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식’이 심했던 체 게바라, 만약 ‘침 치료’ 받는다면?

‘천식’이 심했던 체 게바라, 만약 ‘침 치료’ 받는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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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런스 영의 건강 읽기(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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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모터사이클 다이어리>의 주인공 체 게바라(Che Guevara, 1928~1967)는 그 옛날 쿠바 혁명의 아이콘으로 기억된다. 그는 의사였다. 태어나자마자 주사를 맞아야 했고 평생 ‘천식’으로 고통받으며 살았다.


그의 말마따나 매 순간 숨쉬기 위해서 싸워야 하는 삶. 아마도 그는 병으로부터 이 세계를 살아가는 방식을 찾았을지 모른다. 자유롭게 숨쉬며 살아갈 수 있는 세상. 숨 막히게 하는 현실과는 맞서 싸워야 한다는 신념. 그때 비로소 삶의 혁명이 일어난다는 것. 천식으로 고통받으면서도 혁명의 전사가 되어야 했던 이유도 이것이 아니었을까?


천식(喘息)은 어떤 병일까?  

글자 그대로 천식은 호흡이 입과 코의 끝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상태다. 보통 호흡은 가슴과 배까지를 이용해서 이루어지는데 천식 환자들은 호흡이 얼굴 부위에서만 일어난다. 


정도가 심한 경우엔 어깨를 들썩이고 숨을 가쁘게 몰아쉬는데 그때마다 고통스럽게 몸이 비틀리기도 한다. 호흡은 원래 온몸으로 해야한다. 그것이 호흡의 생리다.


동의보감에서도 천식의 원인은 화(火)와 열(熱)로 지목된다. 기가 화로 인해서 울체되거나 화기가 심해짐에 따라 기가 망동하거나 열증을 느끼는 병을 앓게 되면 기가 성해지고 숨결이 거칠어진다. 


화열로 인해서 음기가 어지럽혀질 때 천식이 발생한다는 뜻이다. 그럼 이 거친 숨소리와 열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이때 필요한 혈자리가 경거(經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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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거, 내 몸의 소방차

동의보감에 따르면, 흔히 맥을 짚을 때 가운뎃손가락이 닿는 부위가 경거의 위치다. 경거는 이곳의 모양을 보고 이름을 붙인 혈자리다. 


경은 세로를 뜻하는 글자이고 거는 도랑을 뜻하는 글자다. 즉, 세로로 흐르고 있는 도랑이라는 것이 경거라는 이름의 뜻이다. 


거를 파자해 보면 그 위치가 더 명확해진다. 거는 물 수와 클 거, 나무 목이 합쳐진 글자다. 나무를 양쪽에 대서 만든 수로로, 나룻배가 지나갈 정도의 물길이 거에 해당한다. 


주먹을 쥐고 팔 안쪽으로 약간 당겨 보라. 그러면 손목 부위에 굵은 힘줄이 두 개 튀어나온다. 여기에서 엄지손가락 쪽의 힘줄과 뼈 사이에 수로처럼 들어간 곳에 경거가 있다.


경거는 수태음폐경의 경혈이자 금(金)의 기운이 모인 혈자리다. 폐는 오행 중에 금에 해당하는 장부이고, 금의 기운이 흐른다. 다른 혈자리에 비해 금의 기운이 강하다는 뜻이다. 금은 계절로 치면 가을의 기운이다. 가을은 어떤 계절인가? 여름의 열기와 무성함을 단칼에 제압해 버리는 계절이다.


경거는 이 가을의 기운으로 우리 몸의 열을 제압한다. 여기저기 산만하게 흩어지려고 하는 화의 기운을 꼼짝 못 하게 만드는 것이 경거의 힘이다. 열로 인해서 생기는 천식에 경거를 써야 하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열이 난다는 것은 우리 몸과 외부의 기운이 만나서 협상 중이라는 신호이기도 하다. 같이 살 것이냐, 말 것이냐. 이러다 보면 언성이 높아지고 열이 뜨기 마련이다. 


같이 못 살겠다는 결론이 나면 몸은 온 기운을 다 동원해 외부의 기운을 몰아내기 위한 전투를 벌인다. 감기에 걸렸을 때 열이 나면서 몸에 힘이 없어지는 이유도 이것이다. 


