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뿌리 알기] ‘사리’는 순우리말, “냉면 사리 주세요?” 자신 있게 말하라

[우리말 뿌리 알기] ‘사리’는 순우리말, “냉면 사리 주세요?” 자신 있게 말하라

뉴질랜드타임즈 댓글 0 조회 738 추천 0


정창현의 우리말 뿌리 알기(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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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삿대질’은 삿대를 저어 배를 가게 하는 일을 가리키는 말이다.

그러나 뜻이 바뀌어 사람들이 싸울 때 손가락으로

상대방을 향해 내지르는 품이 뱃사공이 삿대를 이리저리

놀리는 품과 비슷하다 하여, 오늘날에는 상대방을 향해 함부로

손가락질하는 것을 가리키는 말로 쓰인다.



높새바람이 불면 기온이 높아지고, 대기가 건조해진다. 예로부터 영서지방(태백산맥 서쪽 지방)의 농민들은 높새바람 때문에 초목이 말라 죽어 이를 녹새풍(綠塞風)이라고 하였고, “7월 동풍이 벼를 말린다”고 해여 살곡풍(殺穀風)이라고도 불렀다.


높새바람은 주로 영서지방을 비롯하여 경기도, 충청도, 황해도에 걸쳐 영향을 미치나, 때로는 그 외의 지역까지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높새바람은 북동풍 뜻…‘녹초’는 ‘녹은 초’

‘높새바람’은 북동풍이라는 말인데 ‘높’은 북쪽을 이르고, ‘새’는 동쪽을 이른다. 옛날 책들에는 ‘동북풍’을 ‘높새바람’이라 한다고 씌어 있다.


옛날에는 북쪽을 ‘높’ 또는 ‘노’라 하기도 하고 ‘뒤’라 하기도 하였다. 이에 따라 ‘북풍’을 ‘높바람’ (또는 노바람), ‘뒤바람’이라고 하였다. 이 밖에도 ‘하늬바람’, ‘된바람’이라고도 하였다.


북쪽을 ‘뒤’라고 한 것은 한국에서 집을 지을 때 남쪽을 앞쪽으로 하여 집을 짓기 때문에 북쪽은 뒤쪽이 되는 것이다. 그렇게 집을 지어야 여름에 덥고 습한 공기가 남쪽으로부터 불어오면 북쪽으로 문을 내어 여름을 시원하게 지내고 겨울에 추운 공기를 막아 따뜻하게 지내려는 이유 때문이다.

 

어제는 날씨가 좋아 지인들과 ‘푸호이 트레일’을 따라 모처럼 트레킹(도보여행)을 했다. 새벽에 온 비 때문에 산길이 질퍽거려 걸음을 옮기기가 힘들었지만, 평상시에 걷던 거리의 두 배 이상 걸었다. 트레킹이 끝날 무렵에는 ‘녹초’가 되었다.


아주 맥이 풀리어 늘어진다는 뜻으로 ‘녹초’라는 말을 쓴다. ‘녹은 초’라는 뜻으로서 녹은 초처럼 보잘것없이 흐물흐물 한 상태를 이르는 말이었다. 그렇지만 소나무 숲을 걸으며 솔향을 많이 맡아서 그런지 집에 와 쉬고 난 후에는 오히려 몸 상태가 좋았다.


솔숲을 따라 소나무 낙엽이 쌓여 폭신폭신한 길을 걸을 때는 아주 기분이 상쾌했다. 모처럼 느껴 보는 개운함이다.


외부인 통해 막기 위해 아기 태어나면 금줄 걸어

소나무는 원래 ‘솔(率)’나무이다. ‘거느리다’, ‘으뜸’의 뜻을 가진 소나무는 우리 민족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중요한 나무이다.

아기를 낳으면 ‘금줄(禁줄)’이라고 하는 줄을 대문에 걸었다. ‘금줄’은 어른 새끼손가락 굵기의 새끼줄을 꼬아 아기가 사내아이인 경우는 솔가지, 빨간 고추, 숯을 꽂았다. 여자아이인 경우는 ‘고추’를 빼고 솔가지와 숯을 꽂아 걸었다. ‘금줄’을 문에 걸어 외부인의 통행을 막는 신호 역할을 했다. 병균에 약한 아기에게 외부인의 통행을 막기 위한 장치였다.


겨울에 소나무 낙엽이 지고 새잎이 나와 새봄이 되면 소나무꽃이 핀다. ‘송화’(松花)다. 뉴질랜드 소나무도 송화가 피어 얼마 안 있으면 노란 송홧가루를 날리어 수정할 것이다.


