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생활 되도록이면 한국인은 피하라고요?

이민생활 되도록이면 한국인은 피하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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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임수의 열린 상담이야기(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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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람 조심하라’. 


이민 와서 정착하는 시기에 가장 자주 듣는 조언 중의 하나이다. 어떤 분들은 한 발 더 나아가서 자녀들에게 ‘한국 아이들과 어울리지 마라’고 친구의 범위까지 정해주기도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이민생활을 하다 보면 가장 가까이 지내는 사람들에게 실망을 하게 되는 일이 허다한데 가해자(?)가 한국인인 경우가 많고, 간혹 금전 문제까지 얽히게 되면 ‘철천지원수’로 발전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한국공동체보다 10배 이상 규모가 큰 중국공동체나 인도공동체는 어떨까.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아 보인다. 자기 동족들에게 불법 임금착취나 거액의 사기 사건 등이 현지 언론에 심심치 않게 등장하는 것을 보면 어느 이민공동체나 비슷한 문제를 겪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고립된 ‘섬’에서 사는 이민자들

인간관계에서 서로 뜻이 맞지 않아 갈등을 겪는 경우야 흔히 있는 일인데 이민자공동체에서만 이러한 갈등이 두드러져 보이는 것일까. 


상처를 받았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얘기를 들으면 ‘상대방이 무조건 잘못했으며 자신은 아무런 잘못이 없다’는 식이다. 상처는 서로서로 주고받는 것인데 말이다. 


사실, 이민자들 중에는 정서적, 심리적으로 고립된 삶을 살아가는 분들이 많다. 고립된 ‘섬’에서 살아가는 이들은 인간관계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문제와 갈등을 해결할 의지와 마음의 여력이 없다. 


먼저, 전형적인 한국인 이민자의 정착 과정을 살펴보자. 


대다수 한국인 이민자들이 낯선 땅에 처음 도착해서 생활하는 공간은 한국인들이 모여있는 곳이다. 

성인이 되어서 친구를 사귀기가 힘든데 타국에서 인간관계를 형성하기가 얼마나 조심스러운가. 본격적인 탐색전이 시작되어 고향, 학교, 직장, 취미 등의 여러 가지 공통분모를 찾아 서로의 공유점을 찾는다. 그리고 거기에 필요 이상의 의미를 부여한다. 


모든 것이 순조롭게 잘 진행되면 무슨 걱정이랴. 

‘쿵 하면 담장 넘어 호박 떨어지는 소리’라고 복잡한 감정의 미묘한 선까지 다 읽어 낼 수 있는 언어를 함께 공유한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여간 피곤한 일이 아니다. 


부러움. 경쟁의식, 질투와 시기 등 인간의 적나라한 본성이 드러나기 시작하면 서서히 감정의 앙금이 생기기 시작한다. 여기에 돈 문제가 결부되면 인간관계는 파탄으로 치닫게 된다. 


만약, 한국사람에게 마음의 상처를 입거나 금전적 손해를 입는다면 그 ‘증오감’은 극대화된다. 이 과정에서 많은 이들이 거북이가 자신의 목을 단단한 등껍질 속으로 집어넣듯이 ‘증오심’을 불사르며 고립 속으로 들어간다. 이때 자기 부정적 일반화가 등장한다. 


‘한국인들은 믿을 수 없다. 그들과는 상종을 안 할 것이다.’ 


복잡다단한 인간사 어디에서나 일어날 수 있고 또 새로울 것도 없는 일이지만 좁은 이민사회에서 서로가 주고받는 상처의 충격파는 상상을 초월한다. 


이 시점에서 독자는 이렇게 반문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민을 왔으면 그곳 주류사회에서 어울리며 살아야지 여기까지 와서 한국인들과 지지고 볶고 싸우느냐고.  


그렇다. 모든 사람이 그러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우리 이민자들이 영어의 장벽을 극복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이민생활의 정착 성공 여부는 영어 구사력이 좌우한다고 한다. 설령 영어를 어느 정도 할 수 있다 하더라도 자신이 쌓아 놓은 학력과 경력이 인정되지 않는 뉴질랜드에서 1세대 이민자들이 곧바로 키위 사회에서 직업을 구할 가능성은 현실적으로 그리 높지 않다. 결국은 언어와 정서가 통하는 한국 공동체 안에서 직업을 구하고 정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물론, 키위 사회에서 직업을 구하고 생활하고 있는 분들도 꽤 있다. 한국인공동체와도 계속 연결되어 활기차게 살아가시는 분들도 있으며 공동체와 완전히 연을 끊고 살아가는 사람도 있다. 이것은 전적으로 개인의 선택이며 이는 충분히 존중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떤 분들은 자신이 한국사람들과 어울리지 않아도 먹고 살 수 있는 실력과 영어능력을 가지고 있음을 은연중에 자랑하기도 한다. 정서적으로 피곤한 한국사람들을 굳이 만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당신들끼리 지지고 볶아라. 나는 떠났다.” 


그렇지만, 이 문제가 자신의 문제로만 끝날까. 만약 그들의 자녀들이 청소년기에 정체성의 혼란이 온다면 그들은 자녀들에게 어떻게 조언할까. “너희는 키위다. 그러니까 키위처럼 살면 된다”라고 조언할까. 이것은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진정한 은수자는 저잣거리에 숨는다’. 

그렇다면, 우리는 상처받는 것이 두렵고 싫어서 무작정 피해야만 하는가. 

도를 닦는 수도자들이 첩첩산중을 마다하고 많은 사람들이 아우성치는 시장거리에 자리 잡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우리는 공동체 안에서 상처도 받지만, 성장도 한다. 그곳에는 죽도록 미운 사람도 있지만 내가 힘들 때 따뜻한 도움의 손길을 내주는 사람도 있다.  


그러니, 굳이 숨을 필요도 이유도 없다. 서로 조심하면서 살면 되는 것이다. 나의 영역과 상대의 영역을 존중하며 건강한 거리를 유지하면 되는 것이다. 


우리 2세들에게도 세계에서 가장 독창적인 문자인 한글의 우수성과 환난의 역사를 이겨낸 한국인들의 강인함에 자부심을 가지도록 가르치자. 한국인공동체를 위해 봉사하는 사람이 뉴질랜드 사회에서도 제 역할을 할 수 있다. 어느 공동체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문제가 아니다. 


한국인공동체이든 키위공동체이든 어디면 어떠랴. 자신이 속한 공동체에 자부심을 가지고 공동체 안의 사람들에게 존경심을 가지고 서로를 도우며 살아가자. 


공동체에 속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은 평균 수명이 높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앞으로는 새롭게 정착하는 분들에게 ‘한국 사람을 조심하라’보다는 ‘사람 관계 서로 조심하고 배려하자’라고 긍정적인 조언을 하고 이들을 지원하자.  


우리는 함께 살아야 한다.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서로 얽매이지 않고 서로 부담 주지 않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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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임수_아시안패밀리서비스 심리상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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