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자녀의 고민과 방황, 불편한 진실과 현실적 조언

청소년 자녀의 고민과 방황, 불편한 진실과 현실적 조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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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임수의 열린 상담이야기(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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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인 뉴질랜드 이민의 역사가 대략 30년이라고 한다. 부모 손잡고 도착한 뉴질랜드. 말도 통하지 않는 낯선 땅에서 학교생활을 시작했던 1.5세대들이 어느덧 가정을 꾸리고 청소년 자녀를 둔 중년의 학부모가 되었다. 


예나 지금이나 자녀를 둔 부모들은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늘 바쁘다. 이민 1세대 부모들이 생업전선에서 고군분투하고 있을 때 1.5세대들은 부모에게 털어놓기 힘든 타국살이의 고민을 안고 힘든 사춘기를 보냈다. 


세월이 흘러 자신이 부모가 되어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을 때 어느덧 아이들이 자신의 키를 훌쩍 뛰어넘을 정도로 성장했다. 부모는 청소년 자녀들이 방황하는 모습을 보며 마음이 착잡하다. 자신이 겪었던 상처와 실수를 내 자식은 되풀이하지 않기를 바랐다. 


뉴질랜드에서 자라나고 있는 청소년 자녀들. 우리가 어떻게 그들에게 힘이 될 수 있을까? 과연 내가 걸어왔던 그 길을 따라오라고 자신 있게 조언할 수 있을까? 


이번 칼럼에서는 청소년, 부모님들과 상담하며 학업 및 진로문제와 관련하여 느꼈던 점들과 현실적인 조언들을 함께 나누고 싶다. 


<불편한 진실들>


1. 부모의 경험에서 우러난 조언이 자녀에게 도움이 된다는 믿음

“너는 아직 몰라. 세상을 몰라. 내가 모두 경험해 봐서 다 알아. 너는 잘못된 길을 가고 있어! 지금은 공부에만 집중해서 미래를 준비하는 것이 옳은 일이야. 지금이 얼마나 중요한 시기인데 그걸 참지 못하니?” 


청소년 시기의 뇌는 자신이 직접 경험한 것만을 프로세스 하기도 버겁다. 안타깝게도 대부분 청소년은 부모의 경험담을 고루한 옛날얘기로 치부할 뿐이다.  


2. 부모의 감정표출을 자녀가 당연하게 받아들일 거라는 믿음

우리 모두 어린 시절 상처를 받았던 기억과 감정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왜냐하면, 감정은 영원히 기억되기 때문이다. 부모는 아무리 힘들어도 감정적 대응(특히 언어적, 신체적 폭력)은 해서는 안 된다. 


만약, 감정조절이 안 되어서 폭력적 행동이나 말을 했다면 진심으로 자녀에게 사과하며 용서를 구한 후 화해를 청해야 한다. 당신이 경험했던 것과 똑같이 자녀에게도 상처도 영원히 남아 있을 것이다. 


3. 성실하면 모두 공부를 잘할 수 있다는 믿음

참으로 불공평하지만, 무조건 열심히 한다고 해서 공부를 잘하는 것은 아니다. 물론 공부를 잘하는 학생이 대부분 성실하다. 


그러나 성실하다는 성품과 학업의 성취도는 별개 문제이다. 자기가 좋아하는 분야를 열심히 해서 성과가 좋다면 그것보다 더 보람 있는 일이 없을 것이다. 공부도 그저 그러한 분야 중 하나일 뿐이다. 


4. 영어를 잘하는 내 아이는 영어 작문 실력도 좋을 것이라는 믿음

한국어를 유창하게 말할 수 있다고 해서 반드시 국어시험에서 좋은 성적을 낸다는 보장이 없다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뉴질랜드교육의 중요한 목표 중 하나는 작문 실력(writing)의 향상이다. 


특히, 고등학교 고학년, 대학 수업에서 좋은 성적을 얻기 위해서는 높은 수준의 영어 작문 실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내 아이가 영어를 유창하게 말할 수 있다고 해서 에세이 숙제나 답안지를 훌륭하게 작성할 수 있다고 믿어서는 안 된다. 


