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취업의 성패, Referee(레프리)의 중요성

뉴질랜드 취업의 성패, Referee(레프리)의 중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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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임수의 열린 상담이야기(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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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들은 Referee(레프리, 심판)이라는 말을 자주 들어 보셨을 것이다. 많은 분들이 이해하시는 바와 같이 레프리는 스포츠 경기에서 심판의 의미로 많이 쓰이고 있다. 


레프리의 역할은 선수들이 경기의 룰을 잘 따르고 있는지 그들의 움직임을 바로 옆에서 관찰하며 경기를 운영하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레프리도 선수들과 함께 경기의 참가자라 볼 수 있다. 


뉴질랜드 취업 시장(Job Market)에서 레프리의 역할도 스포츠 경기에서의 레프리와 비슷한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요즘은 한국에서도 직장에 취업원서를 제출할 때 추천인 혹은 후견인(Referee)를 적시하는지 모르겠지만, 이곳 뉴질랜드에서 취업을 하고자 하는 경우 본인의 이력서에 반드시 Referee(추천인)를 최소한 1명, 혹은 2~3명을 포함하도록 되어 있다. (현재, 근무하고 있는 직장의 상사나 매니저는 반드시 포함하도록 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Referee는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이 아닌 절대적으로 필요한 필수사항이다. 


영국의 도제시스템(apprenticeship)이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는 뉴질랜드에서는 장인과 제자의 멘토시스템(mentorship)이 직업교육의 근간을 이룬다. 자신의 이름을 걸고 제자를 양성하고 인적으로 보증하는 시스템이다. 


이 전통이 현재까지 남아서 유지되고 있는 것이 인력채용 시 행해지는 레퍼런스 체크(reference check: 추천인 확인과정)가 아닐까 한다. 


채용과정에서 레프리가 어떠한 법적 책임을 가지는 것은 아니지만, 자신이 속해 있는 전문 분야에서 본인의 이름과 평판을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레프리 요청이나 수락이나 서로에게 신중을 기하는 것 같다. 


필자도 레프리 요청을 받는 경우에 신중하게 생각해서 허락을 하는 편이다. 내가 그 사람을 자신 있게 회사에 추천할 수 있을 정도로 잘 알고 있는지 고민을 한 후 결정을 한다. 


이제, 채용과정에서 레프리의 역할을 살펴보자. 

보통 채용 회사에서 지원자가 자신의 회사의 업무에 필요한 사람이라고 판단하여 채용할 의사를 가지고 있다면 마지막 단계에서 지원자의 레프리와 인터뷰를 한다. 따라서 레프리 체크는 채용이 거의 확정된 상태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다. 


지원자의 성격과 적성, 팀플레이 적합도, 문제 해결 능력, 장점과 단점. 개선할 점 그리고 최종적으로 ‘너라면 이 사람을 채용할 것인가’라는 질문까지 상당히 디테일한 부분까지 확인을 한다.   


회사의 인사채용자는 레프리와의 인터뷰 내용을 꼼꼼히 정리해서 인사채용권자에게 보고를 한다. 상식적으로 레프리가 지원자에게 부정적인 피드백을 할 가능성이 거의 없기 때문에 레프리의 증언 (testimony)을 최종단계 확인사항을 마친 것으로 간주하고, 회사는 지원자에 대해 확신을 가지고 채용하는 것이다. 


예전에 뉴질랜드언론에서 레프리와 관련해서 흥미 있는 기사가 소개되었다. 한 유치원교사가 직장을 옮길 때 자신의 이력서에 전 직장의 매니저를 레프리로 등재했는데 공교롭게도 그날 레프리가 병가를 냈다고 한다. 


그래서 부매니저(acting manager)가 레프리 체크를 하게 되었는데, 이 사람이 지원자에 대해서 혹평을 하였던 모양이다. 결국, 그 유치원 교사는 이로 인해 채용되지 못하게 되었고, 그녀는 이를 Human Right Commission(인권위원회)에 제소하게 되었다. 


인권위원회는 전 직장 유치원이 이 유치원 교사에게 3천 달러를 배상하도록 명령했는데 그 이유는 Breach of Privacy (사생활침해)라고 한다. 


이 기사에서 엿볼 수 있듯이 뉴질랜드 사람들도 이직을 할 때 레프리를 누구를 할 것이냐 심각하게 고민한다는 것이다. 더구나, 전 직장의 매니저와 사이가 좋지 않았을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뉴질랜드 사람들도 이러할진대, 이곳에 아무 연고도 없는 한국이민자(어느 이민자이든)가 취업을 할 때 레프리를 구하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입사원서 신청 시 레프리가 없을 때 그 막막함이란 이루 표현하기 힘들다. 


그것은 비단 1세대 이민자뿐 아니다. 이곳에서 성장하고 공부한 1.5세대, 2세대도 마찬가지이다. 공부를 착실히 잘해서 대학 시절 성적이 우수한 학생도 레프리를 구하지 못해서 애를 먹는 경우를 보았다. 


레프리를 구할 수 없다는 것은 뉴질랜드 사회에서 다양한 경험(자원봉사, 단기 취업)을 하지 못했다는 것을 의미할 수도 있다. 뉴질랜드 취업 인터뷰에서 자신을 어필할 Story가 없다는 것은 치명적인 단점이 된다. 그래서 다양한 경험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교민 자녀들 중 많은 대학생들이 한인 후배 중·고등학생들의 과외공부 교사로 고액의 과외비를 받으며 학비와 용돈을 충당하는 것을 자주 본다. 하지만 나는 이러한 편안한 아르바이트에 너무 올인하지 말라고 조언을 하고 싶다. 


뉴질랜드 사회에서 다양한 경험을 통해 인맥을 쌓고 미래를 차근차근 준비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훨씬 더 중요한 일이라고 말해 주고 싶다. 


뉴질랜드 취업이 어렵다고 한다. 더욱이 갓 대학을 졸업한 새내기에게는 더욱 그럴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비단 이민자에게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회사에서는 바로 활용할 수 있는 경력자를 필요로 하는데, 현장 경험이 없는 졸업생들을 채용할 때는 그들이 회사에 공헌할 수 있도록 일정 기간 교육 훈련비의 선투자 비용을 회수하고도 남는다는 확신이 서는 경우에 채용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단 취업을 해서 경력을 쌓게 되면 고용주와 피고용인의 상황은 역전된다. 뉴질랜드에서는 거의 모든 분야에서 경력자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가장 큰 이유는 뉴질랜드의 글로벌한 교육과 경력 특성 때문에 전 세계에서의 수요가 끊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뉴질랜드의 고용주들은 우수한 인재를 유치하기 위한 경쟁을 국내뿐 아니라 해외의 회사와도 경쟁을 하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 한인 젊은 세대들도 자신의 분야에서 확실한 경쟁력이 있고, 평소에 인맥관리를 착실히 해 왔다면 전 세계 어디에서도 자신의 역량을 맘껏 발휘하며 꿈을 펼칠 수 있다. 


젊은 세대들에게 이 말을 꼭 조언하고 싶다. 자신이 안주해 있는 안락한 지점(comfort zone)에서 나와서 선수들이 활약하는 이너 서클(inner circle) 안으로 들어가서, 그들과 함께 대화하고 서로에게서 배우라는 것이다. 그 과정을 겪으며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나의 든든한 지원군이 레프리이다. 


이런 성장의 시간을 거치면서 어느새 나도 누군가의 레프리가 되어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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