게다가 열이 계속되면 염증이 생긴다. 이 염증의 염(炎)은 화가 쌓여 있는 모양이다. 재밌는 것은 염증은 우리 몸을 휘저으면서 경거망동하는 열을 한 지점에 붙잡아 놓은 형국이라는 점이다. 


염증은 몸의 면역체계가 활발하게 작동하고 있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몸의 면역체계가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을 때 염증이 일어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요즘엔 이 염증을 어떻게든 빨리 가라앉히려고 안달이다. 염증이 조금난 생겨도 스테로이드제를 가지고 가라앉혀 버린다. 


물론 그렇게 하면 몸은 금방 편해진다. 하지만 다음에 이런 상황이 또 발생하면 몸이 싸우지 않는다. 으레 약이 와서 치료해 주겠거니 생각하는 것이다. 


우리 몸은 생각보다 영악하다. 그래서 오히려 몸이 건강한 사람일수록 병을 격렬하게 앓는다. 감기 정도로도 아무 일도 못 하고 쓰러진다. 몸이 병에 제대로 반응하고 있다는 뜻이다.


경거는 약을 쓰지 않고 차가운 기를 통해 염증을 가라앉힌다

특히 공기가 드나드는 인후나 편도선의 염증을 가라앉히는 데 탁월한 효과를 발휘한다. 그렇다고 염증만 생기면 경거를 사정없이 눌러대진 말자. 좀 겪자. 병도 겪을 만큼 겪어야 몸도 건강해진다.


호흡은 금수의 기운에 의해 이루어진다. 금수는 차갑고 무거운 기운이다. 또한 냉철하고 논리적이면서(金), 유연하고 지혜로운(水) 기운이다. 


호흡을 깊이 한다는 건 몸 안을 이런 기운들로 가득 채운다는 뜻이다. 아니 그런 기운들을 쓸 때 호흡 또한 깊어지고 차분해진다. [책 <혈자리 서당>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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엊그제 한 대선후보의 아내가 과중한 스케쥴에 지쳤는지 한 밤중 집에서 심한 구토증세와 함께 실신을 했다. 실신 과정에서 화장실에 쓰러지며 얼굴에 상처를 입고 앰뷸런스에 실려가는 일이 벌어졌다.


상대 진영의 일부 지지자들은 대선후보인 남편에게 맞은 상처라며 근거 없는 공격을 했고 그에 동조하는 듯한 일부 언론은 이를 여과 없이 보도했다.


이에, 그 대선후보 진영에서는 하는 수 없이 그때 상황이 담긴 동영상과 음성 파일을 공개해야 했다.


만에 하나, 이렇게 상대 후보에게 근거 없는 수모를 주어서 자신들이 유리해진다면 진심으로 기쁠까? 진정 뜨거운 가슴과 냉철한 이성으로 불의에 맞서 분노하는 행동이라고 자신할 수 있을까?

체 게바라가 지금의 대한민국 대선정국을 바라본다면 어떤 생각이 들까?


마음에 천식이 걸린 사람처럼 얕은 호흡으로 자신의 품격, 나라의 품격을 떨어 뜨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체 게바라는 우리에게 물을 것이다. “깊은 호흡으로 자신을 혁명하고 있는가?”라고.


천식에 걸린 체 게바라가 일찍부터 침 치료를 받았더라면, 경거의 기운을 받았더라면 어땠을까? 그의 운명이 달라졌을 것이다. 쿠바의 운명도 달라졌을 것이다. 체 게바라는 이런 말을 한 적 있다.


“뜨거운 가슴과 냉철한 이성으로 세상 모든 불의에 맞서 그대가 분노할 수 있다면 우리는 하나다!” 혁명은 뜨거움과 차가움이 동시에 작동할 때 일어난다. 그런 점에서 호흡은 혁명의 한 축이다. 



◼ 나누고 싶은 건강 노하우가 있으시면 연락 바랍니다. 함께 만들어 가는 칼럼이 되면 좋겠습니다.


김영철 한의사

027 630 4320  ㅣ  tcmykim1218@gmail.com

Balance Young Clinic Lt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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