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적인 학습 환경’ 개념 등장…학습의 질 더 높인다

‘혁신적인 학습 환경’ 개념 등장…학습의 질 더 높인다

뉴질랜드타임즈 댓글 0 조회 1393 추천 0


전정훈의 교육 이야기(3)


530ea2b5a97afbd405d44db8c533d0c6_1612216784_3293.jpg 


“올바른 미래상이 없는 교육은 젊은이를 속이는 행위이다.”(앨빈 토플러)

독창적인 지식을 보유한 기업이 세계 경제를 이끌고 있고, 이들의 지식이 대학으로 흘러가는 이른바 ‘지식의 역류 현상’이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 우리 시대의 지식은 오히려 현장에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교가 지식전달식의 교육에만 머물러 있다면 그것은 젊은이를 속이는 것이 된다. 학교에서는 21세기 역량으로 거론되고 있는 창의성, 통합적 사고력, 협력적 문제해결 능력, 디지털 문해력 등을 제대로 다룰 수 있어야 한다.


교육은 꾸준히 개혁되어 왔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교육개혁은 자원과 구조의 개편에 치중되었고, 실질적으로 학습의 질을 높이는 데까지 영향을 주지 못했다. 그에 따라 교육개혁에 있어서 ‘학습’ 자체가 중심이 되는 미시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함께 제기되어왔다.


혁신적인 학습 환경

뉴질랜드는 1970년대 중, 후반에 ‘열린 교실(Open Plan)’을 추진한 적이 있다. 영국의 교육시스템을 벤치마킹해서 개인별, 소그룹별 수업 방식, 즉 개인차에 따라 필요한 지식을 제공하고, 창의적 자율학습능력을 갖추게 하는 데 중점을 둔 것이다. 당시에는 검토 단계에서 흐지부지되었지만, 최초로 학습 자체에 초점을 둔 시도였다고 할 수 있다. 


그러다가 최근에 ‘혁신적인 학습 환경(Innovative Learning Environments)’이란 개념이 본격적으로 등장하기 시작했다. 이것은 OECD가 미래사회를 주도할 인재 양성을 위해 총 4년간 진행했던 국제적인 연구 프로젝트(2013년 OECD 보고서 참조)로부터 기인하는데, 학습과 관련된 물적 조직과 인적 조직, 그리고 가정과 주변 환경 모두를 포함하는 개념이다.


학습 환경에 대한 관심은 지극히 현실적인 이유에서 출발한 것으로 보인다. 스스로 자신의 학습에 대한 책임을 지고, 주도적인 자세로 임하는 학생이 얼마나 많이 있겠냐는 것이다. 따라서 학생들의 학습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는 학습 환경의 특성을 밝히고 혁신함으로써 궁극적으로는 학습의 질을 높이고자 하는 노력인 것이다.


이런 시도를 하는 학교는 내가 거주하는 지역만 하더라도 알바니 주니어 & 시니어, 홉슨빌 포인트 세컨더리 등이 있다. 이 학교들을 방문할 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많은 학생이 넓은 교실에서 여러 명의 교사와 함께 뭔가를 하고 있는데, 우리에게 익숙한 교실의 풍경과는 달라 보이는 거다. 교사 주도로 이루어지는 강의식 수업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렇게 이전과 다른 시도를 하는 것을 일반적으로 ‘혁신’이라고 한다. 그러나 단지 이전과 다르다는 것만으로 보다 나은 것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중요한 것은 혁신함으로써 학습을 효과적으로 가능하게 하는 지의 여부이다.


혁신적인 학습의 사례

그동안 교육계에서는 프로젝트 기반 학습, 탐구중심학습, 문제 기반 학습, 자기 주도적 학습 등 다양한 학습 이론들이 제시되었다. 그러나 전통적인 학습환경, 즉 학교라는 감시 조직(M. Foucault)과 고립된 교실 안에서 교사의 주도권을 고수하며 부분적인 변화만을 추구한다면 큰 의미가 없는 것들이다.


 그것은 프로젝트 기반 학습이 1800년대 후반에 나와서 이미 우수한 학습 모델로 인정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일반화되지 못한 이유이기도 하다. 


얼마 전, 올해 6년째 탐구중심학습(Inquiry-based learning)으로 수업하고 있는 어느 학교를 방문한 적이 있다. 12학년 물리학(Physics) 수업을 참관했는데, 우리 세대에서는 경험하지 못한 전혀 새로운 방식이었다. 수업의 전 과정을 소개한다.


