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임수의 열린 상담이야기(8)

뉴질랜드에서는 매년 9월 1일을 도박 없는 날(Gamble Free Day)로 정하여 도박 중독의 해악에 대하여 공동체 구성원이 함께 생각하는 시간을 가진다. 올해도 정부와 도박 상담기관에서는 8월 31일부터 9월 7일까지 ‘도박 없는 주간’을 맞이하여 도박문제의 피해에 대하여 시민들의 경각심을 높이고, 도박문제에 관한 각종 상담과 지원방법 등을 홍보한다. 

도박 없는 주간을 맞이하여 아시안 이민자의 도박문제, 자가진단, 해결방법에 대해 간단한 소개를 드리고자 한다. 

도박중독의 개인적 영향, 사회적 영향 

도박의 해악은 단지 돈을 잃는 금전적 피해에 그치지 않는다. 도박으로 인해 자존감이 낮아지고 사회생활, 인간관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받는다. 육체적, 정신적 건강도 훼손되며 학교 및 직장에서의 업무 효율도 낮아지는 등 한 개인의 삶이 전체적으로 영향을 받게 되는 것이다. 또한, 도박중독 문제는 한 개인을 넘어서 공동체의 문제로 발전한다. 도박문제로 고통을 겪고 있는 1인이 평균적으로 10명의 가족 친구에게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도박으로 인한 문제가 수면으로 떠오르기 시작했다면 이미 상당한 시간이 흘렀을 가능성이 크다. 왜냐하면, 도박문제는 쉽게 드러나지 않는 특성이 있는데, 도박중독자 대부분이 일상생활을 평범하게 영위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도박이 민감하고 불편한 주제이므로 끝까지 숨기는 것도 그 이유 중의 하나이다. 

현재, 뉴질랜드에서 도박중독의 고통을 겪고 있는 사람은 대략 54,000명으로 전 인구의 1%에 해당한다고 한다. 위의 통계를 적용하면 뉴질랜드 전체 인구의 10% 이상이 도박중독의 해악을 직, 간접적으로 경험하고 있는 것이다. 

아시안 이민자와 도박문제 

뉴질랜드의 도박장에 가면 유독 아시안들이 많은 이유가 무엇일까. 가장 큰 이유는 외로움 때문이라고 한다. 이민생활 중 찾아오는 외로움을 달래줄 수 있는 유일한 탈출구로써 도박을 선택한다는 것이다. 그곳에 가면 친구들이 있고, 영어를 못해도 따뜻하게 맞이해 주는 스태프들이 있으며, 공짜 커피에 시내 무료 주차장까지 제공한다고 한다. 심지어는 어려운 살림살이에 일확천금 외에는 달리 방법이 없다고 판단한 극단적 도박형태도 있다. 

최근의 연구조사에 따르면 아시안들 중 24.5%가 도박문제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4명 중 1명꼴이다. 대단히 우려되는 통계임에 틀림없다. 그렇지만 더욱 놀라운 것은, 아시안들의 도박중독 관련 서비스 이용 비율이 다른 인종에 비해 현저히 낮다는 것이다. 

도박문제 자가 진단

- 내가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의 금액으로 도박을 하셨습니까?

- 흥분(자극)을 느낄 수 있기 위하여 큰 액수의 돈을 베팅 하셨습니까?

- 잃어버린 돈을 회복하기 위하여 도박하러 가셨습니까?

- 도박하기 위한 돈을 마련하기 위하여 돈을 빌리거나 혹은 물건을 내다 판 적이 있으십니까?

- 당신이 도박하는 것에 대하여, 혹은 도박으로 인하여 생기는 것들에 죄책감을 가졌습니까?

- 도박 때문에 자신의 건강문제(스트레스 및 불안 증세 포함)가 생겼습니까?

- 도박 때문에 자신과 가족들에게 재정적인 문제를 일으켰습니까?

위의 질문에 단 하나라도 해당 사항이 있다면 자신에게 도박 문제가 생겼음을 의미한다. 

도박중독은 고칠 수 있나

도박중독 당사자보다 도박중독에서 헤어나오고 싶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주변의 가족들이나 친구 친지들도 처음에는 도박중독자가 중독의 늪에서 빠져나올 수 있도록 아낌없는 지원을 한다. 그러나 중독자가 계속 도박을 하는 모습에 실망하고 분노하며 그 사람을 증오하게 된다. 이렇듯 믿었던 사람에게 배반을 당하거나 실망을 하게 되면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깊은 상처를 받는다. 우리는 여전히 도박중독이 개인의 도덕적 문제, 의지 부족으로 해석하는 의식이 강하다.

물론, 도박중독이 개인의 선택에 따른 결과임에는 틀림없다. 가장 큰 책임은 당사자에게 있는 것이다. 그러나 도박 중독으로 발전하는 과정과 배경을 살펴보면 많은 요소가 함께 작용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같이 도박중독이 병적 상태까지 발전하게 되면 한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해결하기 힘든 상태가 된다. 

그렇다면 도박중독을 해결하는 방법은 없는 것일까. 대답은 예스이다. 그러나 전제가 따른다. 일단, 자신의 도박이 통제하기 힘든 상황이라는 것을 깨닫고, 또 자신이 도박 앞에 나약한 존재임을 인정하는 것이다. 나 스스로를 어떻게 할 수 없다는 사실을 겸허하게 인정하는 순간, 희망의 빛이 보이기 시작한다. 도박중독을 치유하는 것은 오랜 시간의 자기 절제가 수반되는 고통의 과정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자신이 정말 나약하다는 것(vulnerability)을 인정하는 자기 성찰이 너무나 어렵다. 

자신의 선택과 노력에 따라 도박중독의 해악은 최소화할 수 있다. 

현재 도박문제로 고통을 겪고 계신 분, 그리고 가족 친지 여러분. 지금 바로 도움을 청하시기 바란다. 그리고 현재 나는 도박은 하고 있지만, 재정적으로 큰 문제가 되지 않으니 아직은 괜찮다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상담을 적극적으로 권유하고 싶다. 문제는 이미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도박중독 무료 상담, 비밀보장: 아시안패밀리서비스 0800 862 342 (한국어)

김임수_아시안패밀리서비스 심리상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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