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뿌리 알기] ‘새벽’의 ‘새’는 ‘동쪽’…‘새것’은 ‘해 뜨면서 다시 시작’ 뜻해

[우리말 뿌리 알기] ‘새벽’의 ‘새’는 ‘동쪽’…‘새것’은 ‘해 뜨면서 다시 시작’ 뜻해

뉴질랜드타임즈 댓글 0 조회 788 추천 0


정창현의 우리말 뿌리 알기(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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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이 나면 ‘불이야! 불이야!’하고

외치다 보면 그 소리는 마치 ‘부랴부랴’처럼 들린다.

급히 서두르는 모양을 가리켜 ‘부랴부랴’는 바로 이렇게

‘불이야! 불이야!’가 줄어서 된 말이다.

아주 급하게 서두를 때 ‘부리나케’라는 말도 쓴다.

이 말도 ‘불이 나게’가 바뀐 말로 알려져 있다.



개화기 때 ‘∼양행(洋行)’이라는 이름으로 주로 외국과의 무역 거래를 전문으로 하는 서양식 상점이 있었다. 창업주들은 별처럼 빛나는 회사로 키우고 싶었나 보다. 그리하여 이름을 별자리 이름으로 상점 이름을 ‘∼성(星)’이라고 짓고 오늘날 세계적인 기업으로 키웠다.


별 세 개라는 의미의 ‘삼성(三星), 새벽별이라는 이름의 ‘금성‘이 한 예이다. 금성은 후에 회사 이름을 ‘LG’로 바꿨다. 연세 드신 어르신들은 연고로 된 ‘럭키치약’을 잘 아실 것이다.


‘락희치약’이 ‘럭키치약’으로…치약의 대명사

1954년 락희(樂喜)산업이 ‘락희치약’을 발명해 시중에 내놓았다. ‘락희’와 비슷한 영어식 이름 ‘Lucky’치약으로 이름이 바뀌면서 ‘럭키치약’은 치약의 대명사가 되었다.


어린 시절 민트 향이 들어 있는 치약으로 칫솔질은 하는 것은 문화 혜택을 누리는 기분이었다. 집마다 특정 회사의 치약을 쓰게 되었고, 이 운 좋은 회사는 치약 이름답게 한국의 산업화와 발맞춰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했다.


트랜지스터 ‘금성라디오’는 불티나게 팔렸다. 1969년 금성사(金星社)를 설립, 라디오를 생산한 금성의 작품이었다. ‘금성라디오’는 이 회사를 회사의 이름처럼 샛별로 발돋움하게 해 주었다.


원래 별 이름의 금성(金星)은 우리말로 ‘샛별’이라 불렀다. ‘새벽의 별’ 또는 ‘새로 난 별’을 줄인 말이다. 한자 말로는 ‘계명성’, ‘명성’, ‘효성’이라고도 한다. 평안북도에서는 ‘모제기’라고 부른다. 


금성이 왜 이처럼 여러 가지 이름으로 불리게 되었을까? 금성이 일상적인 삶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었기 때문인 것 같다. 달이 없어 어두울 때 그 밝은 빛은 사람들에게 방향을 제시하는 길잡이가 되었다.


새벽의 ‘새’는 본디 동쪽을 이르는 말이다. 새바람의 새는 동쪽 바람 곧 ‘동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이라는 뜻이다. 날이 밝는 것을 ‘날이 샌다’고 하는데, 그것은 아침 날이 동쪽에서부터 밝아오기 때문이다. ‘새쪽’, ‘새롭다’, ‘새뜻하다’ 등이 모두 어원적으로 같은 말들이다.


• 晨: 새배 신(『훈몽자회』)

• 曉: 새배 효(『훈몽자회』)


이 ‘새배’는 ‘새벽’의 옛날 말이다.

‘새것’이라는 말도 동쪽부터 해가 뜨면서 다시 시작한다는 의미에서 ‘New’ 의미로 쓰인 것이다.


아시아는 ‘일출’에서 유래… ‘그리스의 동쪽’ 뜻

지금까지 해가 뜨는 새벽에 대해 알아봤다. 그러면 이번에는 해가 뜨는 뜻을 가진 ‘아시아’에 대해 알아보자. 아시아는 아시리아어(아카드어)로 ‘일출’이라는 말에서 유래되었다.


그리스 사람들이 볼 때 그들 나라의 동쪽에 있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그러나 그 뒤 소아시아의 동쪽 지역이 알려지면서 기존의 이곳은 ‘작은 아시아’라는 의미로 ‘소아시아(Asia Minor)’라고 부르고, 현재의 아시아를 ‘아시아(Asia)’로 칭하게 되었다.