물리학 탐구(Physics inquiry)라는 주제에 따라 학생들은 수업에서 무엇을 학습할 지를 스스로 정한다. 어떤 학생은 ‘비행기의 종류별 움직임의 차이’에 대해, 어떤 학생은 ‘몸의 움직임으로 빛을 내는 LED 조명 의류를 만드는 것’을 해보기로 한다. 


이렇게 각자 학습할 주제를 정하면 그다음 단계로 교사는 50개의 개별 질문지를 만들어 주는데, 그중에서 답변하지 못하는 것이 있으면 그것이 각자의 과제가 된다. 따라서 과제는 개인마다 다르게 주어진다.


학생들은 먼저 교사가 제공하는 책이나 비디오, 슬라이드 등을 보면서 기본적으로 익혀야 할 지식을 습득한다. 대충 정리가 되면 개인 또는 3명 이내의 소그룹을 구성하여 본격적으로 연구조사, 데이터 수집, 실험, 분석 등을 통해 자신의 과제에 대한 해결방안을 찾는다. 이 과정에서 개인 디지털기기의 사용은 필수적이다.


또한 교사는 NCEA의 학업성취기준에 부합되게 이끌어줘야 한다. 학생들은 자신의 과제에 대해 결과보고서를 제출하게 되는데, 그것은 NCEA Level 2에서 물리학 또는 수학에서 2~3개의 Internal standards와 연관되어 있을 수 있다. 교사는 이에 대해서 정확히 안내하고 목표를 제시해 준다. 


가령, 수학의 Internal Standard(s)에서 excellence를 가지기 위해서는 어느 부분을 더 깊게 증명하거나 어느 부분을 더 추가해야 한다고 제시하는 것이다.


교실의 분위기는 전반적으로 어수선하다. 다른 교사가 들어오기도 하고, 학생들도 자유롭게 움직인다. 얼핏 보면 학생들이 무질서하게 놀고 있는 것 같아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학생들에게 가까이 다가가서 물어보면 이 과제를 왜 하는지, 다음에 무엇을 할 것인지에 대해 스스로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다. 교사는 학생들 개개인에게 적합한 방향을 제시하는 친절한 안내자의 역할을 하고 있을 뿐이다.


탐구중심학습은 프로젝트 기반 학습(Project-based learning)과 기본 원리는 동일하며, 이와 같은 학습을 효과적으로 적용하기 위해서는 그에 부합하는 학습환경이 갖춰져 있어야 한다. 특히 다양한 탐구 활동(Action)을 위한 유연한 학습 공간과 디지털 환경, 그리고 숙련된 교사의 도움이 꼭 필요하다. 이를 위한 교육부의 정책적 지원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Q&A

 질문: 저희 아이는 법대에 가고 싶어 합니다. 법대에서 공부하기 위해서는 영어를 잘해야 한다고 들었는데, 영어를 어느 정도로 공부해야 하는지 궁금합니다.

 

답변: 영어를 잘한다는 것의 기준은 각자의 처지에 따라 다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유학생들은 원어민처럼 영어를 잘하고 싶어합니다.


원어민이 기준인 거죠. 교민 자녀들은 주로 학교의 영어 시험에서 좋은 성적을 얻고 싶어합니다. 성적이 기준인 거죠. 또 어떤 경우는 문학적인 이해와 재능이 기준이 되기도 합니다. ‘The Outsiders’의 작가인 힌턴(S.E. Hinton)은 15세부터 글을 쓰기 시작해서 대부분 16세에 작품을 완성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대학에서 요구되는 영어 능력은 ‘읽고 이해하는 능력’과 ‘자기 생각을 효과적으로 서술할 수 있는 능력’입니다. 왜냐하면 대학은 학생 스스로가 해당 분야(법학, 의학, 경영학 등)의 지식을 습득하고, 응용하고, 새로운 지식을 창조할 수 있도록 가르치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우리의 자녀가 대학에서 학습하는데 필요한 능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학교에서의 영어 과목을 충실하게 학습 하면서도 가급적 책을 많이 읽고, 토론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면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 뉴질랜드 교육, 학교 커리큘럼, 자녀 학업, 진로 등 교육과 관련한 모든 문제에 대해서 질문을 해주시면, 별도의 Q&A 코너에서 답변하겠습니다. 필자(newcan119@gmail.com)에게 보내주시면 됩니다. 


전정훈_Edu-Kingdom College 

North Shore 원장 



저작권자 © ‘뉴질랜드 정통 교민신문’ 뉴질랜드타임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게시글에 달린 댓글 총 0

애드 프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