한국의 5월 살구가 익어갈 무렵이면 노란 송홧가루가 바람에 흩날리는 모습이 참 아름다웠다. 박목월 선생은 시 <윤사월>에서 ‘송홧가루 날리는 외딴 봉우리∼’ 바람에 날리는 송홧가루를 노래했다. 이렇게 수정된 소나무는 여름내 소나무 열매인 솔방울을 만들어 소나무 씨앗을 남길 것이다.


한국에서 명절이나, 잔칫날이면 등장하는 송홧가루 ‘다식’이 있었다. 추석 때 송편은 쌀로 빚은 떡 시루에 솔잎을 깔아 쪄내면 은은한 솔잎 향이 좋았다.


송진, 밤을 밝히는 등잔불 재료로 쓰여

소나무는 집을 지을 때 꼭 필요한 재료였다. 송진은 밤을 밝히는 등잔불의 재료였다. 죽은 소나무나 솔잎은 훌륭한 연료였다. 사람이 죽으면 소나무로 만든 관에 넣어 땅에 묻었다.


소나무는 한국 사람에게 평생 함께하는 중요하고 으뜸인 나무였다. 그래서 ‘으뜸 나무’라 했나 보다. 소나무는 척박한 땅에 잘 자라는 습성이 있다. 척박한 땅을 잘 일구어 자라다가 굴러들어온 활엽수에 자리를 내주고 다시 높은 산으로 추운 곳으로 옮겨 살다 보니 대부분의 분재는 소나무가 많다. 높은 산 바위틈새에서 수많은 세월을 견디며 살아온 낙낙 장송은 예로부터 수묵화의 ‘모델’ 역할을 해 왔다.


활엽수와 경쟁하려니 소나무는 ‘피톤치드’라는 일종에 살균제를 내 품어 자신을 병균으로부터 보호한다. 피톤(phyton)은 ‘식물’, 치드(cide)는 ‘살균’이라는 뜻이다.


‘피톤치드’는 사람에게는 아주 좋은 물질이라서 한국에서는 캔에다 피톤치드 가스를 넣어 팔고 있다. 솔숲을 거닐어 보시라. 솔숲에서 나는 솔향은 사람들의 심폐기능과 스트레스를 확 날려 버린다. 오클랜드 서쪽 Riverhead Forest Horse Gate Strip Rd. 숲을 권한다.


우리 조상들은 소나무를 십장생에는 넣었지만 4군자에서는 제외했다. 자신 이외에 식물들을 배척한다고 해 그랬다고 한다.


‘삿대질-삿대를 저어 배를 가게 하는 일’ 가리켜

흔히 일본어로 잘못 알고 있는 ‘사리’는 순수한 우리말이다. ‘사리’는 ‘사리다’라는 말에서 나온 것인데 실 같은 것을 흩어지지 않게 동그랗게 포개어 감은 것을 얘기한다. ‘몸을 사린다’는 말에 쓰일 때는 ‘어렵거나 지저분한 일을 살살 피하며 몸을 아낀다’는 뜻도 가지고 있다. 이제부터 자신 있게 “국수, 냉면 사리 주세요”라고 해야 할 것이다.


한국 사람들은 말다툼을 심하게 하다 보면 ‘삿대질’을 하다가 결국 멱살잡이를 하면서 큰 싸움으로 변한다.

‘삿대질’은 삿대를 저어 배를 가게 하는 일을 가리키는 말이다. 그러나 뜻이 바뀌어 사람들이 싸울 때 손가락으로 상대방을 향해 내지르는 품이 뱃사공이 삿대를 이리저리 놀리는 품과 비슷하다 하여, 오늘날에는 상대방을 향해 함부로 손가락질하는 것을 가리키는 말로 쓰인다. 이 나라에서는 ‘삿대질’이 안 통하니 할 일도 없을 것이다.


‘퉁 바리 맞다’, ‘퉁 맞다’란 본래 놋쇠로 만든 여자의 밥그릇을 말한다. 남편과 마주 앉아 이야기할 기회가 적었던 옛날에 밥상 앞에 앉은 여자가 그간 하고 싶었던 얘기들을 하는데, 듣는 도중에 그 말이 못마땅한 남편이 밥상에 놓인 퉁 바리를 집어 던져 여자의 말을 끊었다는 데서 유래한다.


뉴질랜드에서 여자에게 ‘퉁 바리’를 주었다가는 이혼 사유가 되니 남자들이여 한국에서 버릇 고치시라! 이 나라에서 남자의 위치는 애완견보다 못하답니다.


‘푼’이란 한 량의 10분의 1이 한 푼이다. 지금으로 말하면 10원이다. 이처럼 아주 적은 돈의 액수를 ‘푼’이라 하는데, 거지들이 손을 내밀며 ‘한 푼만 줍쇼!’ 하는 것을 연상하면 쉽게 이해가 갈 것이다.

정창현_우리 문화 연구가, 오클랜드 교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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