영어로 아시아는 ‘orient’다. 이때 ‘ori’는 rise 즉 ‘최초, 일어나다’라는 뜻이다. ‘해가 떠오르는 곳’. 서양을 나타내는 ‘occident’는 저녁 ‘해가 지는 곳’이라는 뜻이다.


이야기가 나왔으니, 해가 지는 ‘저녁’이라는 말에 대해서 알아보자.

이 말은 ‘떨어지다’는 뜻을 가진 ‘지(다)’의 어근과 ‘무렵’이라는 뜻을 가진 ‘녘’으로 이루어진 것으로서 ‘해가 진 무렵’이란 뜻이다. 저녁을 사투리에서는 ‘지녁’ 또는 ‘지낙’이라고도 하는데, ‘지’가 ‘저’로 변한 것은 현재와 과거를 나타내는 시간 관계와 관련된다.


‘저녁’이란 말은 해가 ‘지는녘’이 아니라 ‘진녘(전녁)’이란 말이다. ‘해가 진 무렵’을 뜻하는 ‘전녁’은 혓소리 ㄴ의 되풀이를 피하고자 ‘저녁’으로 변했다.


요즈음 해가 지고 저녁이 되면 기온이 갑자기 낮아져 난방을 하지 않으면 추위를 견디기가 어렵다. 이럴 때 곱은 손으로 성냥을 사용하여 불을 피웠다. ‘성냥’은 원래 한자 말 ‘석류황(石硫黃)’에 기원을 두고 있다. 석류황은 엷은 나뭇조각 끝에 유황을 묻혀 불이 옮겨붙게 한 물건이었다.


성냥은 ‘석뉴황’에서 유래…훗날 라이터로 대체

이 석류황이 ‘석뉴황’으로 발음되다가 그것이 한자 말임에도 불구하고 고유어처럼 말소리 사이에서 ㅎ소리가 빠져나가 ‘성냥’으로까지 변해버렸다.


지금은 성냥 자리를 ‘라이터’가 대신하고 있다. 한국전쟁 전후 미군들에 의해 전해진 휘발유를 연료로 하는 ‘지퍼’라는 라이터가 명품이었다. 애연가들은 이 지퍼 라이터를 꺼내 자랑스럽게 담배를 피우곤 했다.


해방 전만 해도 ‘부뚜막’이 있는 아궁이 속에는 불씨를 보관해야만 했고, 불씨를 꺼뜨리면 그 집의 살림하는 여자는 살림을 못 하는 사람으로 집안 어른에게 혼쭐이 났다.


그 당시 ‘불씨’는 귀중한 재산의 일부였다. 부뚜막은 불씨를 보관하는 장소였다. ‘부뚜막’은 본래 불의 옛말인 ‘붓’과 ‘으막’으로 이루어진 단어이다. ‘붓’은 ‘불’(불길), ‘붗’(부지깽이), ‘붓’(부싯돌), ‘부’(부엌)등 불을 뜻하는 형태로 변했다.


‘막’은 ‘움막’의 ‘막’과 같은 것으로서 막은 것(‘막다’의 어근) 곧 집을 뜻한다. ‘으’는 결합모음이다. 부뚜막은 불길이 들어가는 첫머리로서 가마를 걸어놓은 언저리를 말한다.


시골에서 자란 어르신들은 기억하실 것이다. 겨울철 아궁이에 쌓인 재를 날마다 치워야 아궁이에 불이 잘 들어 방이 따뜻하고, 잔불로 음식을 조리하기가 수월했다. 매일 일정한 장소에 모은 재를 봄철에 논밭의 거름으로 사용하면 곡식에 최고의 비료였다.


마지막으로 불이 나면 ‘불이야! 불이야!’하고 외치다 보면 그 소리는 마치 ‘부랴부랴’처럼 들린다. 급히 서두르는 모양을 가리켜 ‘부랴부랴’는 바로 이렇게 ‘불이야! 불이야!’가 줄어서 된 말이다. 아주 급하게 서두를 때 ‘부리나케’라는 말도 쓴다. 이 말도 ‘불이 나게’가 바뀐 말로 알려져 있다.


부엌이란 말은 불을 뜻하는 ‘부’와 장소를 나타내는 접미사 ‘억’이 변한 것이다. ‘억’은 ‘이어귀’, ‘그어긔’의 ‘어긔’와 같은 어원의 말이다. 현대어로는 ‘마을 어귀’라고 하면 쉬게 이해할 수 있다. 부엌이란 말은 ‘불 때는 곳’을 나타내던 말이었으나 지금은 ‘음식을 만드는 곳’을 의미하게 되었다.

정창현_우리 문화 연구가, 오클랜드 교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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