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의 소회, 8개 단상(斷想)들

2020년의 소회, 8개 단상(斷想)들

뉴질랜드타임즈 댓글 0 조회 1563 추천 1


김임수의 열린 상담이야기(15)

78c044ef6f123b53b00b5883c6df1c86_1608080140_1341.jpg
 

2020년이 저물어간다. 여느 해 같으면 성탄, 새해를 맞는 마음으로 한껏 들떠 있을 시기이지만 우리들의 마음은 몹시 무겁고 두렵다. 전 세계를 위기로 몰아넣고 있는 코로나바이러스의 창궐로 인해 전 인류가 극심한 고통을 겪고 있다. 백신이 개발되고 몇몇 나라가 이를 사용하기 시작했지만, 이 위기를 탈출하기까지는 수년이 걸릴 수도 있을 것 같다.


절체절명의 위기 속에서도 우리는 또 새해를 맞는다. 지난 시절의 아픔을 묻어두고 새로운 희망을 품을 수 없다. 나를 단련시켰던 그 시간 속에서 우리는 무엇을 배웠나. 2020년에 느꼈던 소회 8개 단상을 여러분과 함께 나누고자 한다. 


1.코로나바이러스가 앗아간 자유

코로나바이러스가 우리의 삶을 통째로 흔들어 놓았다. 너무나 당연하게 누려왔던 자유를 앗아간 것은 독재도 전쟁도 아닌 바이러스였다. 대면 관계의 단절 속에서 인간은 온라인으로 서로를 이어 갔지만, 상대의 온기를 함께 느낄 수 있는 만남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깨닫게 되었다. 


2. 진정한 선진국의 의미는 무엇인가?

물질문명의 풍요한 혜택 속에서 소위 문명사회라고 자부했던 부유한 국가들의 시민들이 코로나바이러스에 더욱 취약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신자유주의의 광풍 속에서 공중보건제도를 줄여온 국가들이 더욱 큰 피해를 보고 있다. 타인과 이웃을 위하기보다는 자신의 이익을 앞세우는 이기주의 앞에서 공동체의 선은 무너지고 있다. 성숙한 시민의식이 진정한 선진국의 척도이다. 


3. 민주주의 마지막 보루, 선거

코로나바이러스의 대유행 속에서도 한국과 뉴질랜드, 미국에서 무사히 선거가 치러졌다. 변화를 열망하는 사람들의 아우성이 이 선거를 통해 표출되었다. 선거에 불복하며 소란을 피웠던 이들도 민중들의 준엄한 판정에 더 이상 반항할 수 없다. 현재 민주주의의 위기에 대한 우려도 크지만, 역시 민주주의의 마지막 보루는 선거라는 사실을 새삼 절감하게 된다.  


4. 한국 문화의 잠재력 폭발하다

영화 기생충의 아카데미상 석권, 가수 BTS의 빌보드 1위, 한국 드라마의 열풍, 한국음식의 인기. 전 세계 어디를 가더라도 한국이 화제의 중심에 있다. 과거 우리끼리 위안을 얻는 국뽕이었지만, 이제는 근거가 충만한 국뽕이 되었다. 한국인들 국뽕의 자부심을 가질 충분한 자격 있다. 김구 선생께서 말씀하신 ‘문화강국의 꿈’. 이제 시작일 뿐이다.  


5. 더 이상 회피할 수 없는 금기 문제의 공론화 

뉴질랜드 국민투표 결과 안락사(End of Life Choice, 조력 사망선택권) 법이 통과되었다. 불치병을 앓고 있는 시한부 환자에게 안락사가 엄격하게 적용될 전망이다. 반면, 같이 국민투표에 부쳐진 대마초의 기호식품 합법화는 부결되었다. 


앞서, 뉴질랜드 국회에서는 낙태를 범죄화하는 조항을 삭제함으로써 실질적으로 낙태를 합법화했다. 지금까지 문화적, 윤리적, 종교적 이유 등으로 금기시되었던 문제들이 공론화되기 시작했다. 문제는 회피하고 묻어둔다고 사라지지 않는다. 세상에 금기시되는 문제라는 것은 없는 것이다.   


6. 기후변화, 이제 우리의 삶을 위협하고 있다

작년 말부터 올해 초까지 이어진 호주의 초대형 산불을 보면서 우리 인간과 동물이 자연재해의 위험에 얼마나 크게 노출되어 있는가를 깨닫게 되었다. 이번 호주산불은 기후변화로 인해 그 규모와 피해가 더욱 심각해졌다고 한다.


현재 오클랜드도 유례없는 극심한 가뭄을 겪고 있다. 북극과 남극의 빙하가 무서운 속도로 녹아내리고 있다는 소식에는 둔감하나 현재 내가 겪고 있는 물 부족 현상을 통해 기후변화가 바로 우리 삶의 문제라는 사실을 절감한다.  


7. 재난 속에서 우리가 배워야 할 것들  

세월호 침몰사고, Pike River 광산 사고, 크라이스트처치 모스크 테러, Whakari Island 화산폭발 사고. 최근 몇 년간 한국과 뉴질랜드에서 많은 생명을 앗아간 대규모 참사였다. 이 사건들은 아직도 철저한 진상규명이 이루어지지 못했다. 재난 속에서 우리는 무엇을 배워야 하는가. 희생자와 가족들의 슬픔과 고통, 공동체가 함께 짊어져야 하는 죄책감. 우리는 어떻게 서로를 치유할 수 있을까. 


8. 신자유주의의 희생자들 젊은이들

한국과 뉴질랜드 양국에서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고 있다. 천문학적 불로소득이 보장되는 부동산 투기시장에 대한 정부의 통제력이 상실되고 있다. 고도성장시대에 아파트, 집 한 채라도 장만할 수 있었던 부모세대는 그나마 형편이 나은 편이다.


신자유주의의 기승에 따른 빈익빈 부익부 심화의 가장 큰 피해자는 젊은이들이다. 인간의 무한대 탐욕을 언제까지나 방치할 것인가. 부동산 문제는 더 이상 시장의 논리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 이것은 인권과 정의의 문제이다. 


지극히 개인적 상념을 쓰다 보니 독자 여러분들 중에 어떤 부분은 동의하기 어렵거나 혹은 언짢게 생각하는 분도 계시리라 생각한다. 다만, 2020년을 돌아보며 우리 모두가 함께 살아가고 있는 세상의 고민을 함께 나누고 싶었다. 우리는 생각이 달라도 대화를 통해서 서로의 다름을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다. 그것이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의 힘’이라고 생각한다. 


잊지 말자.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은 사람이다. 


He aha te mea nui o te ao. He tāngata, he tāngata, he tāngata

What is the most important thing in the world? It is people, it is people, it is people.


며칠만 지나면 2021년이다. 새로운 도전들이 우리를 맞을 것이다. 두려워하지 말고 어깨 걸고 함께 앞으로 나아 가자. 



“시대와 함께하되, 시류에 휩싸이지 아니하고

불의에 분노하되, 인간에 실망하지 않았다.

고달픈 삶의 소용돌이 속 휩쓸려 지나온 시간

나를 단련시킨 시간을 통해 용기를 내어 다시 시작하리라.”



b9d66ff454e25991dc48e978aaf0992a_1594848325_9912.jpg
김임수_아시안패밀리서비스 심리상담사   

전화번호: 0800 862 342 / 09 951 3789

Email: imsoo.kim@asianfamilyservices.nz


저작권자 © ‘뉴질랜드 정통 교민신문’ 뉴질랜드타임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게시글에 달린 댓글 총 0

애드 프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