5. 대학만 입학하면 자신이 알아서 잘할 것이라는 믿음

수치로 증명된 자료를 제시할 수는 없다. 그러나 주변의 사례를 보라. 뉴질랜드 대학에서 제 학년을 올라가고 졸업을 해서 학위를 받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과정인지, 그리고 그 학위를 받고 나서 자신의 전공을 살려 취업을 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 도전이라는 것을. 고등학교 때부터 스스로 공부하는 법을 배우지 못하면 뉴질랜드 대학에서 살아남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현실적 조언들> 


1. 자녀의 미래에 대한 부모의 역할을 명확히 하시라 

부모는 자녀가 성인이 되기 전까지 안전하고 사랑이 넘치는 가정을 만드는 것으로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한 것이다. 자녀의 미래는 자녀와 부모가 함께 대화하며 준비하는 것이지 부모가 전적으로 자녀의 미래를 설계하고 자녀는 이를 로봇처럼 수행하는 것이 아니다. 자녀가 성인이 되어서도 부모로부터 정서적으로 독립하지 못하는 사례를 흔하게 볼 수 있다. 


2. 인종차별 문제와 정체성에 관한 대화를 충분히 하시라

영어를 잘한다고 해서 인종차별을 적게 받는 것이 아니다. 자녀들이 이민자로서 겪고 있는 정체성, 인종차별 문제는 오히려 부모세대가 느끼는 것보다 훨씬 더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러한 문제를 가장 안전하고 편안하게 나눌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데 노력하시라. 가족의 사랑이 있는 한 나는 사랑받을 충분한 가치가 있는 사람이라고 느낄 것이다. 


3. 인터넷 게임이 그들 삶의 중요한 부분이라는 사실을 인정하시라

인터넷 공간에서 자라고 있는 청소년들에게 컴퓨터와 모바일은 삶의 한 부분이며, 친구들과의 놀이터이다. 부모세대가 놀던 놀이터가 인터넷의 게임 공간으로 확대되었을 뿐이다. 


단지, 게임을 장시간하고 있다는 사실로 아이에게 너무 가혹한 제재를 하거나 죄책감을 주어서는 안 된다. 게임에 관해서 관심을 보여주고 대화의 주제로 삼도록 노력하시라. 아이의 생활 루틴이 무너지지 않도록 도움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


4. 전문가의 도움을 청하시라. 

게임에 지나치게 몰입을 해서 자신의 생활이 하지 못할 정도로 발전할 징조가 보이면 지체없이 부모가 나서야 한다. 특히, 아이의 안전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면 주저 없이 전문가의 도움을 청하시라. 부모와 자녀가 함께 상담에 참여하시기를 권유한다. 대부분의 경우, 몇 차례의 상담만으로도 상황은 크게 호전된다.  


한국과 뉴질랜드의 이중 문화환경에서 자라나고 있는 자녀들은 이민생활의 동반자이다. 부모 세대가 느끼는 좌절감과 상실감에 함께 아파하고 기쁨과 성취감을 함께 기뻐하는 가족이라는 운명 공동체의 일원이라는 것이다. 


청소년 자녀들이 힘든 시기를 겪으며 일탈할 때 내 계획대로 내 바람대로 자녀가 따라 주지 않는다고 절망감과 분노감을 느낄 수 있다. 그러나 이를 무방비로 표출하는 것은 상황을 악화시킬 뿐이다. 인내를 가지고 기다리고 대화를 시도해야 한다. 


물론, 이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필자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대단한 신공을 기대하신 분들에게는 죄송하지만, 그 외에 다른 방법은 없다. 다만, 이 방법이 장기적으로는 효과가 있음은 자신 있게 말씀드릴 수 있다. 


좋은 부모가 되지 못했음을 자책하지 마시라. 부족한 부모이지만 노력하는 부모가 되는 것으로도 충분하다. 그러면 반드시 길이 열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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