1218@gmail.com

Balance Young Clinic Lt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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